'세 마리 개구리 깃발 식당', '선재스님의…', '위로의 레시피' 등음식에 얽힌 철학과 일화들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풀어내

"네 아이가 여기 죽어 있다. 그 아이를 새 생명으로 준비시킨다. 흙으로 그를 채운다.

조심하라! 그 아이가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된다. 금빛 외투를 입힌다. 목욕을 시킨다. 이제 아이를 데우는데, 주의해야 한다! 어린아이는 햇볕을 너무 많이 쐬면 죽는다. 아이에게 보석을 달아준다."

이 글의 정체는 뭘까? 부두교의 부활 의식일까? 혹은 특수 요원 사이에서만 통하는 암호일까?

정답은 요리법이다. 좀 더 정확히는, 요리사 벤쇼 부인이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에게 전수해준 달뷔프라식 닭요리 비법. 하지만 이 알쏭달쏭한 문장에서 쌀과 버섯으로 채우고 각종 양념과 소스를 곁들인 닭요리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리처드 세넷은 벤쇼 부인의 고향인 페르시아의 요리법들을 살펴본 후에야 이 시적 표현들의 용도를 이해한다. 페르시아에서는 동물들에게도 사람처럼 영혼이 있다고 본다. 닭을 아이라고 한 것은 그 때문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세 마리 개구리 깃발 식당>
'새 생명으로 준비시킨다'는 닭의 가슴뼈에서 살을 벗겨내는 행위를 뜻한다. 은유를 통해 사소한 일을 높은 차원으로 승격시키는 것이다. '그 아이가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된다'는 닭의 몸에 속재료를 적당히 채우라는 경고, '금빛 외투를 입힌다'는 익히기 전 겉을 노릇하게 그을리라는 충고다.

리처드 세넷은 이 요리법에서 "요리의 전 과정을 의식적이고 강렬하게 생각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은유"의 효용을 발견한다. 재료의 양과 절차를 기계적으로 나열한 요리법과 다르다. 재료를 대하는 태도와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각까지 담아, 더 정확할 뿐 아니라 문화로서의 요리의 면모를 전한다.

요리법을 읽는 즐거움은 오늘 저녁 밥상을 마련하는 데에만 있지 않다. 어떤 요리법은 실제 음식보다 더 군침 돌게 한다. 아름다운 표현과 역사적 맥락, 음식에 얽힌 각양각색의 철학과 일화들을 재료 삼아 이야기로 풀어낸 요리법들은 번잡한 세상사가 '다 먹고 살자는 일'임을 새삼 깨우치며 우리를 부엌으로 달려가게 한다.


파란만장 요리 인생, 기상천외 요리법 공개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과학자이자 미술가, 건축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요리사이기도 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그랬다. 심지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많은 발명품이 부엌 살림의 부산물일 정도로 요리에 대한 그의 열정은 대단했다.

<선재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 음식>
그러나, 안타깝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야심 차게 선보인 음식들은 결코 '최후의 만찬'만큼 환대받지 못했으니, 시대를 앞서간 탓일까 혹은 천재에게도 허점이 있었던 것일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남긴 요리에 대한 짧은 글 <코덱스 로마노프>와 주변 인물들이 쓴 편지, 유럽 여러 박물관의 관련 소장품을 샅샅이 뒤져 복원해 낸 <세 마리 개구리 깃발 식당>은 그의 파란만장한 요리 인생과 기상천외한 요리법을 공개한다.

어려서부터 식욕이 왕성하고 음식에 관심이 많았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게 부엌은 늘 선망의 공간이었지만, 정작 부엌에 입성한 계기는 얄궂었다. 그가 웨이터로 일하던 술집 '세 마리 달팽이'의 주방장이 어느 날 갑자기 죽어버린 것. 호시탐탐 부엌을 노리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주인을 설득해 주방장 자리를 꿰찼고, 야심만만하게 새로운 메뉴를 개발했다.

야채를 썰어 안초비와 함께 내놓고, 검은 빵 위에 꽃 모양으로 알바아카 잎을 얹은 그의 음식은 기름이 흥건한 고깃덩이 음식에 길들여진 당시 사람들을 '문명화'하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그 시각적 아름다움은 화제를 모았으나, 지갑을 열지는 못했다. 대부분의 손님이 이 "영양가 없는 음식"에 불만을 터뜨렸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도망쳤다.

그러고도 미련을 못 버린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훗날 보티첼리와 의기투합, '세 마리 달팽이' 자리에 '산드로와 레오나르도의 세 마리 개구리 깃발'을 열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술과 고기의 과도한 섭취는 각종 질병을 유발하며 술의 독성을 씻어내는 데 채소보다 좋은 것은 없다"는 철학을 담은 안초비와 당근 모듬이 술꾼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던 것이다.

황경신 작가의 <위로의 레시피>
우여곡절 끝에 스포르차 궁의 연회 담당자가 된 후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주력했던 일은 완벽한 요리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불을 꺼뜨리지 않기 위한 장작을 연구하는 것은 물론 부엌 바닥을 청결하게 유지할 수 있는 회전식 솔, 연기와 냄새를 빼내는 장치와 식수통에서 개구리를 쫓아내는 기구, 돼지 등 작은 동물을 도살하는 장치까지 고안해 냈다.

심지어 요리사들의 흥을 돋우기 위한 반자동북과 입풍금까지 만들 정도로 철저했다. 하지만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간 걸까, 기계 장치로 꽉 찬 부엌은 실력 발휘를 해야 할 연회날 폭발하고 만다.

그때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아수라장을 헤치고 급조한 음식은 '온갖 발가락 모듬 요리'. 다른 요리를 하고 남은 여러 동물의 발가락들을 은근한 불에 구운 후 오래 되어 굳어버린 폴렌타와 함께 내놓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절묘한 맛을 내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문명화'된 음식, 재료 자체를 살리고 담백한 맛을 내는 음식에 대한 소신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식물 연구에 몰두하게 했다. 어떤 채소가 날로 먹으면 소화를 돕는지, 어떤 풀이 독을 가졌는지 혹은 통증을 치료하는지를 밝히기 위해 그는 직접 식물을 먹는 '생체 실험'을 당하는 제자까지 두었다.

"사람이 양과 소처럼 풀만 먹고 살 수 있다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희소식일 것이다. 풀은 들판에 널려 있으니 살기 위해 저지르는 온갖 범죄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그의 생각은 혁신적이었으나, 제자가 세 끼니 풀 식사를 견디지 못하고 초록 물을 토해내자 인간은 잡식성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연구를 그만두었다.

그의 <코덱스 로마노프>에는 자신이 개발한 요리법은 물론 당대의 대표적인 요리법과 식사 매너, 식재료에 대한 상식들이 적혀 있다. 신랄한 요리법만 읽어도 그가 당대의 식생활에 얼마나 비판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밀라노의 대표적 음식이었다는 '아몬드 수프'는 삶은 무와 양 머리, 계란과 빵 가루 반죽에 넣은 새끼 양 불알을 프라이팬에 구운 것. 무슨 까닭으로 '아몬드 수프'로 불리는지는 알 수 없다.

데친 덩굴손 채를 토막 낸 치즈, 돼지 가슴살과 섞은 후 폴렌타를 입혀 돼지 기름 두른 냄비에 안쳐 만드는 '덩굴손 케이크'에는 자주 먹으면 미친병이 도질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경고가 달려 있다.

달팽이와 개구리는 물론, 올챙이, 동면 중인 쥐, 닭 볏, 돼지 꼬리 등의 식재료가 총동원되고 마구잡이로 뒤섞이는 요리법들 중에는 굳이 시식해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이 많지만, 당대의 풍경으로서는 흥미진진하다.

시도 때도 없이 성대하게 고기를 즐겼던 귀족들의 생활, 혹은 허세까지 읽힌다. 하지만 그 이면의, 하루 한 끼 희멀건 죽으로 연명했던 가난한 사람들의 식탁은 어땠을까?


요리도 수행이다.

"일체 만물이 부처님이고, 이 세상 모든 일이 부처님 일 아닌 것이 없다. 요리도 불사요, 수행이다. 모든 사람을 부처님이라고 생각하고 부처님께 지극하게 공양 올리는 마음으로 음식을 해야만 진정한 요리사다."

사찰에서 공양은 수행과 떨어져 있지 않다. 음식을 통해 자연과 생명, 거기에 깃든 부처님의 뜻과 이치가 몸과 이어지는 일이다. 젓가락질 한 번, 목 넘김 한 번이 지극할 수밖에 없다.

요리 과정은 오죽하랴. 칼질을 할 때도 채소의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를 살리는 존재라는 데 고마워해야 한다. 요리의 태도가 맛으로까지 이어진다.

"도마 위에서 너무 큰 소리를 내면서 썰면 채소가 스트레스를 받는다. 훌륭한 요리사일수록 칼을 잘 갈아놓고, 여러 개의 칼을 쓴다고 한다. 무딘 칼로 요리를 하면 맛이 없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 알기 때문이다. 채소를 한 번에 자르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아 맛이 없어진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멋진 요리사다."

사찰 음식은 이 모든 지혜의 총체다. 자연히 건강과 성품을 살리는 약이 된다. 사찰 음식을 널리 알려 온 선재 스님 스스로 경험한 바다. 선재 스님은 20년 전 간경화로 1년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과거가 무색하게 건강하다.

화성 신흥사 청소년수련원에서 식생활이 마음을 좌우하는 것도 목격했다. 수련원에 오기 전에는 산만하고 초조해 하던 아이들은 사찰 음식에 적응할수록 차분해졌고 눈빛도 또렷해졌다.

<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 음식>에는 선재 스님의 노하우가 그득하다. 요리법마다 재료의 속성과, 몸과의 관련성이 먼저 적혀 있다. 읽는 것만으로도 자연의 원리에 눈을 뜨게 한다. 파고들수록 과학적이고, 아름답다.

쇠비름을 살짝 데쳐 간장과 참기름 통깨를 넣어 무치는 쇠비름 나물은 당뇨병은 물론 우울증과 치매, 과잉행동장애 등의 정신질환에도 좋다. 쇠비름에 타닌과 사포닌, 베타카로틴, 글루틴, 칼륨, 각종 비타민과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기 때문이다.

위암 세포에 쇠비름 추출물을 투여하자 하루 만에 90%의 암세포가 죽었다는 연구도 있다. 목숨을 길게 이어준다는 뜻의 장명채, 다섯 가지를 다 갖추었다는 뜻의 오행초 등 쇠비름의 별명들은 그 효험이 오랫동안 증명되어 왔음을 이른다.

구운 호두와 제피 잎을 간장과 물, 조청과 고추장을 끓여 만든 양념장에 조려낸 호두제피잎조림은 머리를 좋아지게 만들고, 항암 효과가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호두가 몸을 튼튼히 하고 피부를 윤택하게 하며, 기혈과 하초명문을 보한다"고 전해지고, 제피는 해독성과 살균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위장과 신장에 좋은 양배추김치, 아이를 차분하게 해주는 대추통밀차, 면역력을 키워주는 연잎밥 등이 소개되어 있다.

대표적인 한국 음식이자 사찰 음식인 김치의 이치는 깊다. 배추, 무, 고춧가루, 간장, 된장 등 다양한 재료가 서로 의지하고 물과 땅, 항아리와 공기와 빛이 조화를 이루었을 때 비로소 숙성된다.

이 '성불' 과정에 정성과 손맛을 더하며 선재 스님은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으므로 이것이 있다"는 연기법을 체득했다. 땀 흘려 채소를 기르고 거두었고, 채소가 멍들지 않도록 염불하며 씻었다.

그러므로 음식은, 먹고 사는 일은 얼마나 귀한가. 선재 스님의 요리법은 매 끼니를 함부로 해치우고, 음식에 얽힌 관계를 생략해 버린 현대적 삶의 방식을 반성하게 한다.

책에 나오는 요리법 하나는 어떤 교리보다 더 감사하다. 어머니로부터 전수받은 동치미 만드는 비법이다. 선재 스님이 절에 들어간 후 어머니는 절밥을 드시지 않았다고 한다. 딸 같은 스님들이 고생하여 만든 음식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 목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가끔 전화를 걸어 "스님 어디 편찮은 데는 없으세요, 드시고 싶은 음식은 없으세요" 물었다. 그때마다 선재 스님이 그리웠던 음식이 바로 동치미였다. 10여 년에 걸쳐 전해받은 동치미 요리법, 그 짧고 단정한 글 안에 어떤 인연이 있는지, 중생들은 감히 다 헤아리지 못한다.


삶에 대한 맛있는 연대기

사랑과 이별, 우정, 정체가 무엇인지 답이 나오지 않았던 마음, 불안에 떨면서도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시간들과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다정한 술집에 대해서 정갈하게 쓸 수는, 결코 없다. 하지만 요리법을 통해서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첫째, 둘째, 셋째, 넷째, 순서를 나열하며 재료 다루는 과정을 나누고 잇는다.

불필요한 수식을 빼고 가장 명확한 표현을 추린다. 맛이 찝찝하면 절차를 되짚어 원인을 밝혀낸다. 여러 해결책들을 시도해보고 최선의 것만 남긴다. 인생이라는 재료를 이런 공식 안에 넣을 수 있다면 우리는 혼돈 대신 산뜻한 연대기를, 필사적인 목표 대신 자신과 화해하는 법을 얻을 텐데.

작가 황경신이 도전했다. 평생 취미였던 요리를 빌미 삼아 삶의 장면들을 펼쳐 놓는데, 맛깔스럽다. <위로의 레시피>다. 추억에 젖어 감정이 격해질라치면, 얼른 요리법으로 눙친다. 배신당하고 상처받았다고 털어 놓았을 때 "그래? 밥부터 먹자"고 이끄는 강건한 손처럼, 식재료와 조리도구, 스노우캣의 일러스트레이션이 등장한다.

무를 썰고, 끓는 물에 멸치를 넣고, 프라이팬에 달걀 지단을 부치는 일들을 따라가다 보면 언제 울컥했나 싶다. 모락모락 김 오르는 요리에 대한 상상으로 입 안에 침이 고이고 마음이 뜨끈하다.

그러니까 이런 장면이다. 오랫동안 준비해 온 이별을 하고 "이 광활하고 단조롭고 낡은 세상에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몹시도 난감하고 억울하다는 기분"에 울던 작가를 데리고 누군가가 밥집을 찾는다. 이 와중에 밥이라니, 기가 막힌 작가를 아랑곳하지 않고 그가 국밥 두 그릇을 주문한다.

그가 숟가락을 쥐어주는 순간 작가는 놀랍게도, 이 순간 밥을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는 기분이 든다. 그가 덧붙인다. "국물하고 같이 떠먹어라. 목 메지 않게, 천천히." 아, 그래서 국밥이어야만 했던 것이다.

요리법 안에 작가와 연이 닿았던 사람들, 작가의 발이 닿았던 길들, 작가가 통과해 온 성장의 지점들이 우글우글하다. 김치밥국에는 아버지가 있다.

전형적인 '경상도 싸나이'라 부엌 출입이 드물었던 아버지가 했던 몇 안 되는 음식 중 하나인 김치밥국의 비법은 멸치 국물에 불린 쌀과 김장김치를 넣어 팔팔 끓이는 게 다지만, 요리를 할 때마다 아버지는 어린 딸을 꼭 옆에 세워두고 요리사 폼을 잡았다. 그러니 그 얼큰한 맛이 두고두고 그리울 수밖에.

맛탕 요리법은 작가가 단골로 드나들던 카페 주인 향숙 언니로부터 배웠다.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가열한 후 물엿과 설탕, 물을 넣어 끓인다.

그리고 잘게 썬 고구마를 쪄서 시럽에 버무린다. 하지만 향숙 언니가 실감나게 설명해준 이 명쾌한 비법을 작가는 단 한번도 따라 해 보지 못했다. 향숙 언니가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맛탕만 보면, 향숙 언니가 생각나서, 먹어보지도 못한 맛탕이 마음 어딘가에 새겨져 버려서 만들 수가 없었다고 한다. 요리법이 이토록 슬플 수도 있는 것이다.

'요리는 실험'이라는 작가의 철학은 기발한 요리법들로 구현된다. 한 음식점에서 먹은 양념 삼겹살에 반해 스스로 개발한 된장양념 삼겹살, 고추장양념 삼겹살, 간장양념 삼겹살 비법이 공개된다. 기본적인 재료에 한 가지씩 비밀 병기가 추가되는데 혀의 기억에 기대어 머릿속으로 합쳐 보니 그럴듯하다.

작가의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오면 가장 먼저 찾는다는 '레몬 물김치'는 한 알의 석류로부터 시작됐다. 처치곤란의 석류로 물김치를 담그기로 하고 소금에 절인 무, 사과와 배, 쪽파와 마늘과 함께 소금물에 투하하는 순간, 냉장고에서 잠자던 레몬이 떠올랐다. 이 모든 재료가 어우러지니 기기묘묘한 맛과 향이 났다는 사연이다.

요리법을 읽었을 뿐인데, 인생이 풍요로워진 기분이다. 하긴 좋은 음식을 찾고 만들고 나누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짧다. 작가는 친구에게 "요리의 마지막은 늘 해피엔딩"이라고 예찬한다.

"요리를 할 때는 잡생각이 없어져. 딴 생각을 하다가는 금방 손을 다치거나 분량을 잘못 재거나 다른 양념을 넣어버리거든. 게다가 요리의 과정은 무척 아름다워. 처음부터 끝까지 저절로 흘러가는 것 같아. 끊임없이 움직이다 보면 머릿속에 가득 차 있던 것들이 서서히 빠져나가는 거야. 한 접시의 요리가 완성되고 나면, 모든 것이 훨씬 편안해져.(중략) 단순하게 빠르게 뭔가를 만들고, 무척이나 정직한 결과를 얻는 것, 세상에 그런 일이 그리 많진 않잖아?"

이런 요리법에는 은근슬쩍 숟가락을 얹고 싶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