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평가 겸 경희대 영미문화전공 이택광 교수스타들 직접 원조 방식서 외부지원 끌어들여 도움 주는 방식으로 변화

지난 2003년 제75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엄숙했다. 이라크전의 여파로 화려함의 대명사였던 시상식은 웅장함을 벗어던지고 차분한 분위기로 갈아입었다. 그런데 전쟁에 반기를 든 일부 감독들이 자신의 뜻을 표출하기 위해 무대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미국의 코미디언이자 유명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는 무대에 올라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그는 다큐멘터리 영화 '볼링 포 콜럼바인'으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기에 무대에 올라 소감을 말할 기회가 주어졌다.

그는 상에 대한 기쁨은 멀리하고 "우리는 지금 거짓 선거로 가짜 대통령을 뽑아 놓은 시대에 살고 있다. 또 사람들을 전쟁터로 몰아넣고 있다. 전쟁을 주도한 부시에 반기를 들어야 한다. 부끄러운 줄 알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당시 그는 수상 소감 이후에도 "나의 행동에 전혀 사과할 마음이 없다. 미국의 장점은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그는 반전 다큐멘터리 '화씨 911'으로 칸 국제영화제 대상인 황금종려상까지 받는다.

얼마나 대범하고 당찬 행보인가. 과연 우리의 연예인들도 마이클 무어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사회적 발언이나 활동에 있어서 미국만큼 자유로운 국가도 없다. 문화비평가이자 경희대 영미문화전공 이택광 교수는 배우 오드리 헵번에게서 그 시작을 찾았다. 오드리 헵번은 1987년 유니세프의 특별대사로 위촉된 이후 1993년 직장암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아프리카의 빈민국을 돌며 아이들을 돌봤다.

"헵번은 실제로 귀족 출신의 배우로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사람이다. 이후 할리우드 배우들은 에이즈 퇴치 운동을 하면서 사회참여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바로 '셀러브리티 에이드(Celebrity Aid)'가 시작된 것이다."

이 교수가 말한 '셀러브리티 에이드'는 스타들의 원조·지원 방식이다. 90년대 이후 이 방식으로 스타들이 직접 광고 등에 얼굴을 비치며 빈민국을 돕자고 대중을 독려했다.

그런데 이 '셀러브리티 에이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스타의 이미지가 외부지원을 끌어들여 도움을 주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 즉 김여진의 '날라리 외부세력'이나 박혜경의 '레몬트리공작단' 등이 어떤 문제에 대해 지원 능력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외부인이 가서 내부의 사정을 도와주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예인들은 그 이상의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연예인의 지위는 현저히 낮다. 특히나 자본을 축적하지 못한 (배용준이나 서태지처럼 자본가로서 인정받지 못한) 연예인들은 사회적 편견에 더 노출되고 만다"고 말했다.

즉 소셜테이너들이 원칙에 충실해 외부 지원세력(뜻이 같은 사람들)의 원조를 받아 사회참여를 해도 대중의 편견과 또 한번 싸워야 하는 문제에 봉착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정치·사회적 문제에 소신 발언을 하는 것조차 불편해 하는 대중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연예인들이 의도하지 않던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말까지 흘러나오게 된다.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활동한다는 폄하이다.

"국내 셀러브리티들이 대중에게 열렬히 환영을 받지 못하더라도 이들은 사회참여 자체로 자신이 즐거움을 얻고, 그러면서 몰입하게 되면서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지성을 느꼈을 듯하다. 김제동이나 김여진의 사례는 우리 사회가 과도기에 놓여있음을 보여준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