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아티스트 전지윤하반기 전시 위해 '증강현실' 바탕으로 한 작품들 구상 중

미디어아티스트 전지윤의 작품은 도발적이다. 남녀의 성기, 성행위 등의 모티프가 거리낌 없이 등장한다. 작년에 열었던 2인전은 무려 '19금' 전시였다.

예를 들면, 마치 '모자이크 처리'를 한 것처럼 수십 개의 픽셀로 이루어진 남녀의 엉덩이 화면이 있다. 관객들이 마우스를 이용해 엉덩이를 건드리면 신음 소리가 난다.

각각의 픽셀마다 다른 소리가 저장되어 있어 다채로운 상호작용을 유도한다.('Touch') 최근 선보인 'Do not Squeeze'는 벽에 붙어 있는 여성 유방 모양의 조형물을 스마트폰으로 보면 젖꼭지 부분에서 꽃이 피는 화면이 나타나는 작품. 신기해서 민망할 틈도 없다.

하지만 이 도발적 모티프는 단지 눈을 끌기 위한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관계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 담겨 있다. 몸과 몸이 닿아 이루어졌던 소통이 미디어를 통해 매개될 때 그 감각과 의미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질문하는 것이다.

최근 전지윤 작가가 스마트 기술로 시도하고 있는 작품들도 '기술의 활용이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넘어 '기술을 통해 우리가 자신을 얼마나 들여다 볼 수 있을지'를 향한다.

그는 올 하반기 전시를 위해 증강현실 기술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을 구상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관객이 빈 탁자 앞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건너편을 보면 상대가 나타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작품. 증강현실 기술이 지금 여기에 있는 것과 없는 것, 있었던 것과 있어야 할 것을 동시에 인식하게 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증강현실 기술은 나와 외부의 관계는 물론 나와 나 자신의 관계를 표현할 수 있는 도구예요. 지금 여기 있는 나와 지금 여기 없는 나의 기억, 또 내가 못 보는 나를 공존시킬 수 있으니까요."

미디어 기술을 도구이자 은유로 쓰는 전지윤 작가의 작품은 바로 그 미디어 기술로 안부를 묻고, 일 하고, 여가를 보내는 일상을 낯설게 보는 시도다.

미디어아티스트는 얼리어답터일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다.(웃음)

전혀 그렇지 않다. 다만 디자이너라는 직업으로 생활비를 벌어왔기 때문에 컴퓨터가 손처럼 느껴지기는 한다.(웃음) 하지만 새로운 기술만을 좇았다면 작가로서의 작업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내게 미디어는 각각의 특성을 가진 표현 도구다.

'관계'라는 주제에 천착하는 것 같다.

내 작업은 늘 부적절한 관계로부터 출발한다.(웃음)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든, 사람과 사물 혹은 환경의 관계에서든 의문이 생기면 작업을 통해 그것을 풀어 보려고 하는 것 같다. 최근엔 셋째 손가락을 치켜들어 욕을 하는 손 조형물을 스마트폰으로 보면 "How are you?"라는 인사말이 나오는 작품을 만들었는데, 이 아이러니한 상황도 직접 겪은 것이다. 아직 제목은 짓지 못했다.(웃음)

미디어 기술이 사람들을 변화시킨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촉각을 자극하는 헵틱 기술이 개발된 후 클릭이 아닌 터치로 기기를 조작하는 행동 방식이 일반화되지 않았나. 기술이 피부화된 것이다. 기술은 사용자들의 습관을 만들고 경험을 바꾼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