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 크루즈, 역사교훈 여행, 착한 여행, 생태 관광 등 강추

레일 크루즈 해랑
여행은 각자 걷고 보고 듣는 것이지만, 여행의 방식은 시대마다 유행이 있다. 80년대 해외여행객들이 하나같이 일본산 '코끼리표 보온 밥솥'을 사들고 오고, 90년대 대학생들이 방학마다 배낭 메고 유럽으로 떠난 것처럼 말이다.

이번 휴가에는 조금 특별한 여행을 떠나보자. 아직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레일 크루즈부터 동물 테라피 여행, 다크 투어리즘까지 이색 여행들을 소개한다.

1단계: 고상하게 여행하기, 레일 크루즈

흔히 해외는 고가, 국내는 저가 여행을 한다는 공식이 우리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고정관념을 뒤집어 최근에는 크루즈 선박 등 국내에서도 고가 여행 상품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해랑'은 해외에서 보편화된 '레일 크루즈'(Rail cruise)를 국내 도입한 기차로 남북 경의선이 연결되면 남북한을 오가는 관광열차로 운행하기 위해 개발됐다. 레일 크루즈는 이름 그대로 잠자는 동안 이동해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관광을 즐길 수 있는 열차다.

열차는 앞뒤 기관차 사이에 객차 6량과 전망차, 식당차로 편성돼있고, 객차 6량은 모두 침대와 화장실을 갖춘 2인 1실의 스위트룸과 디럭스룸, 패밀리룸, 스탠더드룸으로 나뉜다.

해랑이 운행을 시작한 건 2008년 11월. 처음에는 주로 사업가나 전문직 등 고소득층이 이용한 '희귀 여행'이었지만, 최근에는 입소문을 타고 승차율이 80%이상을 웃돈다.

은 현재 세 개의 패키지상품으로 상설 운행 중이다. 화요일 출발하는 2박3일 '아우라'(서울∼곡성∼순천∼해운대∼경주∼정동진∼동해∼추전∼서울역), 토요일에 번갈아 출발하는 1박 2일 '씨밀레'(서울∼논산∼목포∼순천∼전주∼서울역)와 '찬누리'(서울∼부산∼경주∼안동∼서울역) 등이다.

경유지마다 전세버스로 가이드투어를 하며 지역 맛집에서 요리와 스파도 즐긴다. 7월부터 9월까지는 한시적으로 바캉스 열차도 운영한다.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서울에서 출발해 해운대, 정동진, 동해, 태백, 추전을 돌아보는 2박 3일 코스다.

현재 최대 정원 54명인 해랑 1호, 최대 정원 72명의 해랑 2호, 두 대가 운영 중이다. 무한 제공되는 다과와 와인, 클리닝 서비스 등 호텔 수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장점. 단, 서비스가 최상인 만큼 가격은 꽤 '세다'. 1박 2일의 경우 패밀리룸(3인 1실) 52만 원, 디럭스룸 64만 원, 스위트룸(이상 2인 1실) 77만 원이고 2박 3일은 각각 80만원, 97만5000원, 116만 원선이다.

레일 크루즈 해랑 내부
문의는 해랑레일크루즈 코레일관광개발 (www.railcruise.co.kr) 1544-7755

2단계: 슬픔을 나누는 법, 다크 투어리즘

레일 크루즈가 한국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여행이라면,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은 이와 반대로 슬픔을 나누는 여행이다. 우리말로 '역사교훈여행'이라고도 불리는 다크 투어리즘은 역사적 비극 및 재난의 현장을 찾아 교훈을 얻는 여행. 2000년 영국의 대학교수들이 동명의 저서를 내면서 알려진 이 여행은 이미 해외에서는 새로운 관광 형태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다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400여만 명이 학살당했던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9․11테러로 무너진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부지인 그라운드제로 등이 대표적인 해외 다크투어 장소들이다.

국내 다크 투어리즘의 역사는 짧다. 2008년 3월 제주특별자지도4․3사업소(이하 4․3사업소)가 '제주4․3평화기념관'을 개관한 후 4․3평화공원 인근 지역에 소재한 절물자연휴양림, 노루생태공원, 돌문화공원을 새로운 관광지역으로 벨트화하며 각광 받은 정도다.

다크 투어리즘 5.18묘역
국내에 아직 생소한 여행이지만, 독특한 여행작가와 관련 블로거들 사이에 인기를 끌면서 여행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4월 4․3사업소는 제주4․3평화공원(064-710-8461)의 누적관람객 수 5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말까지 22만 명이 넘게 관람할 것"이라는 것이 4․3사업소 측의 전망이다.

이밖에 서울 서대문형무소(02-360-8590),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062-266-5187), 경남 거제포로수용소(055-639-8621) 등이 다크 투어리즘 명소로 알려져 있다. 이들 명소의 관람료는 무료에서 3000원선.

3단계: 현지인에게 이윤을, 공정여행

커피와 초콜릿 등 제 3세계 플렌테이션 농업에 공정무역 바람이 불듯, 여행에도 '내가 소비한 돈이 현지민에게 돌아가게 하자'는 공정여행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영국의 '투어리즘 컨선'(Tourism concern)에 의하면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지를 여행할 때 쓰는 비용의 70∼85%가 외국인 소유 호텔이나 관광 관련 회사의 몫으로 돌아간다.

현지 공동체에 돌아가는 비용은 1∼2%뿐인 경우가 많다. 이런 불공정 관행을 해소하고 대량 관광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취지의 여행이 이른바 '착한 여행', '대안 여행'으로 불리는 공정여행이다.

다크 투어리즘-서대문형무소역사관
구체적으로 국내외 관광 시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나 식당을 이용하면서 현지인들에게 직접 상품을 구매하는 방식이 많다. 다크 투어리즘과 마찬가지로 해외에서는 20∼30년 전부터 주목받은 여행 형태로 국내에는 2000년대 중반 소개됐다.

공정무역과 마찬가지로 비정부기구, 사회단체, 사회적 기업 등이 주축이 돼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2007년 NGO 이매진 피스가 만든 공정여행 온라인 카페가 대표적. 카페의 등장 후 대안여행가들이 공정여행 상품을 선보이는 사회적 기업도 다수 선보였다.

역시 NGO인 아시안 브릿지는 베트남, 라오스 등지에서 현지인에게 직접 이득을 주는 방식의 공정여행 상품을 내놓고 있다. 하자센터에 속한 사회적 기업인 트래블러스맵 역시 2008년부터 국내외 다양한 공정여행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올 여름 트래블러스맵이 내놓은 야심작은 '동물 테라피 여행'. 학대 받는 동남아시아 동물을 구조해 보호와 교육을 통해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여행이다.

7월부터 4개 국가를 대상으로 여행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다. 학대 받는 코끼리를 구조하는 '엘리펀트 네이처파크'(태국 편)여행, 밀림 벌목으로 살 곳을 잃은 오랑우탄 서식지를 보호하는 '보르네오'(인도네시아 편) 여행, 무분별한 포획으로 개체수가 급감한 돌고래를 찾아가는 '보홀'(필리핀 편) 여행, 말레이곰을 보호하는 '라오스' 여행 등이다.

2011제주피스보트 오하마니호
일정은 동물 치료재활센터 방문, 정글 탐사, 현지 요리 강습 등으로 이뤄지고, 여행자가 지불하는 경비는 현지 파트너인 지역관광네트워크 등과 협업해 지역 커뮤니티 발전에 환원될 수 있도록 했다. 문의는 홈페이지 www.travelersmap.co.kr 또는 02-2068-2788

Step 4. 21세기 여행 방식, 에코 투어

"세대마다 정치 감각이 다르다. 내 할머니 세대에게 정치가 '가난의 극복'이라면, 나에게 정치는 동서이념 갈등이었다. 이데올로기의 개념으로 현재 20대에게 정치의식이 없다고 할 것인가? 그들에게 민감한 사안은 기후변화 대처 같은 문제다."

지난 달 서울국제문학포럼 차 한국을 찾았던 독일작가 잉고 슐체는 "요즘 20대 작가의 정치감각을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기후변화, 환경 문제 등은 50대인 자신이 느낄 수 없는 예민함이라고 말이다. 공정여행의 한 '장르'로 인식된 에코투어가 지금의 20-30대에게 주목받는 이유다.

공정여행 가이드 북 <희망을 여행하라>에 따르면 여행자는 하루 평균 3.5kg의 쓰레기를 남기고,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주민 한 명이 쓰는 양의 30배에 달하는 전기를 쓴다. 고급호텔 객실 하나에서 평균 1.5톤의 물이 사용된다. 골프장이 들어서는 곳에 사용되는 물 때문에 농사 짓는 현지 주민은 가뭄과 기근에 시달린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주목받는 에코 투어는 기존의 소비지향적 관광 방식을 비판하고 불편하더라도 자연을 보존할 수 있는 생태관광을 지향하는 여행이다. 예컨대 도시락을 이용해 쓰레기를 줄이고 물 낭비도 자제한다. 에코 투어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자전거, 기차, 버스 등 탄소 발생을 최소화하는 방식의 이동을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 여름 눈에 띄는 에코 투어는 '2011 제주피스보트'. 7월 20일 4박 5일 일정으로 떠나는 제주공정여행이다. '생태와 평화의 섬에 배를 대다'란 부제로 조한혜정 연세대 교수, 마사키 다카시 일본 평화운동가, 현경 생태신학자, 안상수 홍익대 교수 등과 함께 선상과 제주에서 생태평화학교를 여는 것이 주 골자다.

트래블러스맵, 오가니제이션요리, 노리단, 리블랭크 등 사회적 기업도 참여한다. 이동수단을 배로 선택한 이유는 탄소배출량이 비행기에 비해 월등히 낮기 때문.

선상에서 소음제로디스코(사일런트 디스코), 요가, 선상음악회, 밤샘영화제, 업사이클링 디자인 워크숍, 에코웨딩이벤트 등이 진행되고 생태 아동 청소년을 위한 캠프가 별도로 운영된다. 문의는 제주피스보트 사무국(02-2068-2788, 2799).

최근 환경부가 발간한 생태여행 지도, <에코 바이크 투어 맵>(부제 : 두 바퀴로 떠나는 생태여행)도 눈여겨 볼 만하다. '자전거와 생태여행'이라는 주제로 생태적으로 가치있는 지역 중 자전거로 여행할 수 있는 36개 지역을 선정해 1일 또는 1박2일의 자전거 생태여행 코스를 선보이고 있다.

공정 여행, 태국 엘리펀트 네이처파크 여행
자전거 노선에 대한 상세정보와 주변 생태관광지역 설명을 수록해 책자만 가지고도 자전거 주행수준과 여행자 여건에 맞게 여행지를 선택해 자전거 여행이 가능하도록 구성했다. 행정·공공기관, 유관기관 등에 배포되고, 환경부가 운영하는 뉴미디어 채널(홈페이지, 블로그, 트위터 등)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공정여행 동물테라피, 인도네시아 오랑우탄 보호여행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