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수의 곡으로 만든 뮤지컬… 대중성 확보, 작품성 부족 지적도, 등 제2의 꿈꾸며 무대에

'맘마미아'
'Mamma mia, here I go again / My my, how can I resist you? / Mamma mia, does it show again? / My my, just how much I've missed you / Yes, I've been brokenhearted / Blue since the day we parted / Why, why did I ever let you go?

흥이 절로 나는 가사다. 가사만 보고 있어도 멜로디가 저절로 떠오른다. 뮤지컬 <맘마미아>는 스웨덴 그룹 아바(ABBA)의 음악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Mamma Mia', 'Dancing Queen', 'Honey, Honey', 'SOS', 'I Have A Dream', 'Thank You For The Music' 등 제목만 들어도 반가운 곡들이 가득하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맘마미아>는 그리스 섬을 배경으로 싱글맘 도나와 딸 소피, 세 명의 남자가 그리는 사랑 이야기다. 1970~80년대 아바의 곡들이 이어져 국내 팬들에게도 향수를 자극하는 장수 뮤지컬로도 통한다.

국내에선 2004년 초연된 이후 900회 가까운 공연이 이졌다. 오는 8월 30일부터 6개월간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2년 만에 막을 올린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맘마미아>처럼 대중 가수의 곡으로 만든 뮤지컬을 통칭해 우리는 '주크박스' 뮤지컬이라고 한다. 동전을 넣고 원하는 곡을 선택하면 노래가 나오는 기계인 주크박스. 과거의 히트곡들로 채워진 뮤지컬을 이렇게 부른다.

결국 검증된 곡들을 통해 대중에게 가장 쉽고 빠르게 접근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그래서일까? 국내에서도 주크박스라 불리는, 대중가요를 무대에 올린 뮤지컬들이 성행하고 있다.

대중가요를 펼친 뮤지컬

"10대부터 중·장년층, 심지어 아시아 관객까지 넘보겠다."

14일부터 10월 23일까지 코엑스 아티움에서 초연되는 뮤지컬 <늑대의 유혹>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기획 단계부터 국내용이 아닌 아시아를 무대로 만들어졌다는 점과 10대들을 관객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그 속을 들여다보니 그 꿈은 다분히 실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늑대의 유혹>은 10대와 20대 초반의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스토리 라인을 가진데다가 주요 곡들이 아이돌 그룹의 곡들로 채웠다. 또 출연 배우들도 아이돌 그룹의 멤버나 대중 가수로 캐스팅 라인을 꾸며 대중성에 더 높은 비중을 두었다.

'어디만큼 왔니'
한 마디로 말하면 '대놓고 대중성과 상업성에 기반한' 뮤지컬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뮤지컬로, 그것도 국내 곡들로 만들어진 창작 작품이 해외로 진출하는 사례가 현실화되는 것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늑대의 유혹>은 2004년 영화로 개봉된 인터넷 소설 작가 귀여니의 동명작품이다.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아이돌 그룹 H.O.T, S.E.S, god, 카라, 소녀시대, 동방신기 등 K-POP을 주도하고 있는 아이돌 히트곡들이 대거 집결됐다. 아시아 관객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제작사인 PMC 프로덕션의 송승환 대표도 "아시아를 무대로 한 이번 작품은 K-POP이 그 주인공"이라며 "올해 초연을 한 이후 중국, 일본, 태국 등 한류 열풍이 부는 아시아 지역에 순회 공연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늑대의 유혹>이 해외에서 얼마나 흥행을 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PMC 프로덕션의 노하우를 본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듯싶다.

이미 <난타>를 세계적인 공연으로 끌어올렸으며, <달고나>와 <젊음의 행진> 등 주크박스 뮤지컬을 장수하는 작품으로 만들면서 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뮤지컬의 한류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즉 대중가요를 펼친 뮤지컬이 그 중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젊음의 행진'
2004년 초연한 이후 7년 간 꾸준히 공연되고 있는 <달고나>는 한국판 <맘마미아>로 불리기도 한다. 7080세대의 정서를 컨셉트로 과거 젊은 시절의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 박남정의 '널 그리며' 등으로 꾸며졌다.

<젊음의 행진>도 2007년 초연 이후 4년간 이어온 뮤지컬. 1980년대 음악 버라이어티 쇼였던 <젊음의 행진>을 무대로 당시 유행하던 가요인 윤시내의 '공부합시다', 강수지의 '보랏빛 향기', 김건모의 '핑계' 등 중, 장년층을 겨냥한 에피소드들이 한데 모였다.

2008년 초연한 뮤지컬 <진짜진짜 좋아해>도 조용필의 '못 찾겠다 꾀꼬리', 혜은이의 '진짜진짜 좋아해'와 '당신은 모르실거야', 이치현과 벗님들의 '당신만이', 이수미의 '여고시절',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 송골매의 '처음 본 순간', 이미자의 '열아홉 순정', 신성우의 '내일을 향해', 이장희의 '그건 너', 전영록의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봐', 나미의 '슬픈 인연', 김도향의 '바보처럼 살았군요' 등 30여 곡의 가요들로 꾸몄다.

이들 주크박스 뮤지컬들은 대부분 찾아 듣기 쉽고, 전달력이 좋은 대중가요들을 엮어 대중성을 확보했다. 또 초연의 경우 그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공연계가 꾸준히 내놓는 상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굳이 뚜렷한 스토리가 없이도 당시의 히트곡만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는 점에서 작품성 면에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스트릿 라이프' 부다사운드 제공
반대로 가요계는 환영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많은 가요들은 물론이고, 가수들이 대거 참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또 하나의 가요시장을 형성했다는 분석이다.

한 공연기획자는 "기존의 주크박스 뮤지컬은 복고적 무대만 만들면 소규모 극장에서도 공연할 수 있다. 소재와 무대에서 관객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그러나 작품성이 결여돼 너무 쉽게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를 뛰어넘어라

사실 주크박스 뮤지컬은 '컴필레이션'과 '어트리뷰트' 뮤지컬로 나뉜다. 앞서 말한 <늑대의 유혹>이나 <달고나>, <젊음의 행진>, <진짜진짜 좋아해>는 '컴필레이션 뮤지컬'로 불린다. 스토리 위에 한 시대의 여러 곡들을 넘버로 구성한 작품이 그렇다. 현재 국내는 컴필레이션 뮤지컬이 활짝 꽃을 피운 시기임에 틀림없다.

<맘마미아>를 비롯해 엘비스 프레슬리의 히트곡을 담은 뮤지컬 <올 슉 업>, 비지스의 곡들로 엮은 <토요일밤의 열기> 등은 '어트리뷰트 뮤지컬'이다. 한 뮤지션의 곡들을 엮은 작품들이다.

올해 국내에선 어트리뷰트 뮤지컬이 서서히 얼굴을 내밀었다. 지난 3월 뮤지컬 <광화문 연가>는 작곡가 고(故) 이영훈의 곡들로 제작됐다. 가수 이문세의 앨범에 주로 담겼던 '옛사랑', '깊은 밤을 날아서', '빗속에서', '휘파람', '그녀의 웃음소리 뿐', '광화문 연가', '가로수 그늘 아래', '붉은 노을' 등이 무대를 장식했다.

단일 음악가의 곡이 뮤지컬로 옮겨지는 건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자우림의 노래로 이어진 <매직카펫라이드>(2005)와 동물원의 곡들이 모인 <동물원>(2006) 정도만 있을 뿐.

몇 년 동안 잠잠했던 어트리뷰트 뮤지컬이 <광화문 연가>에 이어 올 여름에는 현존하는 가수의 두 작품이 더 소개된다. 그 주인공은 양희은과 DJ DOC. 양희은은 데뷔 40주년을 맞아 뮤지컬 <어디만큼 왔니>를, DJ DOC는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를 무대에 올린다.

7월 19일부터 공연될 양희은의 <어디만큼 왔니>는 고스란히 양희은 그 자체의 삶이다. 양희은은 무대에 오를 뿐만 아니라 젊은 시절의 양희은을 연기할 배우들의 오디션 심사위원까지 맡았다. 철저하게 양희은 자체를 담기 위한 작업이었다.

그녀의 히트곡 '아침이슬',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네 꿈을 펼쳐라' 등은 통기타와 함께 관객의 심금도 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뮤지컬은 양희은이 2004년 <언제나 봄날>이라는 드라마 콘서트 형식에서 따왔다.

준비기간이 오래 걸린 만큼 탄탄한 구성을 기대하는 관객들이 많다. "가수가 직접 자신의 뮤지컬 무대에 서 자신의 인생을 노래하는 건 처음"이라는 게 연출가 이종일의 설명이다.

DJ DOC의 <스트릿 라이프>(8월 3일~28일)도 5년이라는 준비기간을 거친 뮤지컬이다. CJ E&M이 지난 2006년 '영 아티스트 서포트 프로그램(Y.A.S.P)'에서 'DJ DOC 뮤지컬 프로젝트'로 기획, 개발했다. 이후 2010년 1월부터 뮤지컬 연출가 성재준과 함께 실제 작품 제작에 들어갔다.

DJ DOC의 멤버 이하늘이 음악 슈퍼바이저로 직접 참여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스트릿 라이프>는 DJ DOC 세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음악에 대한 열정과 무대, 서로 간의 우정 등이 그들의 음악과 함께 전개된다. 다만 무대에선 DJ DOC를 볼 수 없다. 성재준 감독은 "<맘마미아>를 능가하는 뮤지컬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처럼 올해만 세 개의 어트리뷰트 뮤지컬이 연이어 선보인다. 어찌 보면 본격적으로 첫 단추를 꿰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광화문 연가>의 호연이 어트리뷰트 뮤지컬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중가요와 가수가 창작 뮤지컬의 대안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관객과 호흡을 같이 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공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편에선 걱정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비컬'(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과 '드라컬'(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 공연계를 장악하며 마치 트렌트처럼 굳혀 가는 현상이 또 한 번 연출될 수 있기 때문.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주크박스 뮤지컬도 마찬가지다. 관객이 좀 모인다 싶으면 너나 할 것 없이 제작에 손을 뻗힐 것이다.

현재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주도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처럼 집중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며 소재 발굴 등 창작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오랫동안 사랑 받는 <맘마미아>같은 뮤지컬이 국내에서도 탄생한다면 그보다 기쁜 일이 또 있을까.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