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단절 후 정신ㆍ사회ㆍ육체ㆍ영적 휴식 통해원기 회복하고 몸과 마음의 안정 찾아 삶의 질 높여

도시의 밤은 언제나 환하게 밝혀져 있다. 잠을 안 자거나, 못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열심히 무언가를 하거나 열심히 사는 것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고, 열심히 산 결과는 만신창이가 된 심신뿐이다. 또 열심히 살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은 사람들은 늘 열패감에 사로잡혀 있다. ‘더 열심히 살라’고 채찍질하는 사회에서 개인은 지칠 수밖에 없다.

노력과 요령으로도 안 되는 시대는 사회에 비관과 부정의 정서를 퍼트린다. 이런 흐름은 최근 출간되고 있는 자기계발서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기존의 자기계발서가 처세술이나 시간 관리법 같은 ‘성공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요즘의 자기계발서는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는 긍정의 심리학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지만 이미 좌절의 수렁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긍정의 마인드 컨트롤은 쉽지 않다. 게다가 긍정 심리학이 말하는 것도 결국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기본적인 자세를 가리킨다. 대책 없는 긍정론이 더 이상 유효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것이 휴식의 기술에 관한 자기계발서들이다. 급변하는 사회에 흐름에 자신을 맞추고자 했던 사람들은 상처받고 피폐해진 심신을 발견하며 마침내 자신을 돌아보게 된 것이다.

이 책들도 지금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할 수 있다’, ‘힘을 내라’라는 응원보다 그런 도전을 할 수 있도록 먼저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적극적으로 휴식을 계획하라

많은 사람들이 쉴 틈이 없다고 말한다. 이런 말에는 휴식이 한가하거나 게으른 사람이 누리는 시간이라는 편견이 있다. 그러나 휴식의 존재 의미는 건강이나 활력뿐만 아니라 창의성과 사회적 유대까지 향상시켜준다는 데 있다. 때문에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도 적극적인 휴식의 기술을 익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생체주기의학센터의 디렉터이자 세계적인 수면 전문가인 의학박사 매튜 에들런드는 자신의 저서 <내 몸이 새로 태어나는 시간, 휴식>에서 이 적극적인 휴식을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해 설명한다.

정신적 휴식은 원기를 회복시키는 방식으로, 지성을 자신의 환경에 집중시키는 것이다. 이런 정신적 휴식은 더 많은 집중력과 성취를 가능하게 한다.

사회적 휴식은 사회적 유대의 힘을 이용해 긴장을 이완시키고 원기를 회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소속감과 단란함의 감정으로부터 심장병이나 암을 예방케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연구 결과는 사회적 유대가 고혈압을 억제하고 금연만큼 건강에 좋다고 말하고 있다. 또 최근 세계적인 장수인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역시 사회적 휴식이 인간의 생존에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영적 휴식은 우리 자신보다 더 크고 위대한 존재와의 연결을 추구하는 것으로, 명상이나 기도와 같은 종교적 활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런 영적 휴식은 내적인 균형을 잡아주고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기능을 한다.

육체적 휴식은 몸과 몸의 가장 단순한 생리적 과정들에 집중함으로써 차분함과 함께 정신적 기민함을 느끼게 하고, 무엇보다 건강을 향상시킨다. 에들런드 박사는 “이런 적극적인 휴식 기법은 몸을 새로 구성하게 하며, 이를 통해 심신이 더 편안해지고 더 많은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한다.

수면의 순기능을 충분히 활용하라

보통 휴식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잠을 가장 많이 떠올린다. 휴식의 기술을 알리는 책에도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수면의 중요성이다. 삶은 세포와 조직, 정보 체계를 끊임없이 재생하고 갱신하는데, 수면은 바로 그 재생에서 필수적인 부분이다.

우리는 자는 동안 의식이 멈추어 있기 때문에 잠의 엄청난 혜택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올바르게 자는 방법을 알고 이를 그대로 실행한다면 당뇨병이나 심장병, 뇌졸중 등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럼에도 직장인이나 학생, 전문직 종사자 등 모두가 피치 못할 이유로 밤잠을 줄이고 늦게 잠자리에 든다. 그래서 <행복의 중심, 휴식>의 저자 울리히 슈나벨은 그 대안으로 낮잠을 제안한다.

그는 처칠, 나폴레옹, 다 빈치처럼 역사적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위인들일수록 낮 시간에 필요한 휴식을 즐기는 기술을 완벽히 터득하고 있었다며, 낮잠의 순기능을 설파한다.

물론 아직도 한국의 기업에서 낮잠은 게으르거나 허약한 인상을 준다는 선입견이 있어 시도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휴식의 필요성을 절감한 회사들이 늘어나면서 직원들에게 낮잠을 비롯한 특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곳도 생기고 있다.

울리히 슈나벨이 말하는 종류별 낮잠의 기능

1. 원기 회복 낮잠(5~20분) : 주의력과 운동 반응 능력을 향상시켜준다.

2. 고전적 낮잠(20~30분) : 일반적으로 깊은 수면의 단계까지 이르면서 정신이 필요한 휴식을 얻으며, 과제 해결 능력도 좋아진다.

3. 고급 낮잠(60~90분) : 렘 수면을 포함한 완전한 수면 주기를 선물한다. 몸의 긴장을 출고 창의성을 가장 훌륭히 키워준다.

4. 에스프레소 낮잠 : 커피를 마시고 카페인이 작용하기 전에 바로 잠자리에 드는 것. 카페인은 보통 잠에 취한 느낌을 일으키는 물질을 분해하는 효과를 갖는다. 그래서 깨어날 때 아주 상쾌한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일은 작업장에 두고 와라

최근 몸의 재생이나 치유와 관련된 제품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핫스톤 마사지, 바이탈 에이징, 센슈얼 디톡스, 아로마 마사지 등이 그것이다. 이와 함께 긴장을 이완시키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도 연이어 출판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그만큼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트레스를 줄여야 건강에 좋다는 것은 굳이 의사가 아니어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줄이느냐인데, 이는 우리 몸의 부교감신경에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부교감신경은 휴식과 재생, 치유와 회복을 담당하는 신경이다.

이것은 심장 박동을 늦추고 눈동자를 수축시킴으로써 격렬한 에너지 소비를 억제하고, 소화액 분비와 창자 연동 운동을 촉진시켜 새로운 에너지 축적의 기회를 제공한다. 한마디로 부교감신경은 긴장을 이완시키고 심신 상태를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반면 교감신경은 생존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들, 가령 소화 시스템 같은 것의 기능을 떨어뜨림으로써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 그래서 교감신경이 끊임없이 활동하고 있으면 뇌는 새로운 상황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다.

이 두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지면, 몸은 직장에서 나와 집에 있어도 마음은 계속 직장에 머무는 상태가 지속된다. 즉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신경심리학자 마야 슈토르히와 정신의학자 군터 프랑크는 <휴식능력 마냐나>에서 제대로 휴식할 줄 아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점심 식사 전 5분 동안 좋아하는 잡지를 보는 것은 부교감신경을 촉진하는 좋은 방법이 된다.

퇴근 길에는 반드시 휴대전화를 끄고 몸도 마음도 직장에서 벗어날 것을 권유한다. 마지막으로 휴가 중에는 최대한 비효울적인 방법으로 시간을 쓰라고 말한다. 이처럼 휴식의 시간 동안에는 자신을 일의 세계와 완전히 단절시켜야만 완전한 휴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