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개국서 204편, 역대 최다 작품 선보이며 8월 31일 개최한류드라마 시상 7개 부문으로… 프랑스 등 해외팬 방문도

최우수 작품상 후보작 MBC <동이>
TV드라마는 이제 산업이다. TV드라마를 그저 두고 보고 즐기는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시대는 지났다. 잘 만든 드라마 한 편은 국익에 도움이 되는 잠재력 있는 상품으로 각광받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여기에 우리의 사회나 정치, 경제, 문화 및 국민성 등 다양한 현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대장금'과 '동이'가 한국의 역사를 알리고, '겨울연가'와 '미안하다, 사랑한다', '슬픈 연가' 등은 한국 젊은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전달한다.

그래서 한류가 등장한 이후에는 드라마뿐만 아니라 한국에 대해 알려고 인터넷을 뒤지거나 직접 방문하는 외국인이 많아지고 있다. 드라마의 파급력이 얼마나 큰지를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8월 31일 개최되는 세계 드라마의 축제인 '서울드라마어워즈 2011'은 한국 드라마에 대한 위상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기회다. 전 세계에서 제작된 드라마들을 한 데 모아 그 드라마들 중 독창성과 작품성을 지닌 드라마들을 심사해 최고의 작품을 선별해내는 작업을 한다.

올해로 벌써 6회째. 올해는 37개국 204편의 드라마로 역대 최다작품이 출품됐다. 드라마로 특화된 시상식은 없는 만큼 세계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우수 작품상 후보작 SBS <성균관 스캔들>
한류, 드라마로 하나되다

한국 드라마의 수출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다. 2000년대 이후 드라마 수출이 붐을 이루면서 국내에서 새롭게 제작되는 거의 모든 드라마들이 해외 바이어들에 의해 팔려나가고 있다. 오히려 팔리지 않은 드라마가 이상하다고 여겨질 정도다. 그래서 올해 '서울드라마어워즈'에서도 한류드라마에 한층 더 힘을 줬다.

'서울드라마어워즈'는 한류 열풍과 더불어 탄생한 시상식이다. 처음부터 한류를 위해 특화된 시상식이기도 했다. 이정옥 조직위원장의 말처럼 "혐한류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큰 이유다.

한류가 폭발적으로 반응하다 보니 해외에서 쏟아지는 시기와 질투에 맞서기 위한 것. 더 좋은 작품을 해외에 소개해 수출에 도움이 되는 중간자 역할을 자처했다.

반대로 해외의 최신 작품을 국내에 알리는 계기도 만들었다. 6년 동안 시상식이 진행되면서 드라마를 제작하는 50여 개국의 나라가 거의 한 번은 출품됐을 것이라는 게 조직위원회의 말이다. 그만큼 해외에선 '서울드라마어워즈'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미니시리즈 부문 후보작 KBS <드림하이>
올해는 특히나 한류드라마 부문에 대한 시상을 늘렸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한류 작품상을 최우수, 우수 작품상으로 나누고, 드라마 주제가상을 신설해 총 7개 부문으로 풍성하게 시상한다. 드라마 주제가상의 경우 대중가요 역시 한류의 선봉장으로 떠오르면서 이를 의식한 상이다.

그결과 이번 한류드라마 시상은 '최우수작품상', '우수작품상', '연출상', '작가상', '남자배우상', ' 여자배우상', '주제가상' 등으로 이뤄줬다.

작품상 후보에는 KBS '성균관 스캔들', '제빵왕 김탁구', '메리는 외박중', '드림하이'와 MBC '동이', '역전의 여왕', '마이 프린세스', '김수로', SBS '자이언트', '아테나:전쟁의 여신', '시크릿 가든',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나쁜 남자' 등 13편이 올라와 있다. 이들 작품에 출연한 남녀배우 10명이 각각 한류드라마 배우상 후보로도 지목된다.

이들 드라마들은 1차와 2차 투표로 선정됐다. 먼저 1차로는 한국수출협의회를 통해 지난해 4월부터 1년 간 방영된 드라마 중 해외 10개국 이상 또는 300만 불 이상 수출된 드라마를 기준으로 후보작 선정했다.

2차투표는 '코리아닷컴' 및 해외바이어 인기투표를 통해 선정됐다. 즉 해외바이어(30%)가 약 50명, 해외 한류 팬(코리아닷컴)(70%)이 약 100만 명을 합산해 결정했다. 단 연출 및 작가상은 온라인 인기투표 없이 국내 내외신 들의 투표를 통해 최종 수상자를 선정한다는 방식이다.

미니시리즈 부문 후보작 <네이키드 시티>
또한 이번 시상식은 그 어느 해보다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세계적인 한류 열풍과 함께 K-POP에 이어 한류드라마에도 관심을 보이는 프랑스의 '코리안 커넥션'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들은 얼마 전 프랑스에 한국 가수들의 공연을 성사시킨 숨은 주역들이다.

한국문화를 발 벗고 프랑스에 알리고 있는 팬들이다. 이들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페루, 멕시코 등 한류 팬들이 한국을 직접 찾을 예정이어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정옥 조직위원장은 "세계에 뻗어있는 해외 드라마 팬들과의 교류를 통해 한류 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드라마도 여성과 가족이다

"여성문제가 공통분모다." 우리가 드라마 수출의 표본으로 보는 건 '대장금'이다. '대장금'은 일본, 중국을 거쳐 중앙아시아, 유럽, 러시아, 미국 등 전 세계 곳곳에 수출돼 사랑을 받았다. 장금을 통해 본 조선의 궁정생활과 문화 등은 전파를 타고 해외에 전송됐다.

장편드라마 부문 후보작 MBC <반짝반짝 빛나는>
조선시대의 여성으로서 장금은 진취적이면서도 적극적이고 모범적인 인물이었다. 여성의 입지가 좁은 나라들에선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장금의 활약상에 박수를 보내며 '나도 장금처럼...'이라며 롤 모델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까지도 국내드라마의 대부분은 여성의 시각에서 사회와 문화를 바라보는 줄거리가 많다. 그런데 '서울드라마어워즈 2011'에 출품된 작품들도 여성에 대한 시선을 고루 갖췄다.

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회견에서 공개된 본심에 오른 후보작에도 여성에 대한 드라마들이 눈에 띄었다. 미니시리즈 부문의 '네이키드 시티(Naked City)'(포르투갈)와 장편 드라마 부문의 '레프트 온 더 셸프(Left on the shelf)'(아르헨티나), '댄스 아카데미(Dance Academy)'(호주) 등이 여성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네이키드 시티'는 여성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심문기술이 뛰어난 한 여성이 살인사건 수사팀을 맡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레프트 온 더 셸프'는 어머니와 세 딸의 갈등과 사랑이야기를, '댄스 아카데미'는 시골출신 여성이 최고의 댄서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드라마다.

또한 장편드라마 부분의 '네이버스(Neighbours)'는 호주에서 25년간 지속된 국민드라마로 각종 사회와 가족의 갈등을 풀어가는 드라마다. '파시오니(Passione)'(브라질)도 가족이 중심인 드라마로 출생의 비밀과 가족 간 유산 상속에 대한 갈등이 그려진다.

장편드라마 부문 후보작 <댄스 아카데미>
심사위원인 충남대 윤석진 교수는 "출품된 드라마의 대부분이 여성문제가 공통분모였다"며 "이들의 사회적 역할과 가족 내 위치, 억압받는 존재에서 구체적이고 능동적으로 변해가는 과정들이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범죄·수사물도 빠질 수 없는 스토리였다. 대표적인 드라마는 미니시리즈 부문에 오른 '루터(Luther)'다. '루터'는 영국 BBC에서 제작한 드라마로, 천재적인 연쇄살인마와 그를 쫓는 경찰이 주인공이다. 예심에선 대부분의 작품들이 범죄·수사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는 게 주최측의 설명이다.

심사위원 SBS 김영섭CP는 "예심에 출품된 22개국 77편 가운데 범죄·수사물이 주류를 이뤘다. 세계적으로 해외 판매수출에 관심을 보이면서 범죄물에 많이 치우친 경향이다"며 "작품적으로는 유럽과 미국의 수준이 높았으며, 아시아는 그와 격차를 보이면서 수준차이가 났다. 이제 선진국에 따라가기보다는 그 나라만이 가진 이야기와 독창성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한류드라마가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없을까. 최근 출품된 드라마들의 경향이 한국드라마와 유사한 게 많았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지적이다. 윤석진 교수는 "동남아시아는 한류드라마를 벤치마킹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며 "한국드라마가 책임감을 갖고 신중을 기해서 제작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편드라마 부문 후보작 <더 가디스 오브 더 토일릿>
단편드라마 부문 후보작 <골드 테일>
서울드라마어워즈 2011 본심 후보작 24편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