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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인생, 우리는 '무연사회'로 간다

1인 가구ㆍ노인 고독사 증가… 가족 해체 맞춰 준비해야 할 미래상
  • 고시원에서 취업 준비를 하며 혼자 사는 청년
죽음을 앞둔 춘화의 소원은 옛 써니의 멤버들을 다시 만나는 것이다. 이윽고 하나 둘 모인 7공주들은 대부분은 순탄치 못한 삶을 살고 있었다.

이에 '알고 보니 기업체 사장'이었던 춘화는 죽기 전에 친구들에게 커다란 선물을 남긴다. 멤버들은 행복해하며 춘화의 영정 앞에서 보니엠의 'Sunny'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춘다.

상반기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영화 <써니>는 훈훈한 결말로 여자들의 우정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이 '판타지'가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은 것은 병실에서 홀로 인생의 마침표를 찍은 춘화 때문이다. 그토록 많은 돈을 모았어도 임종을 지킬 한 명의 가족도 없었던 그녀는 마지막 순간 행복했을까.

골방에서 고립된 청춘들

물론 춘화처럼 모든 골드 미스가 독신을 고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남성과의 경제적 격차가 줄다보니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희미해진다. 출산 후 육아의 문제도 남아 있다.

  • 퇴근 후 싱글족들이 즐겨 찾는 카페를 찾는 여성들
남편의 수입만으로 생활이 어렵다면 아내는 또 다시 생계의 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 결혼 자체가 제약을 가지는 점도 무시하지 못한다. 그래서 결국'차라리 혼자 사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싱글 문화가 전 세대의 남녀 모두로 확산되고 있다. 독신 문화가 퍼진 이래 그 말의 대상은 주로 30대에 한정됐다. 하지만 지금은 독신의 길을 걷고 있는 40~50대도 적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

자의가 아닌 독신 인생을 사는 젊은 세대는 더 많다. 장기적인 불황으로 내 집 마련은커녕 좁디좁은 원룸이나 고시원의 쪽방에서 타인과 단절된 채 사는 사람들에게 결혼은 언감생심의 대상이다.

특히 고시원은 원래 취업 전 한 번쯤 '잠깐 머무는 공간'으로 기능했지만, 이제는 실업자와 직장인 등 모든 집 없는 세대들이 혼자 살아가는 대안거주공간이 됐다. 이런 '1인 가구'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사람들을 고립시킬 수밖에 없다.

고시원에 대한 사회학적 고찰을 시도한 책 <자기만의 방>에서 저자 정민우 씨는 고시원에서 거주하는 '원생'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청년 세대의 단절된 삶을 포착한다. 그 결과 고시원의 생활에서 가장 괴로운 것은 좁은 방도, 공동생활의 불편함도 아닌 비인간성이라는 대답을 얻는다.

  • 탑골공원 노인들
"누가 사는지는 알아요. 그 방 안에 틀어박혀 뭘 하는지는 모르겠어요. (중략) 친한 사람 … 그런 거 없고, 그냥 고독했어요. 진짜. 개미굴 안에 한 명씩 갇혀서 있는 (것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네모나게 구획된 방에 들어가 살고 때로는 방과 방 사이에서 마주치지만 서로 인사도 나누지 않는다. 손짓이나 음성을 물론 눈짓이나 표정으로도 서로 아는 체하지 않는다. 아는 척을 떠나 그런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기 위해 각자가 방에서 눈치를 보기까지 한다.

저자는 이런 고시원 생활의 특징을 '익명성'과 '무관심성'이라고 규정지으며,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관계는 부재하는 고시원은 사람들을 '유령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무연사회에 대비하는 방법

지난해 NHK 특집 방송을 통해 알려진 '무연사회(無緣社會)'는 일본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홀로 살다 죽은 고인의 유족이 유체 인수를 거부해 조문객도 없이 치러지는 장례 과정은 '장례식'보다는 '사체 처리' 과정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얼마 전 출간된 <사람은 홀로 죽는다>에서 무연사회 문제를 다룬 저자 시마다 히로미는 "사람들이 무연사회에서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 자체보다 '고독한 죽음'이다"라고 지적한다. 죽은 후 시간이 지나 발견되는 두려움보다도 화장된 후 아무런 인연도 없는 곳에 무의미하게 안치되는 상황이 너무 고독하다는 것이다.

당시 아사히 신문도 "부모와 자식으로 이루어진 '가족사회'는 이미 막을 내렸고 혈연·지연과 떨어져 홀로 생활하는 '고족사회'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20년 후에는 전체 가구 중 독신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40%에 달할 것이라며 우려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은 한국에서도 이미 진행되고 있다. 얼마 전 발표된 '2010 인구주택 총 조사'에서 1인 가구는 414만여 가구로 5년 동안 30%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속도를 감안하면 1인 가구가 가장 일반적인 가구 형태로 떠오르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무연사회에서 지금 당장 위험에 빠진 세대는 노년층이다. 독거노인이 1백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고독사(孤獨死)하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상황이 이러자 일본처럼 가족 대신 유품을 정리해주는 전문 업체들도 국내에 생기고 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옆집에 사는 사람과 관계를 맺지 않아 고독사하는 경우는 몇 년 전부터 있었지만, 마지막 마무리까지 타인의 손에 맡기는 세상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욱이 이제 무연사회는 노인만의 문제가 아닌 상황이다. 개인적인 삶을 중시하는 도시 생활, 하나의 트렌드가 된 싱글족, 가족의 해체와 맞물려 무연사회는 젊은 세대가 미리 준비해야 할 현대인의 미래상이 됐다.

그래서 시마다 히로미는 "도시생활에서 무연사회의 도래는 필연적"이라고 말하면서 "현대인들이 막연한 공포감에 휩싸여 현실부정적인 자세를 취하기보다는 무연사회의 삶과 죽음에 관한 진실을 정확히 보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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