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2011 OCI YOUNG ARTIST 유현경, 조민호 개인전 | OCI미술관 | 8월 14일까지
은밀한 공간, 벗은 몸들과 그 섞임을 암시하는 장면에 숨겼던 욕망을 들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야기가 모호할수록 환상은 강렬해진다. 관객이 이끌리는 것은 자기 자신의 체험과 결핍, 상상이다.
'일반인 남성 모델' 연작은 평범한 남성들의 벗은 몸을 재현한 작품이다. 얼굴은 없고, 몸은 '모델'과 거리가 멀다. 하지만 도발적이다.
남성이 여성의 벗은 몸을 묘사해 온 시선의 도식, 그 고전적인 권력 관계를 전복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20대 여성이고, 이 연작은 공고를 통해 모집한 남성들을 그린 것이다. 전문 모델이 아닌 일반인들을 그렸다는 점에서 발생하는 통속성이 관객을 더욱 자극한다.
작가는 은밀한 공간의 풍경을 그린 '그런 공간' 연작 등 다른 작품에서도 성적 환상을 재현하는 동시에 무덤덤하게 해부한다.
조민호 작가는 지난 4년 동안 숭례문이라는 '현상'을 좇았다. 역사성을 빙자한 연극적 행사들, 키치한 코스튬플레이와 역할 놀이들은 숭례문이라는 상징에 투사된 집단적 상상력의 실체였다.
폐허를 배경으로 한 기념 사진 촬영, 복원 현장을 가리기 위한 맥락 없는 구조물 등은 사회적 트라우마에 대한 세속적 정복 과정이었다. 도심의 공허를 메우는 데 국가적 정체성이 동원됐고, 국민들은 잊혀졌던 상상적 공동체를 다시 떠올렸다.
이 한바탕 악몽 같은 시절 동안 작가 자신은 화환을 등에 메고 서울을 질주하는 퍼포먼스를 벌인다. 그의 주변을 스쳐 가는 대규모 재개발 현장은 토지 보상금에 불만을 품고 불을 지른 방화범의 사연과 겹쳐진다.
하지만 동기와 효과가 어긋난 숭례문 방화 사건에서 '꽃을 멘 남자'의 질주는 무기력하다. 작가의 우스꽝스러운 퍼포먼스는 이 사건을 둘러싼 동상이몽을 풍자하는 것 같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