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 간 정보 수집, 처리, 전달하는 지능형 통신서비스통신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활용 가능성도 '무궁무진'

원격 진료를 가능하게 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1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계량기 조사원은 추억의 직업이 됐다. 모든 집에 가 설치되었기 때문이다. 근거리 무선 통신 기술이 장착된 는 전기, 가스 사용량을 에너지회사에 자동으로 전송한다. 각 가구의 시간대별 사용량과 기기 이상 여부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된다.

#2 최근 미국에서는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지는 자동차 보험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보험에 가입한 운전자들은 보험회사에 정기적으로 주행거리를 보고해야 한다.

번거로울 것 같지만 텔레매틱스 시스템이 갖춰진 차종을 이용하거나, 보험회사가 제공하는 주행거리 자동 확인장치를 설치하면 신경 쓸 일이 없어진다. 주행거리가 자동으로 보험회사의 전산망에 전송되기 때문이다.

지금 IT 업계의 화두 중 하나는 사물지능통신(Machine-to-Machine: M2M)이다. 사물지능통신이란 사물과 사물 간 지능형 통신서비스다. 기기들이 지능적으로 정보를 수집, 처리, 전달하는 네트워크 인프라와 서비스를 아울러 이른다.

GPS를 활용해 성범죄자의 위치를 자동으로 추적하는 전자발찌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실시간으로 버스 위치를 알리는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과 버스정류장 등도 사물지능통신의 한 예다.

스마트폰으로 하는 지하철 점검 서비스를 알리는 KT올레 광고
통신기술의 발전은 사물지능통신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공공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이 높아 '스마트 시티'를 지향하는 지자체, 정부 기관도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IT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사물지능통신 시장이 1~2년 내에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특히 복지와 환경 등의 분야에서의 기술 적용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집과 거리, 스마트폰에 가까이 온 사물지능통신은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꿀까.

자동 가로등부터 원격진료까지, 사물지능통신의 현재

주변이 어두워지면 저절로 켜지는 가로등, 농작물에 맞게 온, 습도가 조절되는 비닐하우스, 지하철 시설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최근 도입된 사례들은 사물지능통신이 실생활에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사물지능통신은 사물과 사물 간 지능형 통신 서비스다
가정용품에서 공공시설물까지 주변 기기들이 빠르게 스마트 기기로 진화하고 있는 지금, 사물지능통신의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위치 추적 기술에 기반한 물류 관리, 대기의 움직임과 하천의 오염도를 모니터링하는 환경 관리, 외부에서 집안의 보안, 냉난방 상태를 확인하는 원격 조정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가장 빠르게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분야는 자동차와 미터링이다. 내비게이션과 고속도로 통행료 자동 징수, 정보와 오락 제공, 자동차 안 응급상황을 감지, 대응하는 기능 등을 수행하는 텔레매틱스 시스템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 자동차에 장착되는 온스타가 대표적인 예다.

제너럴모터스의 중앙 콜센터와 연결되어 자동차 사고, 도난시 자동으로 신고하고 자동차 상태를 진단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의 다양한 인포테인먼트도 제공한다. 이 시스템과 연계된 애플리케이션도 출시됐다. 스마트폰으로 자동차 위치와 상태를 확인하고 문을 여닫거나 시동을 걸 수도 있다. 공상과학 영화에 등장했던 원격 조종 자동차에 한걸음 더 다가선 것이다.

전기, 가스, 수도 사용량을 기기 스스로 집계하고 요금도 알려주는 스마트 미터링은 편리할 뿐 아니라 에너지 절약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일정량 이상의 에너지 소비를 막거나, 가전제품을 모니터링해 불필요하게 새나가는 에너지를 찾아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국가에서 속속 실현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제주도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헬스케어도 주목받는 분야다.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도 건강 상태를 진단하거나 치료 받을 수 있는 원격 진료 서비스는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수요가 늘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통신서비스 개발업체인 브릿지솔루션그룹이 KT와 공동개발한 바이오센서네트워크는 환자가 바이오센서를 통해 신체 정보를 전송하면 의사가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의 기기를 통해 확인하는 시스템. 이를 응용하면 응급 상황에서의 원격 응급 처치, 군 작전시 군인들의 신체 정보를 통한 사상 현황 파악도 가능하다.

미국 통신사 AT&T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사 웰닥과 함께 당뇨 환자의 혈당 수치를 모니터링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이용자가 자신의 혈당, 탄수화물 섭취량, 복용 약물 등을 입력하면 담당 의사에게 정보가 전송되며, 이 기록은 AT&T의 클라우드에 저장, 활용된다. 대중화된 스마트폰과 네트워크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다.

예고 없는 지진과 폭우 등 잇단 환경 재앙은 안전 관리에 관련된 사물지능통신 프로젝트의 동기가 되었다.

스마트 미터기
최근 소방방재청이 발표한 '스마트 재난관리 추진계획'은 2015년까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재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는 공공 서비스를 구축한다는 것. GPS를 이용해 취약 지역을 감시하는 동시에 스마트 기기를 통한 상황 제보를 받고, 재난 지역에 물리적 현장지휘소를 설치하는 대신 모바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재난관리 워크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모바일 기기로 재난 전조 정보를 전송하고 현장을 점검하며, 피해자 지원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한다.

블루오션으로 주목 받는 사물지능통신

많은 국가가 디지털기술 정책과 관련한 마스터플랜에서 사물지능통신 육성을 중요한 비중으로 다루고 있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는 사물지능통신을 2025년까지 자국 국가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6대 기술 중 하나로 선정했으며, 유럽연합은 지식정보화 사회전략인 'i2010'을 통해 사물지능통신 시대를 대비한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구축 의지를 보였다.

2009년 6월에는 '사물인터넷 액션 플랜'을 발표했다. 중국도 작년 사물지능통신을 10대 유망기술 중 하나로 선정하고 세계 최초로 사물지능통신센터를 만들었다.

국내에서도 2009년 발표된 사물지능통신 기본계획에 따라 다양한 사업이 진행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춘천시의 수질, 대기질, 기상 관측 시스템과 공공시설물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고, 기상청도 기상 정보 수집 시스템을 고도화했다.

자동차와 IT기술이 결합된 텔레매틱스 시스템
지난 5월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운영하는 사물지능통신 종합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사물지능통신 사업 분야 중소기업이 아이디어를 시험 운영하고 성공적으로 상용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다.

정부 주도의 육성 정책은 새로운 시장을 찾는 IT업계의 요구와 맞물려 사물지능통신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휴대전화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통신사업자들이 사물지능통신에 눈을 돌리고 있다. 스마트폰의 대중적 보급,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수요 증가도 새로운 통신 서비스에 대한 기대를 낳고 있다.

유럽의 통신, 인터넷, 미디어 조사기관인 IDATE는 2014년이면 전세계적으로 사물지능통신 시장이 약 45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같은 기간동안 국내 시장은 약 7.6조 원 규모로 형성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시장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공공 서비스 구축만으로는 부족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킬러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7월28일 한국기술센터에서 열린 디지에코 세미나 'M2M이 가져올 미래 사회의 모습과 사업 기회'에서 장원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방송통신사업부 부장은 "소비자 개개인의 요구에 맞는 서비스가 얼마나 창출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디지털 액자, 전자책 등의 사적 서비스가 활성화될 때에만 사물지능통신 시장이 기대만큼 확장될 것이라는 뜻이다. 스마트폰과 연동된 서비스가 적극적으로 고안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GM의 온스타 시스템
사물지능통신, 삶의 질 높일까

일본이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2025년까지 달성하려는 사회의 청사진인 '이노베이션25'는 사물지능통신이 실현시킬 미래의 모습을 담고 있다. 사람들은 집안의 기기를 통해 매일 자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로봇의 도움을 받아 집안일을 하게 된다. 잠들 때는 저절로 최적의 취침 환경이 조성된다.

스마트 기기는 이용자에게 알맞은 구매 목록과 상품의 생산 이력을 제공해주고, 독거 노인의 집마다 응급 상황을 감지하고 대응하는 센서 시스템이 설치된다.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이용하면 자동 운전이 가능하고, 지능형 전력망을 뜻하는 스마트 그리드의 보급으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된다. 환경 재해는 예측할 수 있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응책이 신속하게 운영된다.

물론 이 모든 결과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노인, 여성,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고 살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인프라로서의 사물지능통신의 가능성이 구현될 때에만 가능하다. 지금부터 실현될 사물지능통신의 미래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스마트 시티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사물지능통신은 더욱 각광받고 있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