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2011 한-아세안 멀티미디어 공모전 FUTURE IMAGE 갤러리 팔레 드 서울 8월 14일까지

안성석, 'For the New Possible Tomorrow'
서양미술사에는 정통해도 아시아미술사는 낯설다. 램브란트의 회화보다 태국 불상이 더 이국적으로 느껴진다. 그만큼 우리의 인식이 서구 문화에 길들여져 있다는 뜻이다.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세계화는 각 지역의 문화를 서구 중심적으로 재편한 과정이기도 했다. 정치, 경제적으로 불평등한 국제 관계는 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문화적 지형의 획일화에 대한 대항은 세계화 시대와 지역성 간의 균형을 찾으려는 '글로컬리즘'으로 나타났다. 정보와 기술의 공개, 민주주의의 확산 같은 세계화의 열매를 지역 고유의 가치와 연결하려는 움직임이다. 지역의 생활과 역사를 존중함으로써 문화적 다양성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글로컬리즘은 예술 분야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되고 있다. 팔레드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2011 한-아세안 멀티미디어 공모전 FUTURE IMAGE>는 한국과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 아세안)이 교류한 미디어아트 전시다. 10개국의 큐레이터와 미술 작가들이 참여해 아시아 지역에서조차 주목받지 못한 동남아시아미술이 새로운 매체를 통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브루나이와 캄보디아, 필리핀과 베트남 등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의 시선은 신선하고 진지하다. 자본주의의 고도화와 재개발 계획이 낳은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할지에 대한 고민이 눈에 띈다. 애정과 애도, 비판과 유희를 넘나들며 지역적 일상과 풍경을 바라본다.

조규성, 'Bubble #1'
인도네시아 작가 페비안 누라만 삭티네가라와 아리 나프타리 하우 헤데는 낡고 버려진 건물을 위한 뮤직비디오를 만들었고, 캄보디아의 호엥 케오마카라 작가는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는 광경을 담았다. 라오스의 타나보라킷 코운타왓피뇨 작가가 과장되게 표현한 유흥지의 불야성은 화려하지만 공허하다. 우 시위 작가가 찍은 폐허와 첨단 시설물이 공존하는 싱가포르 풍경은 그 이면 같다.

작가들은 과거와의 연관 속에서 미래를 모색하려는 고민을 놓지 않는다. 한국의 안성석 작가는 광화문 일대의 과거와 현재를 겹쳐 놓음으로써 공간의 역사성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태국의 차나팁 케아우숙 작가는 오래된 가게들에 쌓인 시간의 흔적을 찍었으며 베트남의 린 두옹 작가는 구룡강의 토착적 삶이 인기 있는 관광 대상이 되면서 개발될 위기에서 벗어난 아이러니를 담아낸 비디오 작업으로 "미래는 과거 속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동남아시아 미술을 통해 미술의 미래를 볼 수 있는 < FUTURE IMAGE > 전은 8월14일까지 열린다. 02-730-7707


Hoeng Keomakara, 'Building Development'
Thanavorakit Kounthawatphinyo, 'Wheel of Life'
Wu SiYi, 'Transitional Landscape'
Chanathip Keawsuk, 'Portrait of Pealhee Coffee Shop'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