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소설 전문작가 김종일 세 번째 장편 출간

소설가 김종일씨는 국내 몇 안되는 공포소설 전문작가다. 대개 장르문학 작가들이 2,3개의 경계를 넘나들며 소설을 쓰지만, 김종일 작가는 줄곧 공포소설을 써왔다.

2004년 황금드레곤문학상을 수상한 <몸>을 비롯해 장편 <손톱>, 2006년부터 결성된 '매드클럽' 회원들과 매년 기획, 출간하고 있는 <한국 공포문학 단편선> 등 그가 낸 책은 모두 공포소설이었다.

두 편의 장편을 비롯해 발표한 작품 상당수가 영화 판권이 팔리며 그의 소설은 일반에 알려졌다. 2010년 네이버 오늘의 문학을 통해 소개된 단편 '놋쇠황소'는 조회수 10만을 넘으며 '김종일 마니아'까지 생기게 한 작품인데, 이 역시 영화에 판권이 팔린 상태다.

최근 그가 세 번째 장편 <삼악도>를 출간했다.

주인공 오현정은 장르 문학상을 수상한 뒤 전업작가가 되기로 결심하지만 출간된 첫 책이 관심을 받지 못하면서 절망스러운 상황을 맞는다. 월세 30만 원조차 마련하지 못하게 된 그녀는 충무로에서 주목받는 신인감독 박광도로부터 각색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고 수락한다.

감독은 한발 더 나아가 '삼악도'라는 섬으로 들어가서 함께 각색 작업을 해 달라고 요구하고 5배에 달하는 위약금이 두려운 오현정은 따라나선다. 이곳은 감독이 태어나 자란 곳으로 날마다 피를 뿌려야 우화가 없는 악의 공간이자 이전까지 3명의 작가들이 희생된 곳이다.

그녀는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글이 제대로 나오지 않자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떠나겠다고 밝히지만 감독은 그의 목숨을 위협하기에 이른다.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은 몇 가지 장면과 상황만 구상한 채 시작했다고 밝혔다. 작품 쓰게 된 배경이 뭔가?

"구상하는데 1년 이상, 집필하는데 1년 8개월가량 걸린 작품이다. 개인 카페에 먼저 연재한 작품인데, 예상보다 반응이 좋았다. 출판사에서 책을 내기로 하고 원고를 다듬은 게 올해 초다."

제목인 '삼악도'는 불교에서 '악인이 죽어서 간다는 괴로운 세상'이란 뜻으로 설명된다. 실제 이 소설은 삼악도를 뜻하는 '아귀도', '축생도', '지옥도' 3장으로 구성된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소설은 자본주의의 현실을 지옥이라는데서 시작한다. 소설 속 작가 오현정과 감독 박광도가 피고용과 고용주로 묶여있듯이 돈을 매개로 하는 이상 관계는 틀지어지게 마련이다.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자체가 지옥이라 생각한다. 소설의 제목, 공간인 삼악도는 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말이다."

대다수 장르소설 작가들이 여러 장르를 쓰는데 반해 김종일 작가는 공포소설만을 써왔다. 이유가 있나?

"예전에 나도 순문학을 습작하면서 신춘문예에 도전하기도 했다. 첫 공포소설을 쓴 게 장편 <몸>이었고, 내 적성과 맞는 작품 같았고 쓰면서 재미도 느꼈다. 이 작품으로 황금드레곤문학상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공포소설을 썼다. 최근에는 장르를 넓혀보려 하고 있다. 공포소설은 독자층이 얇은데다 공포소설 자체를 꺼려하는 독자들이 있어 평가를 받기 전에 외면 받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계획은?

"장편 <개미지옥>이 책으로 나올 예정이다. SF적인 요소가 담긴 역사소설인데, 그 작품을 다듬고 있다. 내 소설 <도둑놈의 갈고리>를 원작으로 한 영화 시나리오를 각색하고 있고 공포소설 작가들의 모임 '매드클럽'에서 펴내는 중편 작품집 <매드클럽 컬렉션>을 출간할 계획이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