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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추진설 '모락모락'… "8월 러시아서 양측 밀사 만났다"

●남북한 퍼즐맞추기 숨은그림은…
  • 이명박 대통령
내년초 개최설 유력, 남측 정국전환용 필요
북 강성대국 원년에 경제 문제로 더 급해

양측 정상들 순방즈음 장성택-박영준 접촉
모종의 메시지 전달… 홍준표 방북도 눈길


내년 2012년은 남북한 모두에 매우 중요한 해이다. 한국은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임기를 마무리하는 데다 대선이 예정돼 있고, 북한은 강성대국 원년을 맞는다. 남북이 공히 역사적 전환점을 맞을 가능성이 높은 시기다.

그래선지 최근 남북한 간에 변화의 조짐이, 그것도 아주 두드러지게 표면화되고 있다. 서로 으르렁대며 지낸 지난 4년과 비교하면 어색한 변신의 모양새를 갖춰가는 양상이다. 지난 8월 이명박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3국 순방에 나서고, 비슷한 시기에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9년 만에 러시아를 공식 방문했다. 남북한-러시아 3국 정상회담 이야기도 그때 나왔다.

남북한은 그동안 몇 차례 최고위층 접촉을 시도했지만 서로의 이해가 다르고 주도권 다툼으로 얼굴만 붉힌 채 갈라섰다. 북한측은 외교 관례를 깨고 비밀접촉 내용을 공개하는 비신사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8월 24일 러시아 울란우데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차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북한측서 더 서둘러

양측이 그렇게 머뭇거리고 있을 때 러시아가 해결사로 나선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는 등 중간에서 조연 역할을 훌륭히 해냈고, 남북한-러시아 가스관 연결이라는 그럴듯한 현수막에 공연 무대까지 열어줬다.

남북한 정상은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울란우데라는 거리를 두고 차례로 무대에 올랐고, 수행원들은 제 각각 맡은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 양국 정상들이 무대에 올라 있는 동안 수행원들은 무대 밖에서 남북한 간 현안들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에는 남북정상회담 시나리오가 들어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국 순방과 김정일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남북한 정상회담을 향한 합동공연의 리허설로 평가하기도 한다.

서두른 쪽은 북한인 듯하다. 당장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앞두고 북한은 '핵보유국' 인정과 '경제자립'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선결과제인 핵보유국 인정을 받기 위해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에 적극 나섰지만, 미국은 경제위기라는 국내 사정으로 북한핵은 후순위로 밀린 상태다.

경제사정도 최악이다. 지난 여름 장마로 인한 피해에다 가중된 식량및 에너지난으로 민심 이반이 심각하다. 북한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 중국, 러시아의 문을 두드렸다. 지난 4월 북한 경제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하고, 5월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이어, 8월에는 김 위원장이 직접 러시아를 찾았다. 경제지원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한편, 북한에 대한 미 중 러 3국의 인식을 확인해보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즉 미 중 러 3국에게 더 이상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남한과 관계 개선에 나서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정부 지지도 올라갈것"

결론은 미 중 러 3국이 북한과 현상유지를 바랄 뿐 북한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도, 여력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게 북한 소식통의 전언이다. 미국은 세계경제 위기에 발목이 잡혀 있고, 중국은 의례적인 관계에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넓히려 하고, 러시아는 북한을 돌볼 기력이 없다는 것.

임기를 1년 가량 남겨둔 이명박 정부도 남북관계에 관한 한 여유가 없다. 10‧16 서울시장 선거에 이어 내년 4월 총선이 끝나면 국민의 관심은 차기 정부에 쏠릴 수밖에 없다. 더구나 현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낮은 상태에서 남북관계 변화, 가령 정상회담은 최고의 카드가 될 수 있다. 국민의 지지를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고, 임기 마지막 업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밀접촉 공개 수모도

그동안 이명박 정부는 여러 차례 정상회담을 추진해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지난 6월에는 북한이 남측의 비밀접촉 내용을 공개해 수모를 당하기까지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국 순방과 김정일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비슷한 시기에 이뤄지면서 양측 핵심인사들이 자연스럽게 러시아 모처에서 만나 남북 현안들을 논의하기에 적절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 일부 언론은 우리 최고위층이 몽골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매제이자 실세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만난 것으로 보도했다. 우리 최고위층 인사로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본인은 부인)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남북 고위층이 접촉한 지역은 러시아의 한 도시이고 우리 측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북한 측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매제이자 실세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나섰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월 21일 중앙아시아 3국 순방에 나설 때 박 전 차관은 다른 비행기 편으로 타국을 경유, 러시아의 한 중소도시로 가 북측 관계자를 만났다"고 말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남북한 중요 현안과 관련해 접촉(회동)할 때는 반드시 이명박 대통령을 대신할 인물을 요구한다고 귀띔한다. 이 대통령의 '분신'이라 할 만한 친형인 이상득 의원,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류우익 통일부장관, 박영준 전 차관, 그리고 대통령 비서실장 정도가 여기에 속한다.

박 전 차관이 장성택 부위원장을 만났을 때 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남북경협을 토대로 한 정상회담까지 담겼다는 얘기도 들린다.

박 전차관은 전면 부인

하지만 박 전 차관은 이른바 '특사', '밀사' 설을 부인했다. 8월 21일께 해외 출국 의혹과 관련, 그는 "8월 21일은 중동 아부다비에서 러시아 가즈프롬(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사가 주최하는 문화행사 초청을 받았지만 사정이 있어 가지 못했다"며 "해외로 나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 전 차관은 나아가 "남북한 간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나는 그 일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박 전 차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과 김정일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과정에 남북이 접촉한 개연성은 높아 보인다. 북한통인 주한 러시아 외교관 S씨는 "북한 고위 인사들은 이번 남북 접촉 사실을 알만큼 안다"고 전하기도 했다.

국내 동향과 주변국 정세를 종합할 때 남북 간의 변화는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남북 모두 변화와 관계 개선이 절실한 만큼 단순한 접촉을 넘어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획기적인 사건도 점쳐진다.

메드베데프 적극 중재… '거마비 제공설'나돌아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계기를 마련한 러시아발 남북 접촉에 한국이 러시아에 제공한 '거마비'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을 시베리아의 울란우데까지 초청하고, 러시아의 모처에서 남북이 회동하는 무대를 마련하는 데 거마비의 약발이 작용했다는 것.

거마비는 남북한-러시아 가스관 연결사업과 관련해 계약금 명목으로 지불됐다는 얘기가 들린다. 가스공사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고 있지만 러시아 외교가에서는 그럴듯한 소문으로 떠돈다. 남북관계에 무심한 러시아가 전과 다르게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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