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신소를 아시나요주업무는 '사람 찾기' 첫사랑·가족… 애완견까지할 일 많은 '불륜 조사' 미행하다 '험한 꼴' 당하기도

흥신소는 고객의 요청에 따라 대가를 받고 기업이나 개인의 신용, 재산 상태, 개인적인 비행 따위를 몰래 조사하여 알려 주는 일을 하는 사설 기관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론 꺼려지는 곳이기도 하다. 각종 미디어에서 흥신소를 어둡고 거친 곳으로 묘사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론 어떨까. 올해로 꼭 10년 째 흥신소에서 일해 왔다는 김정길(39ㆍ가명)씨를 만나 흥신소의 모든 것을 빠짐없이 들어봤다.

김씨에 따르면 흥신소의 주업무는 '사람 찾기'다. 통상적인 절차는 우선 주민등록번호, 핸드폰 번호 등 신상정보를 포털사이트 등에 검색, 해당자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IT시대에 발맞춰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는 것. 이후 자주 사용하는 이메일이나 인터넷 쇼핑몰 등을 해킹해 배송정보에 표시된 실거주지를 알아낸 뒤 현위치를 파악, 의뢰인에 보고하는 것으로 업무는 끝난다.

사람 찾기도 그 종류가 다양하다. 가장 기본적인 건 '단순조회'다. 신상정보나 전화번호 등을 의뢰인에 건네는 것이다. 업계 평균가는 40만~50만원선. 정보만 전달하는 것치곤 적지 않은 가격이다. 그러나 김씨는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라고 말했다.

"우리가 직접 조회하는 게 아니에요. 브로커를 통해 정보를 사와야 해요. 실제로 브로커를 만난 적은 없어요. 신상이 노출되는 걸 극도로 꺼려해서 전화를 통해서만 거래해요."

김씨는 브로커가 공무원이나 금융ㆍ통신 관계자일 것이란 막연한 추측만 했다. 이들 브로커는 흥신소가 개업하면 귀신같이 알고 연락을 해온다는 설명이다.

실거주지를 파악하는 일도 한다. 단순조회에 실거주지에 대한 정보까지 더해진 것. 가격은 착수비용 50만원에 성공보수 100만~150만원 정도다. 가출한 배우자나 청소년 등을 직접 찾아 나서기도 한다. 가격은 300만~500만원으로 다소 비싼 편. 직접 발로 뛰어야 하는데다 다수의 인력을 동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출한 사람들은 통상 돌아가고 싶지 않아하는 속성이 있어요. 일단 자신이 노출됐다고 파악되면 다른 곳으로 숨어 버리죠. 따라서 대상자에게 들키지 않는 게 관건입니다. 이를 위해서 지리와 이동경로 등을 미리 파악하고 미행에 잠복까지 해야 하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밖에도 첫사랑, 채무자, 심지어는 애완동물을 찾기 등을 위해 흥신소 문을 두드리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사람 찾기 외에 불륜 조사 역시 많은 요청이 들어오는 업무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한편으론 흥신소 사람들이 가장 기피하는 업무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배우자가 모든 정보를 주기 때문에 업무가 가장 수월하긴 하지만 내연녀 찾기, 미행, 잠복, 차량추적, 촬영 등 해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게다가 자칫 '험한 꼴'을 당하기 십상이다.

"일단 내연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업무에 착수해요. 직장에서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내연녀를 만날 경우 모텔에 들어가기 전까지 추적을 합니다. 일단 모텔에 함께 들어가는 장면과 나오는 장면을 모두 찍어야 해요. 모텔에서 보내는 시간은 2시간 정도가 보통인데 가끔씩 자고 오는 경우도 있어요. 여간 곤욕스러운 게 아닙니다."

증거사진을 획득한 다음엔 불륜현장을 잡아야 한다. 이때 해당 숙박업소에 의뢰인과 경찰을 불러 체모 휴지 피임기구 등 증거채취와 현장사진을 촬영하게 되는데 좋은 꼴을 보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비행이 들통 난 이의 분노가 애꿎은 흥신소 직원을 향하기 때문이다. 욕설은 기본,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이처럼 사람들은 제각각의 사연을 가지고 흥신소 문을 두드린다. 그러나 돈만 준다고 해서 무조건 의뢰를 받아들이는 건 아니다. 복수나 스토킹 등 불법적인 일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번은 '은사님을 찾는다'는 말에 사람을 한 명 찾아준 적이 있어요. 나중에 문제의 고객이 은사라는 사람을 반죽음 시킨 뒤 구속됐다는 얘길 듣게 됐어요. 은사가 아니라 사실은 원한관계자였던 거죠. 또 스토킹 하던 사람 차에 붙어 있던 핸드폰 번호를 가지고 와서 신상조회를 부탁한 경우도 있었어요. 그런 일을 몇 번 겪고 나니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으면 '당사자에게 당신이 찾고 있다고 말해도 되느냐'고 물어봐요. 그럼 십중팔구는 말을 얼버무리다 자리를 떠나죠."

김씨는 좋은 흥신소를 고르는 요령에 대해서도 귀띔해줬다. 서울에 있는 흥신소만 수백여개. 그만큼 불량 업소도 많기 때문에 뭣 모르고 갔다간 바가지는 기본, 돈 떼이기 십상이라는 설명이다.

"일단 사무실 유무를 확인하세요. 거점 없이 번호만으로 영업을 벌이는 이들이 많은데 잠수타면 그대로 돈 떼이는 거 에요. 돈도 한 번에 주지 마세요. 선금과 성공보수로 나눠 지급하세요. 그리고 실력 있는 곳인지 적정 가격대가 어느 정도인지 미리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흥신소 직원이 되기 위해선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조건은 필요 없다. 아카데미 등에서 사설민간조사 자격증을 발행하긴 하지만 국내엔 아직 민간조사법이나 사설탐정법이 없기 때문에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들의 업무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있다. 이에 김씨는 국내에도 민간조사법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사실 경찰 등 공권력이 해줄 수 없는 부분이 많거든요. 국내에도 하루 빨리 관련법이 도입돼서 국민들에게 양질의 수사 및 조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돼야 합니다."



유준상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