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읍의 송악산에서 산방산에 이르는 해안은 시공을 가로지르며 역사의 한 단층을 볼 수 있는 장소이다.

사람 발자국과 동물들의 발자국 화석이 해안에 있어 인류의 기원과 진화를 밝혀주는 귀중한 유적이며 활발한 화산 활동 시기에도 사람들이 살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여기서 가까운 곳에 패총이 발견됨으로 선인들의 생활상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장소이기도 하다.

산방산과 산방굴사에는 제주의 신화와 전설이 서려있으며, 대정 향교와 추사 유배지 유적은 김정희를 비롯한 제주의 유배지 역사를 볼 수 있다. 또한 용머리 해안은 네델란드인 하멜 일행이 표류하다 조선에 표착한 장소로 추측하여 그 기념비를 세워 놓고 있다.

송악산의 바닷가 해안절벽에는 일제 강점기의 태평양 전쟁 말기 일본군이 미군의 본토 상륙에 대비하기 위해서 제주도를 결사항전의 기지로 삼아 송악산 외륜 진지를 구축하게 되고, 제주 서남부 해안 및 알뜨르 비행장을 방어하게 된다. 지금도 이런 군사 시설들의 흔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제주도의 가슴 아픈 역사 가운데 하나가 4.3항쟁을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제주도 전역에서 벌어진 현대사의 비극은 이곳도 예외는 아니어서 섯알 오름과 백조일손 묘역은 그 아픔을 새길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 아름다운 해안가를 걷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다. 자연이 만들어놓은 경관과 거기에 담겨있는 역사는 우리의 국토를 의미 있게 반추해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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