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때 이명박 후보진영의 박형준 대변인이'도곡동땅 차명보유' 주장에 대해 매각 흐름도를 보여주며 해명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명박 대통령의 '땅' 문제가 시끄럽다. 퇴임 후 거주하기로 계획한 서울 서초구 내곡동 땅이 '의혹' 덩어리로 여론의 뭇매를 맞자 백지화 깃발을 흔들며 물러섰는데, 이번엔 '주홍글씨'처럼 남아있는 '도곡동 땅' 이 다시 꿈틀댈 조짐이다. 국내에서 마무리된 것으로 한시름 놓았던 문제가 미국 검찰의 관련 사건 수사로 인해 재현될 모습을 보이는 양상이다.

'도곡동 땅' 논란은 BBK사건과 함께 2007년 최대의 이슈이자 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었다.

도곡동 땅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박근혜 후보를 돕던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김만제 전 포항제철 회장이 '이명박 의원이 1993년과 94년 세 번이나 찾아와 (도곡동 땅을) 사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하면서다. 이 대통령은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시절 검증청문회에서 "도곡동 땅은 나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고, 검찰은 2007년 12월 대통령 선거일에 임박해 "이명박 후보가 도곡동 땅의 실제 소유주라는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이렇게 묻힐 것 같았던 도곡동 땅 논란은 2009년 11월 안원구 당시 국세청 국장이 "2007~2008년 포스코건설 세무조사 과정에서 도곡동 땅의 소유주가 이명박 대통령이란 자료를 봤다"고 폭로하면서 재점화됐다. 그러나 국세청이 자료의 존재를 부인하면서 일단락됐다.

다스와 관련성 여부 관심

에리카 김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은 당초 도곡동 땅 매각 대금의 일부가 이 대통령 일가가 운영하는 다스로 흘러 들어가고, 다스가 2000년 3월 이 대통령과 관련 있던 BBK에 190억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하면서 부각됐다.

다스는 2003년 미국에서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를 상대로 투자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김씨는 자신이 대표로 있던 옵셔널캐피털의 주주와의 소송에서 져서 미국 법원으로부터 "스위스 계좌에 있는 김경준씨의 돈은 누구도 인출해서는 안 된다"는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상황이 급변한 것은 지난 2월 말 이 대통령의 도곡동 땅 의혹의 '키맨'인 한상률 전 청장의 귀국에 이어 BBK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 전 대표의 누나 씨도 같은 시기 입국하면서부터. 은 2007년 당시 김 전 대표와 함께 주가 조작 등을 통한 회사돈 횡령과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나 미국 시민권자인 탓에 그간 기소중지된 상태였다.

은 입국 전인 2월1일 미국 법원의 명령을 어기면서, 돈을 돌려주지 않아도 무방한 다스에 140억원을 돌려주었다. 그리고 2월 말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그림 로비'를 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한상률 전 국세청장 역시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갈수록 '레임덕'에 다다른 이명박 정부가 정권에 힘이 남아 있을 때 두 사람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로 끝내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무슨 역할 했나

그러나 한상률 전 청장과 이 묘한 시기에 거의 동시에 입국한 데에는 미국의 힘과 전략이 내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입국이 국내 항공이 아닌 미국 비행기로, 오산 미군비행장을 통해 입국한 것이 그것을 말해준다.

그래서 의 '기소유예' 처분은 언제든 기소를 할 수 있고, 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을 또 다시 건드릴 수 있다는 위협시구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한상률 전 청장은 이 대통령의 도곡동 땅의 진실을 알고 있는 장본인 중 한 명으로 '무죄'라는 당근을 받았으나 MB에겐 '뇌관'과 같은 존재다.

현재 미국 연방검찰은 법원의 '인출 금지 명령'을 어기고 스위스 계좌의 돈을 다스로 송금한 과정을 수사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관련된 다스가 미국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르는 모양새다. 끝난 것처럼 보였던 이 대통령과 김경준-의 '도곡동 땅' 전쟁도 꺼지지 않은 불씨로 다시 점화될 여지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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