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 회장이 올해 2월 호주의 앵구스(Angus) 광산 갱도에 들어가 생산되는 석탄을 직접 확인하고 현장 소장으로부터 석탄 개발에 대한 현황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100조원 매출에 40조원 수출. SK가 작년에 기록한 수치다.

매출과 수출 모두 사상 최대실적이었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은 SK는 올해 가 그 기록을 갈아치울 기세다. 상반기에 제조업 수출금액만 18조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수준을 넘어섰으며 올해는 40조원 돌파가 점쳐진다.

석유화학사업과 통신사업을 양대축으로 하며 내수 중심의 산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은 고정관념에 불과하다는 것이 SK의 설명이다.

특히 제조업종의 경우 전체 매출의 60% 수준이 수출 등 해외사업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SK그룹이 수출주도형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은 최태원 회장의 수출드라이브 정책이 본궤도에 올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10년 전인 지난 2000년 신년사에서 "국내시장에서의 성공 경험과 경쟁력을 갖고 있는 SK가 기업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은 글로벌 진출"이라고 강조한 이후 적극적으로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펴왔다.

SK 관계자는 "SK그룹 제조사의 수출 증가는 전반적인 석유제품의 수요증가 외에도 세계적인 정제기술과 세계 두번째로 개발한 친환경 플라스틱 수출 호조, 고부가 PET 필름 등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면서 "하반기에도 기술력 있는 제품들의 글로벌 수요가 늘어나 수출증가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글로벌화 최우선 전략

최 회장은 글로벌 전략의 성과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투자가 뒷받침해야 한다고 보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2조원 규모의 울산 제2차 중질유 분해시설(RFCC) 투자, 1억 달러가 넘는 인도네시아 윤활기유 공장 투자, 5,000억 원이 넘는 페루 LNG 공장 투자 등 국내외 투자가 잇따라 단행되면서 해외 자원생산 및 마케팅 거점이 마련됐다.

최 회장이 SK회장으로 취임하기 직전인 1997년 SK 제조업의 수출 비중은 30.8%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0년 들어 최 회장의 글로벌 전략이 본격화되면서 2006년에 50.3%를 기록, 처음으로 50%를 넘어섰고 현재는 60%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해외시장 공략에는 SK만의 방식이 주효하고 있다는 평가다.

SK건설은 최근 이집트에서 35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 이집트 수에즈만 북서쪽에서 연간 135만t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석유화학단지 건설에 참여하는 것으로 아프리카 신규 시장에 진출하는 기념비적인 프로젝트가 될 전망이다.

이번 프로젝트 수주에는 최 회장이 강조해온 '종합 솔루션 사업모델(TSP)'이 자리 잡고 있다. SK에너지와 SK종합화학 등 SK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핵심 역량을 결집해 해외에서 설계ㆍ구매ㆍ시공뿐만 아니라 시운전, 유지관리, 기술교육, 지분투자, 금융지원을 결합시켜 거대 프로젝트로 만든 것이다.

평소 최 회장은 '따로 또 같이' 경영을 통해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강조해왔다. 계열사별로 '따로' 사업을 하다가 필요할 때는 '같이' 협력해서 종합적인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이는 해외 자원개발이나 산업인프라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최 회장은 "외국 석유화학 업체와의 협력에서 SK건설 플랜트 시공능력과 SK에너지의 정유공장 운용능력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며 "단일 계열사가 아닌 그룹 차원으로 공동 대응해 협력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한 바 있다.

SK건설의 시공능력에 SK에너지와 SK종합화학의 기술력을 접목해 공략한 결과 쿠웨이트 등 중동지역 석유화학플랜트 부문에서 독보적으로 앞서고 있다. 2008년에는 쿠웨이트 국영정유회사인 KNPC가 발주한 20억6,000만달러 규모의 정유공장 프로세스 건설공사를 단독으로 수주해 '따로 또 같이'경영의 효과를 입증하기도 했다.

2.기술의 SK, 세계로

SK는 통신시장에서 국내를 넘어 글로벌화를 위해 핵심 기반 기술 개발 등에 전력을 쏟고 있다.

SK C&C는 법인∙지사와 글로벌 영업 및 BA(Biz Anaylist)는 물론 국내 영업과 컨설팅, 나아가 전사지원부서에 이르기까지 Global 사업 수행을 위한 총력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SK C&C는 지난 8월, 이사회를 미국 현지 법인에서 개최했다. '글로벌'사업은 곧 SK C&C의 핵심 사업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SK C&C는 지난 6월,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구글 월릿(지갑)의 상용화에 필요한 핵심 기반 기술인 'TSM'솔루션을 구글에 제공했다.

TSM솔루션은 모바일 신용카드의 신청 및 발급, 정지를 포함하는 라이프싸이클 매니지먼트를 구현할 뿐 아니라 서비스 제공자의 계정과 모바일 디바이스(단말기) 관리 등을 지원한다.

특히 TSM솔루션은 통신사와 금융사, 도소매점 등 모든 모바일 결제 서비스 참여업체들이 고객 정보 기밀을 유지하면서 전자지갑을 통한 신용카드, 선불카드, 쿠폰, 기프트 카드 등 각종 모바일 전자 상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구글 월렛을 선보인지 불과 한 달도 안 돼 SK C&C는 미국 선불카드 시장의 60% 점유율을 자랑하는 북미 최대 선불카드 전문기업 인컴(InComm)과 모바일 커머스 공동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InComm은 매년 5억장의 선불카드를 발급하고 있으며 선불카드 거래 규모 또한 130억 달러에 달한다.

SK텔레콤도 유무선 첨단 영어교육 서비스 'CELS(Connected English Learning Service)'를 인도네시아 최대 통신사업자인 텔콤(Telkom)과 함께 현지 최초의 유무선 첨단 영어교육 서비스 제공하는 계약을 올해 9월에 맺었다.

CELS는 SK텔레콤과 청담러닝이 공동 개발한 유무선 연동 영어교육 플랫폼과 청담러닝의 영어교육 컨텐츠가 결합된 서비스로, SK텔레콤은 플랫폼을 제공하고 텔콤은 현지 마케팅 및 H/W, 네트워크 등의 인프라를 공급하게 된다.

SK텔레콤은 이번 인도네시아 서비스 진출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시장 전역에 걸친 교육 플랫폼 사업 진출을 적극 추진하여 해외에서 서비스 플랫폼 사업자로서 SK텔레콤의 위상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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