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훈
"충성! 가수 및 최휘성은 입대를 명받았습니다."

'월드스타' 비(본명 )와 '싱어송라이터' 휘성(이상 29ㆍ본명 최휘성)이 대한민국을 지키는 육군 장병이 된다.

연예인들의 군 입대가 부쩍 늘고 있다.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그룹 초신성의 윤학(27ㆍ본명 정윤학)이 25일 의정부에 있는 306보충대에 현역병으로 입대했다. 2주 전인 11일에 비가 입대한 바로 그곳이다. 비는 육군 5사단에 배치돼 신병교육대에서 군사훈련을 받고 있다.

휘성은 다음 달 7일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소한다. 플라이투더스카이 출신 환희(29ㆍ본명 황윤석)는 27일 논산훈련소에 입소해 훈련을 받고 있다. 슈퍼주니어 (28)은 지난달 29일 논산 훈련소에서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현재 서울 성동구청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고 있다.

군 복무는 독?

김희철
연예인에게 군 복무는 '독이 든 성배'라는 인식이 강했다. 때문에 한창 인기가 있을 때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뒤따랐다. 이런 이유로 걸핏하면 터지는 병역 비리에서 연예인은 단골손님이었다. 그러나 몇 해 전부터 군 복무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는 병영 격언처럼 비와 휘성 등 남자 가수들도 군 복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비는 군 복무를 시작하기 전 "늦게 가는 게 죄송하고 민망하다. 열심히 복무하겠다"고 말했다. 비는 현역병으로 입대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CF 모델 제의가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으로 유명한 배우 (29ㆍ본명 김태평)은 해병대에 입대한 뒤 각종 TV CF를 도맡았다. 연예인이 현역병을 자원했다는 사실은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고, 광고주는 군에 입대한 연예인을 CF 모델로 기용하는 현상이 생겼다.

가수들은 입대를 앞두고 콘서트를 마케팅에 활용했다. 비는 입대 이틀 전인 지난달 9일 서울 영동대로에서 마지막 콘서트인 'Last of Best'에 나섰고, 휘성도 입소 이틀 전인 다음 달 5일과 6일 '예비군'인 동료 가수 김태우와 함께 마지막 콘서트를 연다. 초신성 윤학도 지난 16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팬미팅에서 일본팬 2만명에게 "군 복무를 마치고 건강하게 돌아오겠다"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현역병 인기 상승

연예사병보다 현역병을 원하는 연예인이 많아졌다는 사실도 달라진 세태를 반영한다. 환희는 습관성 어깨 탈골 때문에 신체검사에서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았다. 집에서 출퇴근한다는 이유로 일반인도 현역병보다 공익근무요원을 선호하기 마련. 그러나 환희는 현역병으로 병역을 마치고 싶다며 재검을 신청했다. 결과는 바뀌지 않았지만 당당히 현역병이 되겠다는 그의 자세에 팬들은 박수를 보냈다.

현빈
은 스스로 해병대를 선택해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한 연예인이란 평가를 받았다. 의 뒤를 이어 클릭비 오종혁(28)도 해병대에 자원해 4월부터 병역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 오종혁은 "어차피 갈 군대인데 독하게 다녀오고 싶다"며 해병대 수색대를 자원했다. 연예계 활동 때문에 고교 시절 결석이 많아 수색대 입대가 불가능하자 군악대로 발길을 돌렸지만 오종혁이 스스로 해병대를 선택했다는 소식에 칭찬이 쏟아졌다.

비도 연예사병이 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최전방 부대 전투병이 돼 눈길을 끌었다.

가수 성시경과 붐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포상휴가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 구설에 올랐다. 그러나 현역병으로 제대했다는 사실 때문인지 입대하기 전보다 방송활동이 활발해졌다. 성시경은 TV 예능 프로그램 최강자로 손꼽히는 KBS 2TV '1박2일' 등에 출연했고, 붐은 출연 요청이 쏟아져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군필자 가산점

최근 안방극장에선 예비역 병장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다. 헌법재판소가 99년 공무원 시험 군필자 가산점이 위헌이라고 판결했지만 연예계에선 최근 군 복무를 마쳤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사례가 많아졌다.

배우 조인성을 비롯해 김재원, 천정명, 공유 등은 병역 의무를 마치자마자 섭외 요청에 시달렸다. 공군 참모총장 표창을 받은 조인성은 드라마와 영화 주인공 제의가 쇄도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예비역 병장 김재원은 MBC 주말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 주인공으로 안방극장에 복귀했고, 신병 교육대 조교였던 천정명도 KBS 수목드라마 '영광의 재인' 주인공으로 나서고 있다. 공유는 제대 후 출연한 영화 '도가니'로 스타덤에 올랐다.

KBS 드라마제작국 정해룡 책임프로듀서(CP)는 "군 복무를 마쳤다는 이유만으로 주인공이 될 순 없지만 대중이 예비역 병장을 좋아한다"면서 "아무래도 군 생활을 통해 삶의 경험이 다채로워지다보니 연기의 폭이 넓어지는 현상이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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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