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야 면장을 하지"라는 속담에서 면장은 면사무소 면장일까? 아니다. 面長(면장)이 아니라 免(면할 면)과 墻(담 장: 또는 牆)자를 쓴 免墻(면장)이다. 面長(면장) 제도는 1910년 11월10일 일제가 총독부령 제8호로 공포한 '面(면)관한 규정'에 의해 비롯된 것이다. 조선시대의 행정구역 제도는 '도(관찰사)-부(부사)-목(목사)-군(군수)-현(현령)'이었으니, 面長(면장)은 수천 년 이어져 온 이 속담과는 맞지 않는다.

이 속담의 유래는 매우 오래되었다. 우리말에서 몹시 미련한 이를 '담=담벼락'에 비유하는데 이는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에서 비롯되었다. '논어'양화 편에 보면, 공자가 아들 백어에게 "사람이 되어서 배우지 않으면, 마치 담벼락을 마주하고 서 있는 것처럼 미련한 인간이 되고 말 것이다(人而不学,其猶正墻面而立.)"라고 훈계한 말이 나온다. 여기서 '墻面(장면)'은 '墻壁面對(장벽면대)'의 준말이며, 곧 '장벽을 면대/대면함'의 뜻이다.

공자가 이 말을 한 이후, 4서3경을 통해 우리 조상들이 그 말을 숙지하고 계속 써먹었다. 써먹되, 약간 응용하여 "알아야 墻面(장면)을 免(면)하지" 식으로 썼다. ' 簡易集(간이집)'제6권에 나오는 "兒孫免墻面(아손면장면)"이 그 예로, "자손들도 담장면대는 면했다"는 뜻이다.

이처럼 공자의 말에서 비롯된 '장면(墻面)'은 우리 선조들의 입에서 "알아야 免墻面(면장면)을 하지" 또는 그것을 줄인 "알아야 免墻(면장)을 하지"라는 말로 후손들에게 계속 전해져 내려왔다. 免墻面(면장면)을 줄여 免墻(면장)이라 해도 의사소통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免墻(면장)'은 '담벼락을 면함', 곧 '꽉 막힌 담벼락같은 미련퉁이의 상태를 면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속담의 바른 의미는 '알아야 담벼락(=미련퉁이)을 면하지'로, 어떤 일이든 그 일을 하려면 그것에 관련된 학식이나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조선시대에는 사서삼경이 기본이어서 공자가 말한 '담벼락' 관련 고사를 대부분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한자공부를 등한시하는 데다, 국어사전에서 '면장(免墻)'을 빠뜨린 관계로 사람들의 이해력과 의사소통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일 뿐이다.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www.hanja.co.kr)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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