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이 창간 47주년을 맞았다.

주간한국의 역사는 곧 한국 시사주간지의 역사다. 주간한국은 1964년 9월 27일 한국 언론 역사상 첫 시사주간지로 탄생했다.

요즘은 시사주간지하면 잡지란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땅에 시사주간지로 처음 등장한 주간한국은 잡지형이 아닌 타블로이드판 신문형이었다. 32쪽에 1부 10원.

강산이 네 번 바뀌고도 7년이 더 흘렀으니 그 변화의 폭은 세월의 깊이만큼 넓고 깊다

시사주간지 선두주자

47년만에 창간호를 펼쳐 첫 장을 넘기니 2면에 실린 창간사가 눈에 띈다. "뉴스의 홍수에 마냥 휩쓸려 내려가지 않기 위해서는 이 뉴스의 大河(대하)를 지켜볼 수 있는 발판이 필요하다. 주간한국이 뉴스의 정리와 종합으로 독자 대중에게 오늘의 세계상을 제시하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창간호 표지는 '자랑할 것 없는 나라-세계 제1은 가을하늘'이란 제목과 양떼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그림으로 꾸며졌다.

보릿고개에 시달렸던 시절 주간한국은 "언제 꺼질지 모르는 조그마한 생활을 안은 겨레들,(중략) 자랑할 것 없는 나라. 그러나 세계 제1의 가을하늘은 아른아른 높푸르다"라며 가난에 시달리는 한국인에게 가을 하늘처럼 높고 푸른 희망을 전달했다.

주간한국은 또 창간호에 박정희 대통령과 인터뷰를 대서특필했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언론자유라고 강조한 박 대통령은 "나같이 구석구석 빼놓지 않고 신문을 보는 사람보고 신문관이 나쁘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감정과 정실에 치우치는 정치 가십 기사를 없애달라고 요구했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와 언론은 가까우면서도 멀 수밖에 없는 사이인 셈이다.

일간지보다 많았던 부수

창간호를 준비할 당시 주간한국의 목표는 독자 3만명 확보였다. 그 시절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3만부쯤은 찍어야 하기 때문. 그러나 이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매진 사례를 거듭한 주간한국의 인기는 뜨거웠고, 창간 당시 주간한국 기자였던 송정숙 전 보사부 장관은 "주간한국이 낙양의 지가를 올렸다"고 회상했다.

주간한국을 사려던 행렬은 토요일마다 한국일보 앞에서 100m 이상 늘어섰다. 1968년 이후에는 40만부 이상 판매돼 일간지 인기를 능가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일보 장기영 회장(창간사주)이 소리쳤다. "이놈들아! 기계(윤전기)에서 불난다. 고만 좀 돌려라." 끊임없이 주간한국을 찍어대던 낡은 윤전기에서 안개처럼 연기가 쏟아졌기 때문에 나온 말이었다. 주간한국의 인기는 윤전기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대단했다.

주간한국은 북한 김일성과 동독 에리히 호네커 서기장의 회담을 1995년 10월에 단독 입수해 보도하는 등 특종도 쏟아냈다.

아이디어 산실

시사주간지의 흐름을 이끌었던 주간한국은 독자 눈높이에 맞춘 기발한 발상으로도 유명했다. 각계 명사 100인을 모아 '애주당(愛酒黨) 전당대회'를 개최했는가 하면, 정치ㆍ출판ㆍ영화계 인사에게 '최저대상(最低大賞)'을 시상했다. 가을이 되면 '가을이라네, 밤 주우러 가세'라며 독자와 함께 즐기는 밤 줍기 대회를 개최했다.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1923~1995년)을 한국에 알린 것도 주간한국이었다. 조경희 특파원은 1969년 당시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던 문신을 찾아내 취재한 뒤 그를 주간한국 지면에 소개했다. 감각과 생명성을 담은 추상 조각 분야에서 거장으로 손꼽히는 한국인 조각가 문신은 주간한국이 없었다면 조국에서 잊힌 인물에 불과했을 수 있었다.

가을 하늘을 빼면 자랑할 게 없어 우울했던 시절. 주간한국은 유럽에서 손꼽히는 예술가 문신의 존재를 알게 되자 프랑스까지 달려가 한국인 천재 조각가의 예술혼과 작품관을 소개했다. 이밖에 이어령 문화부 장관의 첫 소설을 연재하는 등 연재소설과 연재만화를 통해 수많은 작가를 배출했다.

47년 전 초심으로

주간한국은 창간 정신을 되살려 지난 9월부터 타블로이드판 주간지로 돌아갔다. 그리고 47주년 창간 기념일을 맞는다.

돌아보면 애환도 많았다. 1986년부터 주간지 시대의 큰 흐름인 5ㆍ7배판으로 판형을 바꿨고, 2005년에 변형 국배판(275×205㎜)을 채택했다. 또 4‧6배판 고품격문화라이프 전문잡지로 3년여간 발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47주년 창간을 앞두고 주간한국은 창간 당시의 타블로이드판 종합시사 신문으로 과감하게 변신, 매주 14만여 독자를 만나고 있다. 14만부 발행부수는 주 월간지를 통틀어 ABC 공인 최다 부수다. 또 급변하는 정보통신(IT) 기술 발달에 발맞춰 주간한국이 생산하는 모든 컨텐츠는 인터넷 사이트(http://weekly.hankooki.com)와 국내 모든 포털사이트를 통해 독자들에게도 실시간 제공된다.

주간한국은 정치ㆍ경제ㆍ사회 등 우리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이슈에 대한 깊이 있는 취재를 통해 올바른 여론을 선도하고, 주변에 알려지지 않은 미담 등 감동과 흥미가 있는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