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엘 공원
가우디의 열정에 중독되다

바르셀로나는 '중독의 땅'이다. 스페인 제2의 도시로 가우디의 건축물과 강렬한 지중해의 태양이 공존한다. 누구나 바르셀로나에 들어서면 예술과 축제의 로망에 빠지게 된다.

열차를 타고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접어들면 모양새가 바뀐다. 프랑스와 스페인의 열차는 궤도 폭이 다르다. 뽀르뚜부 역에서 바뀐 열차에 몸을 실으면 객실에는 빠른 스페인어가 쏟아진다. 차창 밖 풍경도 급한 템포로 요동친다.

중앙역인 산츠역을 벗어나면 바르셀로나 곳곳은 진한 예술의 향기로 채워진다. 바르셀로나는 지리적 여건 덕에 스페인 제일의 상공업 도시로 성장했고 그 성장을 자양분 삼아 수준 높은 예술을 꽃피웠다. 피카소, 미로 등도 이 중독의 도시에서 작품 활동을 펼쳤다. 그 지독한 중독의 한 가운데에 가우디가 있다. 육감적인 플라멩고 댄서의 휠 듯한 춤이 아니더라도 거리를 지나치면 문득 건축물에서 유연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19세기말 20세기초에 걸쳐 가우디가 남긴 건축물 중 여행자들의 눈을 자극하는 대표적인 작품이 이다. 자연에서 모티브를 빌린 아르누보 양식의 작품들은 화려하면서도 기이한 느낌이다. 공원의 건축물들은 파도를 치듯 언덕을 따라 흘러 내린다. 정문 앞 수위실은 동화 속 풍경을 담았고 이 지역 카탈루냐 문양을 새겨 넣은 모자이크 된 뱀도 독특하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보행자의 거리인 람브라스에서 만나는 길목에도 가우디의 작품들은 이어진다. 걷다 보면 천재 건축가와 골목에서 조우하는 느낌이다. 구엘 궁전은 실타래를 꼬아놓은 듯한 굽이치는 정문이 인상적이다. 카사 바트요나 아파트로 지었던 카사 밀라는 건축에 문외한인 사람들도 그 외형에 일단 눈이 현혹된다. 건축은 자연의 일부여야 한다는 가우디의 신념을 담아 석회암 건물의 창과 벽에 바다와 파도의 굴곡을 실었다.

물론 도시의 건축미가 가우디 혼자만의 열정으로 완성된 것은 아니다. 몬타네르가 지은 카탈라나 음악당과 산 파우 병원 역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가치가 높다.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이 가우디에 감명 받아 건축한 첨단 돔형의 아그바르 타워는 바르셀로나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됐다. 하지만 그 이름의 꼭지점에는 가우디라는 천재 건축가의 삶과 열정이 자리잡고 있음을 부인 못한다. 가우디는 죽음을 앞두고 그의 전 재산을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건축을 위해 기부하기도 했다.

예술가의 생애가 깃든 대성당

1882년 짓기 시작한 대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예수의 열두 제자를 상징하는 12개의 종탑과 돔은 창공을 찌를 듯 솟아 있다. 가우디는 40여년 간의 생애를 대성당 건설에 바쳤고 사후에도 성당 지하에 안치됐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 산 파우 병원으로 이어지는 길은 가우디의 거리로 불린다. 이방인들은 밤 늦도록 노천바에 앉아 바르셀로나의 밤의 정취에 취한다. 쌉쌀한 맥주나 스페인 전통주 '상그리아' 한 잔이 감동 위에 곁들여진다.

람브라스 거리
바르셀로나의 거리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한다. 다양한 건축물들이 옹기종기 들어선 도심은 미로 같으면서도 짜임새가 있다. 를 사이에 두고 펼쳐진 고딕지구는 오랜 사랑을 받아온 거리로 700여년 전의 건물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디자인적인 요소가 가미된 건물이 어우러진 친환경 해변 바르셀로네타 지역은 이방인의 눈을 즐겁게 한다. 대규모 인공 모래사장과 자전거 도로가 조성돼 시민들의 '뜨거운' 휴식처가 됐다.

이곳에서 언뜻 눈에 띄는 바르셀로나 사람들의 식습관은 특이하다. 평일 점심때 2시부터 느긋하게 정찬을 즐기는가 하면 식사후에는 시에스타 시간이 마련돼 있다. 저녁은 9시 넘어서 먹는다. 주말에는 아예 10시쯤 시작해 자정까지 저녁만찬을 즐기기도 한다. 뒷골목에는 거리의 예술작품 만큼이나 생기 가득한 바와 카페들이 즐비하다.

바르셀로나 메트로의 운행시간은 '놀기 좋게' 탄력적이다. 평일에는 자정까지만 다니던 메트로는 금요일은 새벽 2시까지 연장 운행된다. 토요일은 아예 24시간 내내 메트로가 도심을 누빈다. 새벽까지 연장해 다니는 메트로 시스템은 이곳 사람들의 식사습관, 놀이문화와도 연관이 깊다.

돈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는 바르셀로나를 '유럽의 꽃'으로 칭송했다. 바르셀로나는 유럽대륙과 가깝다는 지리적 여건 탓에 수많은 전쟁과 외세의 침입을 받았지만 가우디 등 수많은 예술가들의 사랑도 함께 누렸다. 그들이 만들어낸 우아한 작품들은 도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예술의 땅으로 재탄생시킨 자양분이 됐다.

볶음밥 빠에야 '강추'… 오후 낮잠시간에는 상점들 문 닫아요~
여행 팁

곡선미 넘치는 카사밀라
가는 길=바르셀로나까지 직항편이 운행 중이나 프랑스를 경유해 열차로 이동하는게 일반적이다. 열차궤도가 달라 국경역인 포르트부에서 갈아타야 한다. 역은 산츠역과 프란사 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이탈리아 등에서 이어지는 야간열차나 특급열차도 여럿 있다. 메트로를 이용하기에는 산츠역이 편리하다.

교통=바르셀로나 시내에서는 5개의 메트로 노선이 도심 구석구석을 연결한다. 'T-10' 이라는 10회 이용권은 버스, 트램, 메트로 등을 상황에 관계없이 두루 이용할 수 있다.

기타정보=바르셀로나 지역은 연중 내내 온난한 지중해성 기후라 계절에 관계없이 여행하기에 좋다. 스페인식 철판볶음밥인 '빠에야' 는 꼭 한번쯤 맛봐야 할 음식이다. 오후 낮잠 시간 시에스타 때는 상점들이 문을 닫는 경우가 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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