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꼽히는 장타자ㆍ미래의 골프왕, 알고 보면 스포츠스타 2세 많아

김준
제2의 최경주, 제2의 박세리를 꿈꾸는 골프 선수 가운데 스포츠 스타 2세가 많다.

국가대표 유전자가 전달됐을까? 400야드짜리 드라이버 샷을 때리는 장타왕 박성호부터 US 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 최연소 우승자 안병훈까지. 저마다 최경주와 박세리를 능가하는 골프왕을 꿈꾸며 골프공을 푸른 하늘 높이 날리고 있다.

배구 스타 자녀들 유독 많네

세밀한 토스와 호쾌한 스파이크는 정교한 숏게임, 시원한 드라이버 샷에도 영향을 줄까. 한국 배구를 대표했던 스타 2세 가운데 유독 골프 선수가 많다.

세계 최고의 프로배구 무대 이탈리아에서 선수와 감독으로서 모두 우승한 김호철 감독. 그는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여자 배구 국가대표 세터 임경숙과 결혼했다. 남녀 국가대표 세터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23)은 이탈리아 국가대표 골프 선수 출신으로 유럽프로골프 챌린지 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준, 김호철(사진 왼쪽) 현대캐피탈 감독과 배구 국가대표 출신 임경숙씨 아들. 이탈리아 국가대표 거쳐 유럽프로골프 챌린지 투어서 활동.
골프채를 잡은 지 2년 만인 열세 살에 70타대에 진입해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는 말을 들었다. 세계 골프계에서 샛별로 떠오른 로리 맥길로이(22ㆍ영국)와는 경쟁자이자 친구 사이. 이탈리아 국가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국가대항전에서 맥길로이와 경합해왔다. 은 "훌륭한 챔피언은 많다. 그러나 타이거 우즈처럼 마음만 먹으면 우승하는 선수는 못 봤다"며 제2의 타이거 우즈를 꿈꾼다.

여자 배구의 전설이자 한국 프로스포츠 최초의 여성 감독인 조혜정과 프로야구 해태와 삼성에서 감독 대행을 지낸 조창수 부부.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두 딸 조윤희(29)와 조윤지(20)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날으는 작은새'와 야구 선수 출신의 딸답게 윤희, 윤지 자매는 250야드를 훌쩍 넘는 장타로 유명하다.

조윤희는 어린 시절 다양한 운동을 즐기다 골프를 선택했다. 반면 동생 조윤희는 "언니가 야단을 맞는 걸 보니"라며 골프를 외면했지만 중학생이 되면서 "나도 골프선수가 되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언니 스윙을 보면서 스스로 골프를 시작한 조윤지는 비록 출발은 늦었지만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조윤지는 리드베터 아카데미 앤드루 박 수석코치에게서 미래의 골프 여왕이란 평가를 받았다.

한국프로골프(KPGA)에서 최장타자로 소문난 박성호도 배구 국가대표의 피를 물려받았다. 어머니는 속공의 명수로 유명했던 유애자, 아버지 박상학씨는 태권도 공인 8단이다. KLPGA 선수인 누나 박시현과 박성호는 각각 태권도 4단. 어머니를 닮아선지 키가 큰 박성호(192㎝)는 2008년 한국장타자선발대회에서 무려 407야드짜리 드라이버 샷을 때려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장타 비결을 물어보면 "어깨에 힘을 빼고 휘두르면 된다"고 대답해 주위에서 한숨이 흐르게 하곤 한다.

배구의 전설들이 자녀를 골프선수로 육성한 이유는 뭘까? 김호철, 조혜정 전 감독은 "아이에게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하게 했는데 골프를 선택했다"고 입을 모았다. 골프가 다른 종목과 달리 선수 생명이 길다는 사실도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선견지명이 있었던 조 전 감독은 "딸들이 운동 신경이 남달랐다"면서 "골프를 미래의 스포츠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여러 종목 가운데 골프를 선택하길 바랐다"고 귀띔했다.

●안병훈, 탁구 스타 안재형(사진 오른쪽)과 자오즈민의 아들. 2009년 만17세 나이로 US 아마추어 선수권 우승.
야구와 골프는 닮았다?

공을 때리는 공통점 때문인지 야구인 2세 가운데도 골프 선수가 많다. 미스터 올스타' 김용희 전 롯데 감독 아들 김재호(29)는 아버지처럼 350야드를 넘기는 '홈런포'를 앞세워 KPGA에서 활동하고 있다. 환 원광대 감독 딸 김상희(29)도 KLPGA 무대를 누비고 있다. '국보급 투수' 선동열 KIA 감독의 아들 선민우(21)는 고교 시절부터 골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올해 8월 한국프로골프 Q스쿨 1차전을 통과했다. '김성한 전 KIA 감독과 김용철 전 경찰청 감독 아들도 미래의 프로 골프를 꿈꾸며 골프채를 휘두른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활약하는 한희원(33)은 고려대 야구부 출신인 한영관 리틀야구연맹 회장의 딸이다. 한희원은 2003년 야구 선수 손혁과 결혼해 이래저래 야구와 인연이 많다.

채는 비록 짧지만 탁구 선수 아들도 장타자로 성장했다. US 아마추어 골프선수권 최연소 우승자 안병훈은 탁구 선수 안재형과 자오즈민의 외아들. 300야드짜리 드라이버 샷을 펑펑 때리는 안병훈은 2009년 만 17세 11개월의 나이로 US 아마추어 선수권에서 우승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94년에 18세 7개월의 나이로 우승컵을 차지했었다.

84년 LA올림픽 양궁 금메달의 주인공 서향순과 86년 서울아시안게임 유도 금메달리스트 박경호의 딸 박성민은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 골프 특기생이다. 아버지의 탄탄한 하체와 어머니의 집중력을 닮았는지 드라이버 샷 비거리가 무려 270야드나 된다. 중학교 때부터 골프를 시작했지만 장타를 앞세워 미국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선민우, 선동열(사진 오른쪽) KIA 감독 아들. 고교때 골프 입문. 올 8월 한국프로골프 Q스쿨 1차전 통과.
안병훈과 박성민의 부친은 아들딸 골프 뒷바라지를 위해 생업을 버렸다. 안재형은 골프 유학을 떠난 아들 병훈을 위해 대한항공 탁구 감독 자리를 버리고 골프 대디(golf daddy)로 변신했다. 한서대 경영학과 교수였던 박경호도 딸 성민을 위해 교수직을 포기하고 골프장으로 출퇴근하고 있다.

적토마란 별명으로 축구장을 누볐던 고정운의 딸 고아라는 올해 KLPGA 2부 투어에서 상금 3위에 올라 내년부턴 정규 투어 선수로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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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지, 배구 최초 여성 감독 조혜정과 야구인 조창수(사진 왼쪽)씨 딸. KLPGA서 활동.' 미래의 여왕' 기대주. 언니 윤희(사진 오른쪽)씨도 프로골퍼.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