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신당 태동' 태풍인가 미풍인가
“정치를 여의도서 바깥으로 꺼내야죠”
창당작업 빠르게 진행, 역동성 있는 인재들 영입
패거리 선거 탈피에 중점, 기존정당 국론통합 실패, 국민중심 당으로 바꿔야
10‧26 재보선을 전후해 표출된 민심과 ‘안철수 바람’으로 상징되는 정치지형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발빠른 후속조치다.
여권은 ‘쇄신’의 깃발을 높이 쳐들었지만 당내, 당청 간 힘겨루기로 아직 제자리 걸음이다. 야권역시 ‘통합’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그 주체와 방식에 대한 견해차로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여야의 생존 전략의 방점은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새로운 당’을 모색하려는 데는 동일하다. 여권이 환골탈태라는 내부 혁신에 비중을 뒀다면, 야권은 외연을 넓히는데 치중하는 모양새가 다를 뿐이다.
이러한 ‘신당(新黨)’ 움직임은 또 다른 형태로 꿈틀대고 있다. 기존 정당의 궤를 벗어난 이른바 ‘박근혜 신당’, ‘안철수 신당’, ‘박세일 신당’ 등이다. 하지만 ‘박근혜 신당’은 당사자가 일축하는 바람에 ‘설(說)’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이고, ‘안철수 신당’도 안철수 교수가 내년 총선 전후까지는 메시지정치로 제도정치권과 거리를 유지하며 정치적 영향력만 행사할 것으로 보여 당장 실현 가능성은 낮다.
물론 신당 참여 인사의 면모에 따라 잠시 관심을 끌다가 이내 사라질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정치권의 ‘박세일 신당’ 에 대한 반응은 예민하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보수세력의 분열을 가져와 총선과 대선이 불리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친박 진영에선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친이계의 ‘반 박근혜 신당’ 띄우기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야권 일부에선 신당이 ‘대(大) 중도정당’를 표방하고, 접촉 내지 참여 가능 인물들을 볼 때 야권 인사는 물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대선 후보로 낼 수도 있다고 경계한다.
이러한 논란들에 대해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신당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역설하면서 한국정치의 근본적인 변화를 강조한다.
- 신당 창당을 준비중인데 그 배경은
“이번 서울시장을 포함한 재보궐선거를 보고 심각하게 느낀 것은 대한민국을 끌어왔던 정치 주체들이 이제는 더 이상 대한민국을 이끌어가기 어렵다는 겁니다. 그간 산업화, 민주화를 이루고 대한민국의 큰 성공을 가져왔던 정치주체, 역사주체들은 여야로 대표되는 정당정치인데 이들이 그런 주체로서의 삶이 끝난 느낌이었죠. 시대가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끊임없이 자기 진화와 발전을 해야 할 정당이 그것을 못한 것이죠.”
- 기존 정당의 가장 큰 문제를 지적한다면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이 보여준 의사는 기존 기득권 정당에 더 이상 국정을 맡겨서는 안된다는 극도의 불신입니다. 그만큼 우리사회에 국민 분열이 심한데 그것은 기존 정당이 국론을 통합하는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런 겁니다. 두 번째는 국가 미래를 향해 끌고 가는 국가 전략 기능이 약해요. 가치 정당의 모습보다는 당리당략과 이익정치 중심의 정당에 매몰돼 있어요. 국가 전략이 없다보니 실업‧양극화‧비정규직‧주택란‧전세대란 등 국민의 민생문제에 종합적인 대책을 못 만들고 그래서 국민과 거리가 생기는 거지요. 세 번째는 기성 정당은 국회의원이 중심인 원내 정당 체제인데 이것을 당원과 국민이 중심인 원외 정당으로 바꿔야 합니다. 정치를 여의도 바깥으로 꺼내야 정당이 끊임없이 당원과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이 원하는 욕구를 받아들여 국가 전략, 정책으로 반영할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신당이 지향하는 가치, 이념은 무엇입니까
“자주 말하는 ‘공동체 자유주의’를 기본으로 합니다. 역사발전의 동인, 인간 행복의 원천은 ‘자유’와 ‘창의’에 있습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공동체적 가치를 존중하는 자유주의입니다. 개인에게 자유를 최대한 주되 공동체를 존중하는 자유주의죠. ‘공동체 자유주의’는 헌법의 기본원리인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주의 요소가 모두 포함된 개념으로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아우릅니다. 신당은 이 범주에 대한민국 국민 75%가 해당될 수 있도록 국민통합형 정치, 미래지향적 정치, 가치지향적 정치를 추구해나갈 겁니다.”
- 여당은 ‘쇄신’을, 야당은 ‘통합’을 통해 당을 일신하려고 하는데 이들의 변화된 모습에 따라 현재 추진중인 신당에 대한 평가도 달라진다고 봅니다. 현재 여당의 ‘쇄신’움직임을 평가한다면
“쇄신은 바람직한 일인데 선거에 질 때마다 쇄신 얘기를 하고 별 성과가 없어 국민들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 같아요. 국민의 신뢰가 가는 쇄신을 하려면 기득권을 거의 완전히 포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야 합니다. 완전히 흰 종이에서 시대가 요구하는 정당이 무엇이고, 요구하는 정치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천해야 국민이 감동합니다. 당의 체제와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서 시대적 과제를 풀려는 정당 구조로 바뀌지 않고는 몇몇 사람 영입한다고 쇄신되지 않을 겁니다.”
- 야권은 통합논의를 통해 통합신당을 탄생시키려고 합니다. 야권의 통합 움직임을 어떻게 보십니까?
“야권통합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한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정말 통합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려는 통합이라면 바람직하지만 단순히 선거에 이기기 위해 그동안 주장하던 가치, 정책을 버리고 편의주의적인 통합을 한다면 권력을 나눠갖자는 이익 통합에 불과해 국민의 외면을 받을 겁니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가치’가 없는 것, 즉 ‘공(公)’은 없고 ‘사(私)’만 있는 겁니다. 국민을 위한 통합이 아니라 자기들의 패거리의 선거를 위한 통합으로 비쳐지고 있기 때문에 국민이 관심을 두지 않는 겁니다.”
- 신당 창당과 관련해선 어떤 분들이 참여하느냐가 중요한데 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문수 경기지사 외에 손학규 민주당 대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런 분들을 포함해 많은 분들을 만날려고 합니다. 전국의 많은 분들이 기존 정당들이 국민의 정치적 욕구를 잘 담지 못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요. 강조하고 싶은 것은 신당은 명망가 몇 분이 중요한 게 아니라 20대에서 50대까지 새로운 시대를 담아낼 수 있는 역동성 있고 창조적 가치를 지닌 사람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현재의 정당구조는 20~50대까지 젊은층이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게 돼 있어요. 이들에게 길을 터줘 미음껏 뛸 수 있게 하는 게 신당의 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 지난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이석연 변호사를 지지해 내달 창당되는 신당이 그런 분들이 중심이 된 당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습니다.
“당시 이석연 변호사를 지지한 것과 신당과는 무관합니다. 과정을 얘기하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찬반투표에서 복지포퓰리즘에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열심히 뛰어 25%가 나왔는데 한나라당이 소극적으로 임했기 때문에 졌다고 불만이 많았어요. 그래서 그 분들이 한나라당과는 별도로 이석연 변호사를 시울시장 시민후보로 내세우면서 나에게 축사를 요청해왔어요. 나도 반복지포퓰리즘을 심정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었고, 이 변호사는 경실련 조직할 때부터 알고 있던 터라 축사를 해주었죠. 조직적으로 관여한 것은 아니어서 신당 창당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봅니다.”
- 다음달 창당을 한다고 했는데 물리적으로 가능한지요. 총선, 대선에 후보를 냅니까?
신당 창당은 시작됐고 전국조직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당이 끊임없이 국민과 대화하고 토론하는 만민공동회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다이내믹한 신당을 만들어 갈 겁니다. 신당이 되면 당연히 총선과 대선에 후보를 낼 겁니다. 총선, 대선 후에도 국민과 대화하는 만민공동회를 계속해 당원, 진상당원을 확대해나갈 겁니다.“
- 신당이 총선과 대선에 후보를 낼 경우 보수의 분열을 가져와 야권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우리가 신보수 정당을 만들면 보수의 분열, 구보수와 신보수의 분열이 생길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창당하는 신당은 ‘신정치’ ,즉 ‘대(大) 중도’를 지향합니다. 대중도와 소중도가 어떻게 다른가 하면 일반적으로 한국의 정치패러다임을 ‘보수30, 중도40, 진보30’이라고 할 때 대중도는 진보와 보수의 상당 부분을 아우르면서 중도와 합치는 것으로 약 75% 가까이 됩니다. 이것은 신보수냐, 신진보냐 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단순히 보수 분열이냐 진보 분열이냐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제는 새로운 정치를 구상하고 그것을 향해 노력하는 일단의 사람들이 나와야지 지역에 포로가 되고 진보, 보수라는 이념에 갇혀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 그렇더라도 여권, 특히 박근혜 전 대표 쪽에서는 신당이 총선과 대선에서 박 전 대표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표를 흔들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기존 분들과 더불어 국가 정책에 대해 합의하고 가치를 공유하며 힘을 합치자는 것일 뿐입니다.”
- 일각에선 신당 창당 움직임 뒤에 '청와대 기획설'이나 '친이계 연계설'이 나오는데
“대꾸할 가치조차 없어요. 일종의 음모설인데 그만큼 현재의 정치 패러다임이 신당의 대의를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고 봅니다.”
- 대선에서 다른 정당과의 후보단일화 가능성은
“대선보다 총선 중요합니다. 총선에서 새로운 생각을 하는 가치 중심의 정당이 국회에 등장하는 게 우리 정치문화가 바뀌기 시작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또 그래야 대선에서도 그러한 후보가 나라를 올바르게 끌고 갈 수 있어요.”
박세일 이사장은 인터뷰 말미에 내년 총선과 대선은 역대 선거와 달리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정치주체가 바뀌고, 대한민국의 정치도 한단계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 이사장은 그의 신당이 이러한 정치패러다임의 변화에 일정 역할을 할 것을 기대했다. 그리고 신당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도(正道)의 먼 항해를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종진 기자
박세일 이사장은…
서울 출생(1948), 서울대 법대 졸업(1970),
미국 코넬대학 경제학 석.박사(1975-80)
한국 개발연구원(KDI) 수석연구위원(1980-85)
서울대 법대 교수(1985-94)
대통령 비서실 정책기획수설비서관(1994-98)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2002-2004)
범국민정치개혁위원회 위원장(국회, 2003-)
제17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 정책위 의장(2004-2005)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현재, 2001-)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현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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