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강원랜드 유니폼 납품 비리 고발사건 그 이후

최흥집 강원랜드 사장이 취임하기 직전인 지난 7월 초 강원랜드의 공식 근무복(통칭 유니폼) 제작에 관한 비리 의혹이 제기돼 국무총리실 소속 공직복무관실이 조사에 착수했다.

총리실은 강원랜드 직원들이 유니폼 납품업체를 상대로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진정을 접수하고 해당 직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이후 사건을 넘겨받은 감사원과 검찰경찰은 비리 의혹에 연루된 강원랜드 관계자와 납품업체 관계자들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거나 마무리했다.

A업체가 총리실에 낸 진정서에 따르면 강원랜드 직원들은 유니폼 디자인 용역을 맡은 A업체의 작업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이탈리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해당 업체에 금품을 요구했다. 뿐만 아니라 수수료 명목으로 거액의 리베이트도 요구했다고 A업체는 주장했다.

A업체의 주장에 따르면 강원랜드 직원들은 지난해 11월 50억 원 상당의 근무복 1만5,000벌을 발주하고 디자인 용역을 맡은 회사에 다수의 명품 가방과 의류, 고급 노트북, 고가 넥타이와 현금 등을 받았다. 또 한 벌에 3,000만~4,000만 원대의 밍크코트를 추가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직원들은 문제가 불거질 조짐을 보이자 노트북 등 받았던 물건들을 다시 A업체에 돌려줬다고 한다.

납품비리 혐의 직원들

사건이 처음 언론에 보도됐을 당시 그 파장은 컸다. 감사원과 검찰 경찰이 사건을 조사할 무렵, 신임사장으로 취임한 최 사장은 지난 국감에서 강원랜드의 비리문제가 도마에 오르자 내부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했다.

그러나 A업체는 “최 사장은 유니폼 비리사건에 대해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언론 기관에 호소했다. 특히 “강원랜드는 일단 비리사건에 연루된 문제의 직원들을 대기 조치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조치일 뿐, 문제의 직원들은 다른 부서로 이동해 정상적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A업체 측은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원랜드 측은 A업체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납품비리 사건에 연루된 직원들에 대해서는 직무대기 조치가 내려진 상태”라며 “현재 대기 중인 상태이지만 아직 비리 혐의가 입증된 것도 아니고 감사원 조사결과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 직원은 다른 부서로 옮겨 기본적인 업무는 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사정 당국의 조사도 흐지부지 되는 분위기다.

의혹을 조사한 감사원과 검찰 경찰은 아직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감사원은 강원랜드 직원들이 A업체로부터 노트북 등을 받았지만 잠시 받았다가 즉시 돌려줬고, 명품 가방이나 의류, 금품 등을 받은 증거가 없어 비리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랜드 측은“감사원 조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며 “조사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에 따라 비리 관련 직원들을 징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A업체 측은 “강원랜드 비리사건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경찰이나 감사원에서 피해를 당한 우리 회사가 납품을 하기 위해 뇌물을 상납했다는 식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A업체 관계자는 “슈퍼갑의 위치인 강원랜드 직원들이 우리에 뇌물을 상납하라고 요구해 울며 겨자 먹기로 금품을 줄 수밖에 없었다”면서 “사건이 불거지자 강원랜드는 문제가 안 되고 우리 회사가 불법 로비를 했다고 몰아가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며 울분을 토했다.

엇갈리는 주장 진위공방

강원랜드는 A사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직원들의 뇌물 요구였는지 A사의 자발적 상납이었는지 여부는 조사결과가 나와야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A사 측의 주장에 대해 문제의 직원들은 “억울하다. A사가 납품을 할 수 없게 되자 우리를 음해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비리 혐의를 사고 있는 직원들은 A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랜드 측은 “A사가 계약을 위반해 납품계약이 취소되자 앙심을 품고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법적 대응을 강구중이며, A사의 주장이 허위라는 것을 입증할 자료도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A사는 “계약을 위반했다는 강원랜드의 주장 일고의 대응가치도 없는 거짓말”이라며 “국정감사에서도 우리측 자료를 검토한 국회의원들이 강원랜드를 강하게 질타했다”고 말했다. 납품업체는 “고가의 명품을 강원랜드 직원들이 요구해 법인 카드로 구입했다”며 그 내역 중 일부를 주간한국에 제공했다.

카드 사용 내역을 살펴보면 고가의 물품을 구입한 내역과 고급 호텔에서 투숙한 내역 등이 기재돼 있다. 이에 대해 비리 의혹을 사고 있는 강원랜드의 한 직원은 “A사측은 우리가 명품 등을 사달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런 일은 맹세코 없었다”며 “A사 쪽에서 일방적으로 보낸 것이다. 우리는 물건을 받아보고 깜짝 놀라 그 물건을 모두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간한국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문제의 직원들은 물건은 받은 지 5개월이 지난 후에 돌려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곧바로 돌려보내지 못한 것은 물건을 보낸 A사 관계자의 집주소나 영업장 주소가 불분명해 반송할 수가 없었다. 그것을 돌려보내기 위해 A사 주소지를 찾느라 한바탕 해프닝이 있었다”며 “이 역시 입증할 자료가 다 있다”고 주장했다. A사 측은 “강원랜드 직원들이 사용하다 문제가 될 소지가 엿보이자 급하게 돌려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A사 관계자는 “노트북과 명품 가방 등을 우체국 택배를 이용해 해당 직원들의 자택으로 직접 보내줬다”며 “그들이 자택 주소를 알려주지 않았다면 그 주소를 내가 어떻게 알겠나. 그리고 영업장 소재지도 모르는 업체와 어떻게 계약을 했겠나.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주장”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황은 뚜렷, 사실은 글쎄

A사의 법인카드 이용대금 명세서를 살펴보면 고가의 노트북을 여러 대 구입한 내역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31일 구입한 것으로 A사 관계자에 따르면 강원랜드 직원의 요구에 따라 모두 4대를 구입해 보내준 것이다. 결제금액은 728만9000원이다.

또 카드사용 내역에는 강원랜드 직원들의 호텔 투숙 비용도 드러나 있다. 이 명세서에 따르면 해당 직원들은 1박에 10만 원짜리 모텔에서 투숙한 것이 아니라 1박에 35만 원정도 하는 호텔에 투숙한 것으로 드러나 있다. 하지만 강원랜드 측은 A사 측이 제공하는 호텔에 직원들이 머물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원랜드의 한 관계자는 “이미 A사 측이 문제제기한 부분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뇌물을 받았다고 지목된 해당 직원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A사 측은 우리 직원이 이태리로 출장 가서 고급호텔에 투숙했고 그 비용을 A사가 부담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우리 직원들은 하루 10만 원짜리 모텔급 숙소에 투숙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A사는 강원랜드의 이 같은 주장에 “호텔 직원들이 증인이고 같이 이태리 현지에서 동석했던 다른 관계자들이 증인”이라며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A사는 강원랜드 실무자들이 납품업체에 고가의 금품을 요구하고 수수료 명목으로 고액의 커미션을 요구했고 이를 거부한 결과 계약해지라는 보복조치를 당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강원랜드는 A사가 주문대로 물건을 만들지도 않았고 납품 기간도 어기는 등 여러 계약 조건을 위반했기 때문에 계약파기는 정당하다고 맞서고 있다.

강원랜드 측은 계약해지에 대해 “A사의 샘플을 받고 품평회를 했다. 그 결과 우리의 요구에 부합하지 못했다. 여러 면에서 턱없이 부족했다”며 “옷을 좋게 만들 줄 알고 원단발주를 허가했는데 정작 샘플을 받아보니 형편없었다. 따라서 계약해지의 책임은 물론이고 원단발주로 인한 경제적 손실에 대한 책임도 A사에 있다”고 주장했다.

A사 측은 그러나 강원랜드의 잘못을 입증할 자료가 충분히 있다고 강조하면서 “강원랜드의 K씨는 우리에게 ‘계약해지를 당하고 싶지 않으면 커미션 2억 원을 내놓으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우리가 이를 거부하자 강원랜드 측은 우리 회사의 봉제하청공장을 협박해 직접 계약을 체결하고 우리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이런 내용 역시 입증할 증거가 얼마든지 있다”고 밝혔다.

A사 측으로부터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하청 봉제공장 사장의 확인서에 A사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나타나 있다.

이 문건을 보면 “강원랜드 측 관계자가 ‘A사와 계약이 해지됐다. 모든 작업을 중단하라’고 말했다. [중략] 또 강원랜드 측으로 부터 ‘A사를 사기로 고소 중이니 만약 중지하지 않으면 검찰에 불려갈 수도 있다. 본인(봉제공장 관계자)이 했던 작업 내용 등을 진술서로 써 달라’는 요청을 들었다”고 적혀 있다.

A사에 따르면 강원랜드 관계자가 당시 봉제공장 관계자에 “A사를 사기로 고소 중이니 만약 중지하지 않으면 검찰에 불려갈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은 진술서를 받아내기 위한 거짓말이었다.

강원랜드 측은 “커미션을 요구했다는 부분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감사원 등에서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업체 측은 현재 강원랜드와 직원 그리고 비리에 연루된 납품업체 뿐 아니라 일부 언론사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감사원 검찰 경찰 등 사정기관에서 철저히 조사해 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사건 조사가 지지부진해지자 직접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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