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부모를 살해한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박한상 사건. 패륜 범죄를 저지른 박한상이 현장 검증서 범행을 재현하고 있다. 박은 사형선고를 받고 복역중이다.
어머니를 살해하고 시신을 수개월간 안방에 숨겨둔 패륜의 '고3 우등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 24일 모친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시신을 방치한 혐의(존속살해 및 사체유기)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18)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군은 어머니가 매일같이 공부를 강요하고 성적부진을 이유로 때리는 것을 참지 못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A군이 지난 3월 13일 오전 11시께 광진구의 다세대주택 자택에서 부엌에 놓인 흉기로 어머니 B(51)씨의 목을 찔러 숨지게 한 뒤 8개월간 시신을 숨겨뒀다"고 전했다.

경찰 조사에서 A군은 눈물을 보이긴 했지만, 비교적 담담하게 사건 당시를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대체 왜 그런 끔찍한 폐륜 범행을 저지른 것인지 그의 말을 들어보자.

A군에 따르면 어머니 B씨는 보통의 어머니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린 시절에는 따뜻하고 자상한 전형적인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와 사이가 나빠지면서부터 어머니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경제 사정이 덩달아 안 좋아지면서 짜증을 내는 일이 점점 늘었다.

A군이 중학교에 입합할 무렵에는 어머니가 공포의 대상으로 다가왔다. 어머니는 아들의 학업 성적에 엄청 집착했다. 조금이라도 성적이 떨어지는 날에는 그 분노를 참지 못했다. A군은 열심히 공부했지만 매번 어머니가 원하는 만큼의 성적을 내는 게 쉽지 않았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회초리를 든 것도 그 즈음. 아들의 성적이 떨어지면 회초리를 들었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체벌의 강도는 세졌다. A군은 어머니와 생활하는 하루하루가 무서웠고 힘겨웠다고 털어놓았다. 친구들과 어울려 제대로 노는 것도 쉽지 않았다. B씨가 아들의 생활을 철저하게 통제했기 때문이다.

체벌과 폭력 사이 극한공포

어머니가 아들의 성적에 더욱 집착한 것은 아버지와 헤어진 탓도 있었다. 5년 전 아버지의 가출로 사실상 혼자 살게 된 어머니는 아들 하나만 믿고, 아들이 잘되는 것으로 자기만족을 하는 '슈퍼 맘' 유혹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성적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분노를 참지 못하고 아들에게 무서운 체벌을 가했다.

A군은 경찰에서 "거의 매일 맞다시피 했다.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는 항상 공부를 하고 있어야 했다"며 "어머니는 한번 매를 들면 정신없이 두들겨 패곤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A군은 더 맞는 게 무서워 어머니에 반항 한번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말대꾸라도 하는 날에는 더욱 끔찍한 체벌을 당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A군은 학교에서도 늘 얼굴이 밝지 못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길은 천근만근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성적이 떨어지는 날에는 집에 가는 게 죽기보다 싫었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아들의 입장을 외면했다. B씨는 "서울대 법대를 가야 한다. 이건 모두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라며 몰아쳤다. 그 말은 공부를 할 때도, 매를 맞을 때도 늘 A군의 귓전을 때렸다. A군은 전국 1등을 해야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다.

아들의 성적에 만족하지 못한 어머니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다양한 벌을 강구해냈다. 아들의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밥을 안주거나 잠을 못 자게 했다. A군은 당시를 '공부를 위한 노예' 였다고 회상한다.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면서 A군에게 어머니는 더 이상 어머니가 아니었다. 매를 드는 것은 거의 습관화 됐고, 성적뿐 아니라 조금이라도 신경을 거슬리게 하면 폭언을 퍼붓거나 벌을 내렸다. 숨이 막혀 더 이상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지경에 이른 A군은 급기야 조금씩 빗나가기 시작했다. 어머니에게 혼나지 않기 위해 성적표를 위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극도로 성적에 집착하는 어머니의 광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A군은 성적이 떨어지면 항상 성적표를 위조해 어머니 앞에 내밀었다.

빗나간 모정 끔찍한 결말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성적표를 위조한 덕분에 A군은 어머니의 체벌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성적을 위조했다고 해서 공포의 체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등이 아니면 만족할 수 없는 어머니였기에 A군은 어머니에 체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A군은 무서운 체벌 때문에 어머니를 죽여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아버지와 헤어지고 자신만을 보고 힘겹게 살아가는 어머니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맞는 것보다 맞을 수도 있다는 공포가 결국 끔찍한 사건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A군은 경찰 진술에서 "평소 어머니를 죽이고 싶다거나 죽이려 한 적은 없었다"며 "범행 당일에는 어머니로부터 체벌을 당하는 게 너무 무서워 우발적으로 어머니를 죽이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던 지난 3월, A군은 전국모의고사 성적표를 받아 들고 밀려오는 극도의 공포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받아든 성적표에는 4000등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걸 어머니에게 보여주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불 보듯 환했다.

며칠을 고민하다 A군은 위기를 피하기 위해 또 성적표를 위조했다. 62등으로 성적을 고쳤다. 이 정도 성적이면 혼나더라도 그 강도가 약할 것으로 생각했다. 정작 위조 성적표를 내밀자 어머니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어머니는 "왜 1등 근처에도 못 갔냐"고 질책했다. A군은 이날 거의 10시간가까이 벌을 받고 매를 맞았다. 그래도 어머니는 분을 삭이지 못한 듯했다.

문제는 그 다음날이었다. A군은 식탁에 앉아 어머니와 밥을 먹다 순간적으로 어머니를 죽여야겠다는 충동이 일었다고 했다. 그나마 4000등을 62등으로 위조한 사실이 탄로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어머니가 '학부모 방문의 날'에 학교에 와 선생님과 진로 상담을 하기로 돼 있었다"며 "A군은 선생님과 만나는 과정에서 모의고사 성적표를 위조한 사실이 들통날까봐 너무 무서웠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전날 끔찍한 고통을 맛본 A군으로서는 앞으로 다가올 더 끔찍한 체벌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기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어머니를 죽였다고 자백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상행동 보인 A군

어머니를 살해한 A군은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을 해 나갔다. 자신을 벌주거나 괴롭히는 어머니가 곁에 없어, 어쩌면 마음만은 편하게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학교에서 친구와의 관계가 달라지지 않았고,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같이 라면을 끓여먹기도 했다.

하지만 A군은 경찰에서 "어머니가 꿈에 나와서 너무 무서웠다.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며 "어머니를 죽인 죄책감에 자수를 생각하기도 했으나 경찰에 붙들리는 것도 너무 무서웠다"고 진술했다.

A군의 패륜적 범행은 아버지에 의해 드러났다. 어머니와 헤어진 뒤 매월 120만원 상당의 생활비를 보내오던 아버지가 1년 만에 집에 들렀다가 아들의 태도에 이상한 점을 느낀 것.

경찰에 따르면 아버지가 찾아왔는데도, A군은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어머니 행방에 대해 제대로 말을 못했다. 또 안방 문이 공업용 본드로 막혀 있는 점 등을 수상히 여긴 아버지는 경찰에 신고했고 결국 A군의 범행이 드러났다. A군은 시신이 보관된 안방 문틈을 공업용 본드로 밀폐해 냄새가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도록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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