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구반점 군만두
만두는 곡물 껍질 속에 고기, 채소, 생선 등을 넣고 만든 음식이다. 삼국지의 제갈공명이 남만정벌에서 돌아오다가 "남만인의 머리(蠻頭) 대신 속임수로 만든 음식이 '만두饅頭'의 시작"이라는 '설'이 있으나 '구라'다. 정사正史에는 제갈공명의 남만정벌이나 노수, 노수대제 등이 아예 없다. 그저 후대 사람들이 제갈공명을 띄우려고 만든 말이다. 만두의 기원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곡물로 겉을 싸고 속을 채운 이 음식은 오래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했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남미나 유럽에도 각각 고유의 만두가 있었고 최근에는 만두가 유라시아 대륙을 다스렸던 몽골, 터키에서 시작되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반도는 고려시대 후기부터 만두가 널리 퍼졌다. 영화 제목이자 고려시대 노래 제목 '쌍화점雙花店'은 '만두집'이다. "쌍화점"의 첫 구절은 "쌍화점에 만두 사러 갔더니 '회회回回아비'가 내 손목을 잡았다"로 시작한다. '회회아비'는 서역인 혹은 색목인이다. 원나라 전성기 색목인은 몽골인 다음의 귀족계급이었다. 고려후기 이미 색목인들이 만두전문점을 열고 손님과 '연애질'을 했다니 흥미롭다. 충혜왕 때는 궁궐의 만두를 훔쳤다가 목숨을 잃은 간 큰 도둑 이야기도 나온다. 만두는 귀한 음식이었다.

조선 초기 문신 서거정은 "만두는 서리처럼 희다"고 했다. 서리(霜)가 꽃(花)처럼 핀 것이 바로 '상화' '쌍화'이고 곧 만두다. 김종직도 "만두는 속칭 '상화병霜華餠'과 비슷하다"고 했고 일본에 파견되었던 신유한은 "일본에는 만두란 것이 있는데 조선의 상화병霜花餠 같다"고 했다. '만두' '상화(霜華, 霜花)' '쌍화'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내내 혼용된다.

만두는 끊임없이 교류되면서 발전한 음식이다. 조선후기에도 중국에서 신기한 '대만두大饅頭'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고, 허균은 "도문대작"에서 "의주 사람들이 중국과 교류가 잦아 대만두를 잘 만든다"고 했다. 대만두는 큰 만두피 속에 호도만큼 작은 만두를 여러 개 넣은 것이다. 우리나라 '볏섬만두'가 대만두와 비슷하나 다르다.

만두는 서울과 평안도, 황해도 지방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서울 부암동 '자하손만두'(02-379-2648)에서는 순 우리식 만두인 '편수'도 만날 수 있다. 편수는 네모난 모양으로 한반도만의 여름용 만두다. 인사동 '개성만두 궁'(02-733-9240)과 동대문구 용신동의 '개성집'(02-923-6779)에서는 만두와 더불어 개성지방 별미 '조랑이 떡국'도 만날 수 있다. 압구정 로데오거리 뒷골목 '만두집'(02-544-3710)과 압구정동 '설매네'(02-548-0090) 등은 전형적인 평안도식 만두집들이다. 만두가 크고 어복쟁반, 빈대떡 등이 더불어 나온다. 가리국밥이 유명한 대치동 '반룡산'(02-3446-8966)의 함경도식 만두도 크고 좋다.

홍복 만두
삼청동 '북촌칼국수'에서는 1층에서 직접 만두 빚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삼청동의 '다락정'(02-725-1697)은 만두와 더불어 만두를 우리식 탕반음식으로 만든 토장만두전골, 김치만두전골 등이 좋다. 중국식 만둣국 '훈툰(餛飩)'은 한국 만둣국, 만두전골과 비기지 못한다.

1호선 회기역 부근의 '봉이만두'(02-2215-1122) 강남 구 역삼세무서 사거리 부근의 '월화당'(02-568-8520) 등에서는 중국식도 이북식도 아닌 '어중간하면서도 맛있는' 만두를 볼 수 있다.

지방에서는 경기도 여주의 '구 보배네만두'(031-884-4243) 광주광역시의 '소금'(062-234-2077) 등이 만두전문점이자 맛집들이다. 대구 '미성당'(053-255-0742)의 '납작만두'는 가난한 시절 먹었던 '추억의 음식'이다. 납작한 피 속에 당면과 부추 몇 조각을 넣어서 기름에 지져 먹었다.

오래된 화상 만두전문점은 서울 명동의 '취천루'(02-776-9358)와 인천 차이나타운의 '원보'(032-773-7888) 등이고 삼청동의 '천진포자'(02-739-6086)는 최근에 생긴 중국만두전문점이다.

우리는 통칭 '만두'라고 하지만 중국인들은 '만두' '포자' '교자'로 나눈다. '취천루'의 메뉴판에는 고기만두, 물만두와 더불어 '교자만두'가 있다. 중국인들은 속이 없는 곡물 빵을 만두(만토우), 고기, 생선, 채소 등의 속을 넣고 윗부분을 보자기처럼 말아 올린 것은 포자(파오츠), 반달처럼 빚은 것은 교자(쟈오츠)라고 한다. '취천루'의 '교자만두'는 "중국인들은 교자라 부르고 한국인들은 만두라고 하는 것"이다.

천진포자 고기만두
서울 을지로 '안동장'(02-2266-3814), 연희동 리틀차이나타운의 '홍복'(02-323-1698), 여의도 '짜장면 없는 중국집' '서궁'(02-780-7548)의 물만두, 삼각지 '명화원'(02-792-2969), 이태원 '쟈니덤플링'(02-790-8830), 을지로 '오구반점'(02-2267-0516)의 군만두, 북창동 '신승관'(02-735-9955)의 초록빛을 띄는 '시금치만두' 등이 권할 만한 화상 만두들이다. 잠원동의 '노독일처'(02-517-4552)에서는 부추만두를 비롯하여 약 10여 종류의 특이한 만두를 만날 수 있다.


명화원 만두
쟈니덤플링 만두
노독일처 소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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