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
한나라당이 와해 분위기다. 10ㆍ26 재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 사건으로 촉발된 한나라당의 위기 상황이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유승민ㆍㆍ 전 최고위원들의 7일 사퇴 발표에 이어 지도부 사퇴와 박근혜 전 대표의 조기 등판,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재창당 등 각종 당 쇄신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급기야 홍준표 대표가 8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재창당준비위원회 구성을 포함한 당 쇄신안을 발표했지만 당 내부 모든 세력이 이를 거부했다.

"쇄신 대상이 웬 쇄신안을 내놓느냐"라는 비아냥부터, "사퇴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꼼수"라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친박 진영에서조차 홍 대표의 사퇴를 주장했다.

때문에 홍 대표의 자리 유지 여부가 아무 의미가 없게 됐다. 홍 대표가 그토록 원하던 공천권 행사를 포함한 당내 인적 쇄신 문제는 더 이상 관여하기 어렵게 됐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새로운 지도부의 탄생이 임박했다. 사실상 재창당이다.

그러면 어떤 식으로 한나라당의 개혁이 진행될까. 갖가지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지만, 종국에는 친박당(親朴黨)과 비박당(非朴黨)으로 나눠지는 것이 아니냐는 때이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등판, 이명박 탈당

먼저 선도 탈당설까지 제기됐던 수도권 쇄신파 K,J 의원은 일단 당의 변화 움직임을 지켜보기로 하고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쇄신파들은 대놓고 재창당을 주장하고 있고, 일부 의원들은 '재창당 모임'마저 결성했다.

조만간 당 내외의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재창당을 위해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새로운 정강이 만들어지고 당청관계 재정립과 새 지도부 및 총선ㆍ대선 후보 공천 방식 등이 여기서 제시될 전망이다.

정몽준
이는 1996년 민자당이 신한국당으로 탈바꿈할 당시의 상황이 원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위치에서 한나라당을 허물고 새집을 지어 새로운 당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복안이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당권과 대권을 분리한 내부 규정을 고쳐 실질적인 대선 주자가 당을 이끌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대선 1년6개월 전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는 현 당헌ㆍ당규를 대선 6개월 전 수준으로 완화할 경우 재창당 작업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경기지사 등 당내 대선주자들이 당권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당내 지분이 가장 많은 박 전 대표에게 책임을 지고 내년 총선을 지휘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박 전 대표는 장고(長考)에 들어갔지만 연말 예산안 정국이 지나면서 어떤 형태로든 지휘봉을 들고 재창당 작업에 손을 댈 것으로 보인다.

여기가 첫 번째 고비다. 당을 어떻게 구성하고 어떤 정강으로 새롭게 선 보이느냐가 관건이다. 일단 박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 내곡동 사저 문제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의 상당부분이 이 대통령의 책임이란 것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대통령 탈당을 통한 '신 야당'으로 포장하고 나설 수 있다.

그러나 당을 새롭게 만드는 과정에서 박 전 대표가 친박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대구ㆍ경북(TK)지역과 보수 성향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재창당 작업을 이끌 경우 친이계와 쇄신파 등 비박 진영이 이를 좌시할리 없다. 기존의 한나라당과는 완전히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문을 외면한 것으로 치부할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공천 기준 설정이다. 친박 해체가 필요하다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 박 전 대표는 그간 "친박이란 계파는 없다"는 식으로 이를 무시해왔다. 측근들 보호에 급급하고 있다는 지적에도 박 전 대표는 애써 그들을 감쌌다.

김문수
하지만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박 전 대표가 재창당 과정에서 친박계에 대한 냉엄한 기준을 들이대지 못하고 감싸기에 나설 때가 아니란 얘기다.

'박 전 대표가 총선에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면 당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그간 박 전 대표의 눈치만 살펴오던 비박 진영이 이제는 마음을 달리 먹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지지율이 작지 않은 차이로 밀리고 있는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이제 박 전 대표는 차기 대통령에 근접한 것도 아니고 '선거의 여왕'이란 타이틀도 그다지 어울리지 않게 됐다는 생각에서다.

박 전 대표에게 "본인도 바뀌고 측근들도 교체하는 초강수를 두지 않으면 한 배에 같이 탈 수 없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신(新) 한나라'로 재창당

우여곡절 끝에 새 지도부가 들어서는 재창당이 이뤄진 이후가 2차 고비가 된다. 박 전 대표가 사실상 당의 얼굴이 되는 신(新) 여당이 국민에게 얼마만큼 진정성을 줄 수 있느냐 여부가 관건이다.

이재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지금의 한나라당 쇄신파는 총선을 앞두고 신당의 지지율이 야당에 비해 밑돌거나, 전체적인 바닥 정서가 여전히 반감이 가시지 않는 상황으로 이어질 경우 또 다른 변신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박 전 대표를 간판으로 한 신 여당조차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 들 경우 이들의 선택은 두말없이 탈당이다.

신 여당이 한나라당의 당명 변경에 지나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2위권에 계속 머물면서 좀체 회복할 기운을 보이지 못한다는 전제다.

이미 이 때는 공천에서 탈락한 한나라당 인사들이 외부에서 똬리를 틀고 새로운 세력 집결을 모색하고 있을 상황이다. 이들과 탈당파들이 손잡고 새로운 중도 보수의 기치를 들고 나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보수의 분열이란 지적을 받을 수도 있고, 통합된 야당과 분열된 여권의 싸움이면 필패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이들에게는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란 생각이 가득하다. 어차피 기존 한나라당이나 신 여당으로도 안 된다는 계산이 나오면 새로운 모험을 시도해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들의 탈당 러시가 가시화할 때 박 전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초기 진압에 성공해 이탈을 막는다면 큰 어려움 없이 총선까지는 단일 대오를 형성할 수 있지만, 여기서 주도권을 놓치면 박 전 대표는 3차 고비에서 무너지는 결과를 맞을 수 있다.

원희룡
'정·문·오' '원·두·필'중심

그럼 친박이 아닌 수도권 중심의 의원들이 탈당해 과연 경쟁력 있는 또 다른 신당을 만들 수 있느냐 하는 데에도 여러 조건이 따른다. 대선주자급 유력 인사들이 힘을 합해야 하고 외부의 참신한 세력이 한 데 모여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단 전 대표와 경기지사, 의원 등 이른바 '정-문-오'트리오가 장년층을 대변하는 세력으로 한 축을 담당해야 하고, 의원 등 '원-두-필'트리오가 당을 주도하는 모양새를 갖춰야 새로운 제2의 신당이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여기에 수도권 비박 의원들이 가세하면서 이미 장외에서 창당 작업에 들어간 박세일 전 의원 세력과 손잡으면 친박 성향의 의원들만 남게 되는 기존 신 여당과 어깨를 얼추 나란히 할 수 있다. 외부 세력으로는 명망가를 비롯해 30,40대 기성 정치권에 몸담지 않았던 인사들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비박당은 신 여당인 친박당을 '영남-보수-구 정치' 이미지의 당으로 몰아붙이며 새로운 입지 개척을 위해 뛰게 된다. 친박당은 비박당을 향해 '친 이명박'세력들이 모인 친이당으로 각인시키려 애쓸 것이 분명하다.

비박당은 친박당보다 무조건 이념적으로 왼쪽으로 클릭 이동하는 정강을 채택해 중도보수의 기치를 확고히 할 가능성이 크다. 전략적으로 보면 친박당을 구 자민련으로 몰아붙이는 방식이다.

정두언
그러면서 40,50대 '원-두-필'트리오가 당 지도부의 전면에 나서면서 세대교체를 이룬 중도보수당의 깃발을 높게 쳐 들 것으로 점쳐진다.

실현 가능성과는 상관없이 안철수 원장의 영입도 추진될 것이 분명하다. 최소한 안 원장과의 연대감을 유지하기 위한 각종 구애작전이 동원될 것이다. 박 전 대표에게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지게 되는 셈이다.

여권과 보수진영이 이렇게 두 정당 체제로 갈 경우 총선 필패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서로가 경쟁을 벌이다 총선을 앞두고 선거연대 등의 방법을 통해 후보 단일화를 꾀할 수도 있고, 아니면 총선에서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눌 수도 있다.

친이계와 친박계로 나뉘어 4년여 치열하게 신경전을 벌여오던 한나라당 내분 사태가 결국에는 이런 식의 분당으로 결론지어진다는 시나리오가 눈 앞에 다가와 있다. 또 이런 시나리오가 내년 초부터 숨가쁘게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대선은 또 다른 문제다. 총선 결과에 따라 각종 가능성 있는 예상구도가 복잡하게 그려진다. 총선에서 결국 합당이나 연대가 안될 경우 양쪽 모두 치명상을 입을 것은 자명하다. 이후 장외의 보수진영에 의한 통합 압박이 거세지게 돼 양 당은 대선 후보를 옹립한 후에는 제2의 합당을 추진할 수 있다. 4년 전 열린우리당이 자체 분열 후 다시 대통합민주신당으로 통합했던 것과 유사한 방법이다. 이 경우 제1여당인 친박당에서는 박 전 대표가, 제2여당인 비박당에서는 자체 경선을 거쳐 탄생한 대선후보가 보수진영의 후보 단일화 경선을 치르는 구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남경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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