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9일 물러났다.

7ㆍ4 전당대회에서 여당 수장이 된 홍준표 대표는 온갖 구설에 올랐고 최근 선관위 디도스 사건이 터지면서 5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홍 대표는 9일 오후 3시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당원 여러분의 뜻을 끝까지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면서 “더 이상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4ㆍ27 재보선 패배로 안상수 대표가 물러나자 7월 4일 경선을 통해 홍 대표를 새로운 수장으로 선택했다. 서민 출신으로 보수 정당 대표가 된 홍 대표는 서민 정책을 발표하면서 복지 정책을 강조한 박근혜 전 대표와도 호흡을 맞췄다.

그러나 홍준표 체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지면서 흔들렸다. 주민투표에서 졌지만 홍 대표가 투표율을 앞세워 “사실상 승리했다”고 말하자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나라당은 오세훈 서울시장 사퇴에 따른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졌지만 몇몇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이겨 체면을 살렸다. 당시 홍 대표는 “진 것도 이긴 것도 아니다”고 말해 책임 회피성 발언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홍 대표는 거친 발언으로 구설에 자주 올랐다. 10월 31일에는 대학생에게 ‘이대 계집애들’이라고 말했다고 사과했다. 지난달 15일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에 대해 “통과시키면 (기자) 안경을 벗기고 아구통을 한 대 날리기로 했다”고 말해 비난을 자초했다.

여당 안팎에서 홍 대표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은 그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줬다. 선출직 최고위원 3인이 디도스 사건에 대한 대응이 안일하다는 이유로 동반 사퇴했다. 사퇴 압박 속에서도 홍 대표는 당 쇄신안을 앞세워 사퇴를 거부했지만 결국 여론에 밀려 5개월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홍 대표는 “22만 당원 동지 여러분이 압도적으로 선출해 준 그 뜻에 보답하기 위해 지난 5개월 동안 불철주야 국정을 살피며 내년 총ㆍ대선에 대비해 왔다”면서 “그러나 한미 FTA 비준안 처리 이후 디도스 사건 등 당을 혼돈으로 몰고 가는 악재가 연달아 터졌는데 모두 내 부덕의 소치다”라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