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의원총회가 끝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뒤로하고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박근혜 신당'으로 개조된다. 박근혜 전 대표가 19일 비상대책위 출범과 함께 위원장에 추대됨에 따라 한나라당 변혁의 키는 온전히 그에게 주어지게 됐다.

박 전 대표가 총선까지 비대위 체제로 계속 이끌지 여부는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일단 총선을 겨냥한 당의 공천 문제 등 인적쇄신 부문과 현정부와의 선긋기를 포함한 정책 기조 전환 등 총체적인 당의 변화를 주도할 것은 분명하다. 이른 바 '여왕의 귀환'이다.

2006년 6월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5년 5개월 만에 당의 중심으로 다시 서게 된 박 전 대표가 어떤 식으로 재창당 수준에 버금가는, 또는 박 전 대표 말대로 재창당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당의 환골탈태를 이끌어낼까. 박 전 대표의 최근 발언에서 향후 진행될 개혁 작업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박 전 대표는 15일 열린 의원총회에 2년 7개월여 만에 참석,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 신뢰를 어떻게 다시 얻는가 하는 것"이라며 "국민에게 다가가 국민 삶을 챙기고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당의 명운이 달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대표는 14일 당내 쇄신파 의원들과의 회동에서도 "민생을 챙기고 일자리를 만드는 일을 비대위에서 이뤄내는 것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면서 "국민 신뢰를 얻어내면 당명을 바꾸는 것 또한 국민이 이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
민생과 일자리를 통한 국민 신뢰 회복을 비대위의 최우선 과제로 놓고 성과를 거둔 뒤 종국에는 당명을 바꿔 '박근혜 신당'으로 재창당 하겠다는 복안이 담겨 있다. 여기에는 이명박 정부와의 철저한 단절도 예고돼 있다.

한나라당의 재출발을 선언하며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섰지만 여당에 대한 반감과 인물난, 정책 기조 전환과 현정부와의 관계 재설정 등의 어려움을 감안하면 험로가 예상된다.

비대위 구성부터 파격적으로

당의 모습을 탈바꿈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인적쇄신이다. 그 첫 단추는 19일 출범하는 비대위원들의 면면에 달려 있다.

친박계 최경환 윤상현 의원 등은 '2선 후퇴'를 선언했다. 박 전 대표의 비대위 구성 단계에서 공천 밑그림 작업에 이르기까지 박 전 대표가 최대한 측근 기용을 줄일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비대위에 쇄신파를 포함한 당내 '비(非) 박근혜'계와 함께 이념적으로도 중도에 가까운 외부인사들을 데려와 마치 중립 내각에 준하는 '탕평 지도부'를 구성할 생각이다.

남경필
그러나 첫 작품인 비대위 구성 작업부터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먼저 '원-두-필'로 불리는 의원 등 당내 대표적인 소장 쇄신 그룹 인사들이 직접 박 전 대표가 구성하는 비대위에 끼어들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이들과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인사들 정도가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친이 직계와 친 이재오 인사들도 더러 합류할 수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과의 구원이 남아있어 어느 정도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외부 인사들의 영입 문제도 큰 틀의 원칙은 세워져 있지만 자원이 넉넉하지 않은 것이 문제점이다. 학계와 관계, 법조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각계 인사들이 대상이 되지만 국민에게 신선한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참신성과 정치적 감각도 겸비한 전문성 있는 인재를 구하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표는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 등 당내 잠룡들과도 머리를 맞대는 모양새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자세를 취하면서 추천 인사들을 내세우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원희룡
보수ㆍ부자당 탈피 과제

비대위가 구성된 뒤 해야할 일은 한나라당의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버리는 것이다. 영남권과 보수 일색, 노인 정당에 부자 중심이란 세간의 부정적 인식을 바꾸지 못한다면 총선은 물론, 박 전 대표의 대권 꿈도 날아간다.

먼저 정책 분야에서는 좌측으로의 클릭 이동이 상수다. 추가 감세 철회, 부자 증세인 '버핏세' 도입 추진, 대학등록금의 정부 추가 예산 지원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박 전 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정부는 성장을 중심으로 한 양적 성장, 양적 목표를 중요시한 면이 있다"면서 "그런데 이제는 양적 성장 보다는 질적 발전으로 우리 경제가 변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장과 고용, 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강조한 '박근혜식 복지정책' 기조를 뚜렷이 하면서 현정부와의 정책 기조를 왼쪽으로 조금 옮겨놓겠다는 구상이다.

정두언
이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성장 위주로 정의하면서 앞으로는 성장과 고용을 통한 복지 확대라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이다. 비대위의 새로운 정책도 이에 기반을 둘 것이 분명하다. 보수 편향과 부자 중심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자는 복안이다.

이 대통령은 물론 한나라당이나 박 전 대표에게도 항상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소통 부족'이다. 이 같은 불통 이미지 탈피를 위해 박 전 대표와 비대위는 2030 세대와의 접촉을 늘리고 서민층 삶의 현장 등 민생과의 만남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 확실하다.

박 전 대표 주변에서는 TV 토크쇼 등 젊은 층과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출연하자는 의견을 내놓는다. 예를 들어 KBS 개그콘서트와 MBC 나는 가수다 등의 인기 프로그램 녹화 스튜디오를 직접 찾아 현장에서 방청객들과 스스럼없는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면 소통의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정책을 전환하면서 고루한 이미지를 벗어나는 작업을 전개한다면 다음 단계는 한나라당 변화의 뇌관인 공천 작업과 맞닥뜨리게 된다. 적어도 여기까지는 수도권 쇄신파 등 반박 진영도 별반 비대위 움직임에 제동을 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공천 단계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신들의 안위와 직결돼 있기에 파열음의 시작점은 이곳이 될 수 있다.

거의 영남ㆍ친박계 의원

박 전 대표는 "몇몇 사람이 공천권을 갖는 것은 구시대적 방식"이라며 지론인 '시스템 공천'을 강조했다. 공천 과정에서의 현역 의원들의 희생 불가피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이와 관련 영남의 한 친박 의원은 "희생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친박 내 그런 자발적 용퇴 분위기가 있다"고 내부 공기를 전했다.

비대위 구성에서 공천작업 등 인재 영입은 박 전 대표 체제의 성패를 가늠할 가장 중요한 열쇠다. '자기 사람 심기'로 비쳐졌다가는 분당 사태는 물론이고 한나라당이 총선과 대선에서 철저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을 박 전 대표가 모를 리 없다.

일부에서 영남권 50% 물갈이론이 제기되지만 이 정도로도 부족할 수 있다. 때문에 영남권이나 친박계 의원들의 상당수가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 그려진다. '전원 불출마'주장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100% 물갈이는 어렵다고 보면 '친박 해체'라는 명제가 어울릴 만한 수준의 대폭적인 교체 바람이 일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누구를 데려와 총선에서 새 바람을 불어넣느냐 하는 부분인데, 현재 야당은 지원자가 넘쳐 고민이고 여당은 인물난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국민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인사들을 영입하려면 박 전 대표가 기득권을 포기해야 어느 정도 가능하다. 이념적 중도나 중도 좌파는 물론, 유신 정권과 각을 세웠던 민주 인사들에게까지도 손을 내밀어야 한다. 박 전 대표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쇄신ㆍ소장 그룹과의 2차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는 순간이다. 단순히 양측과의 갈등 정도가 아니라 반박 진영의 탈당에 이은 이들의 신당 창당 움직임이 가시화할 수 있다.

박 전 대표가 이들을 회유하느냐 떼어내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 구도는 요동치게 된다. 이 대통령의 탈당과 당명 개정도 이 시점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경기지사와 가까운 차명진 의원은 "비대위가 총선까지 책임지는 것은 부적절하고 외부인사 영입과 재창당 준비까지만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의원도 "박 전 대표의 등판 결정으로 달라진 것은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을 이루겠다'라는 정치적 수사밖에 없다"고 평가 절하했다.

정책 기조 전환과 공천 작업에 이은 당명 개정 등이 국민 다수의 환영을 받을 만한 수준으로 이어지면 쇄신파들의 탈당 움직임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개연성이 높다.

반대의 경우라면 여당 분당 사태가 유력해지는 것이다.

친박 진영에서는 "비대위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면 일부 쇄신파들이 탈당을 결행해도 2000년 16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공천에서 배제된 김윤환 전 의원이 주도한 민국당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며 "천막당사 때처럼 최소한 120석 이상은 얻어낼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쇄신파 측에서는 "비대위 활동이 지지부진할 경우 탈당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 박근혜 신당은 결국 '신 자민련'처럼 옹색한 수준으로 변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태근 김성식 의원의 탈당까지 부른 한나라당의 내홍 사태는 박 전 대표의 등장으로 봉합국면을 맞은 듯 하지만 실제로는 잠복기를 맞고 있을 뿐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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