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들이 지난달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을 정점으로 한 10명의 비상대책위원들이 선임되자마자 당 안팎이 시끌벅적하다. 당내에서 당연직으로 참여한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 주광덕 김세연 의원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잡음이 없지만 외부인사로 참여한 6명을 놓고 파열음이 심각하다.

이들 6명의 '외인부대원'들은 비대위에 참여하자마자 당의 개혁 방향을 친이계 등 구주류를 배제하는 쪽으로 정한듯한 발언을 하거나, 저마다 독특한 캐릭터로 '튀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여권 내부에서 여간 불편한 시각으로 이들을 바라보는 게 아니다.

여기에 인선 과정도 박 비대위원장이 두루 자문을 구하는 과정 없이 핵심 측근 몇 명하고만 상의해 독단적으로 이뤄진 부분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외인부대원들의 자질이 도마에 오르는 등 당의 개혁을 책임질 비대위가 거꾸로 개혁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의 구원 투수로 출범한 비대위가 개혁의 시동을 걸게 될지, 아니면 비박(非朴.비 박근혜 진영)들의 공분을 사며 분당 사태를 초래하게 되는 주 원인이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비대위를 진두지휘하는 박 위원장의 모습이 아슬아슬하게만 느껴지는 대목이다.

6명의 외인부대원 중에 가장 타깃이 되는 인사는 최고령(72세)으로 좌장 역할을 맡은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다. 김 전 수석은 민정당(11,12대)과 민자당(14대), 민주당(17대) 등 여야를 오가며 4번이나 비례대표(전국구) 의원을 지냈고 노태우 정권시절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보사부 장관을 지낸 경력이 있다. 최근에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정치적 멘토라고 알려지기까지 했다.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지난달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상돈 비대위원이 전날 주장한 '이명박 정부 핵심ㆍ실세 인사 용퇴론'에 대해 "오늘은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철새 정치인" 비난 쇄도

김 전 수석의 이런 행보를 놓고 비박 진영에서 문제를 삼고 있다. 여당과 야당을 왔다갔다 했을 정도의 철새 정치인 데다, 한나라당에게는 최대 정적이 될 수 있는 안 원장을 위해 정치적 조언을 마다하지 않은 사람을 어떻게 비대위 좌장으로 세울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여기에다 김 전 수석은 뇌물을 받아 구속 수감된 전력이 있다. 이때 자백을 받아낸 검사가 홍준표 전 대표다.

이와 관련, 전여옥 의원은 "김 전 수석은 1993년 동화은행에서 2억1,000만원을 받았다가 뇌물죄로 의원직을 상실하고 2년간 징역을 산 사람"이라면서 "재벌 개혁을 얘기하면서 다 쓰러져가는 은행에서 돈을 받았다는 건 낯 뜨거운 범죄"라고 꼬집었다.

전 의원은 이어 "김 전 수석은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을 시작으로 민정당, 민자당, 민주당 등 안 가본 당이 없다"며 "이런 사람에게 당 쇄신을 맡겨도 되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첫 비대위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여기에다 김 전 수석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김정렴씨의 조카사위로 알려져 박 위원장이 인적 관계를 토대로 비대위를 구성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념문제가 도마에 오른 것은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다. 이 교수는 천안함 폭침 사건과 관련해 북한의 소행보다 피로파괴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주장을 폈다.

그래서 홍 전 대표는 이 교수를 향해 "우리가 조용환 헌법재판관 내정자를 반대하는 이유가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한 부정적 입장) 때문인데 그걸 부정하는 사람을 비대위원으로 둬서 되겠느냐"고 교체 필요성을 제기했다.

26세의 나이로 비대위원에 위촉돼 화제를 모은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에 대해서도 비판이 적지 않다. 이 대표는 같은 미국 하버드대 선배인 무소속 강용석 의원과 트위터 상에서 입씨름을 벌였다. 이 대표는 자신과 강 의원이 쌍두마차라는 얘기가 있다는 한 네티즌의 글에 대해 "꼭지가 돈다"며 강 의원과 함께 거론되는 것 자체에 대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러자 강 의원은 "이 대표의 학력 경력 군대가 잘 안 맞는다. 고교 2학년때 카이스트에 진학하고 3학년때 하버드대 4학년으로 편입해 1년만에 졸업했다는 건데 거의 타블로(학력조작 의혹이 일었던 가수)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다 이 대표는 철거민들의 시위에 대해 "전국철거민연합이 얼마나 정의로운 단체인지는 모르겠지만 서초2동 전역을 쩌렁쩌렁 울리면서 시끄럽게 하는 건 진짜 미친놈들이 아닌가 싶다"고 철거민을 '미친 놈'에 빗대 표현한 것이 일부 언론에 보도돼 구설수에 올랐다. 이 대표는 박 위원장 핵심 측근인 유승민 의원 친구의 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김종인 비대위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이밖에 조현정 비트컴퓨터 대표는 서울 왕십리 지하철 민자역사 사업에 관여해 막대한 수익을 챙긴 것에 대해 일각에서 잡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비대위에 유일한 여성인 이철승 전 신민당 의원의 딸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는 아동 문제 전문가로 알려져 있지만 김택기 전 의원과 이혼한 경력이 그리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들 외에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교수도 비대위에 참여하고 있다.

첫날부터 내분 유발 발언

비대위원들은 모임을 가진 첫날부터 내부의 원성을 살만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상돈 비대위원은 지난해 12월 2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 정권의 공신이나 당 대표를 지낸 사람들이 '우리 책임이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정치적 도의가 아니다. 그 사람들을 그대로 두고 쇄신을 하면 누가 믿겠는가"라고 정권 핵심인사에 대한 물갈이론을 들고 나왔다. 이상득 이재오 의원은 물론 여당 대표를 지낸 박희태 국회의장과 정몽준 안상수 홍준표 의원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김종인 비대위원도 같은 날 금품수수 혐의로 보좌관이 구속된 이상득 의원을 겨냥, "본인이 적절히 처신하리라 본다"고 말해 정계은퇴를 압박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첫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비대위원에 선임된 20대 벤처사업가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 비대위원은 이 비대위원의 정권 핵심에 대한 물갈이론 시사와 관련, "전체 비대위원들 생각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제가 보기에는 일반 국민들의 생각이 그렇다고 본다"고 거들고 나섰다.

그러자 친이계를 비롯한 당 내부에서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차기 총선 출마포기를 선언한 장제원 의원은 "한 분의 교수가 당에 들어와 칼을 휘두르면서 공천 운운하는 모습에 한나라당이 휘청거린다. 이게 개혁이냐"라면서 "오히려 개혁과 단합에 저해가 되는 것으로 박 비대위원장이 엄중 경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여옥 의원도 김종인 비대위원을 겨냥, "국민이 제일 싫어하는 게 돈 먹는 것인데 그런 전과자가 우리에게 쇄신 개혁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거듭 문제를 제기했다.

영남권의 한 의원은 "비대위원의 발언들은 분열을 좌초하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당을 깨자는 것"이라고 강조했고, 수도권의 한 의원은 "비대위가 무슨 국보위냐. 정몽준 이재오 의원 다 나가고 박 비대위원장 혼자 다하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내부 불만에 이어 문제 인사로 지목된 김종인 이상돈 비대위원에 대한 교체설이 고개를 들자 박 비대위원장이 진화에 나섰다. 박 비대위원장은 실세 용퇴론과 관련, "개인 의견일 뿐이다. 누구는 쇄신의 주체고 누구는 대상이라고 해서는 쇄신이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논란을 차단하고 나섰지만 당내 찬반 논쟁은 더욱 가열되면서 내홍으로 치닫고 있다.

비대위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측은 박 비대위원장이 김종인 이상돈 비대위원장과 예전부터 자주 만났던 것을 거론하며 결국 막후에서 박 비대위원장이 이들을 통해 정적 제거에 들어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삼삼오오 모여 대책 논의

일단 칼자루를 쥔 비대위에서 쇄신의 방향을 현정부와의 선긋기를 통한 구주류인사 물갈이론에 맞춘 만큼 '당하는' 쪽들도 가만 두고 볼 상황은 아니다. 따라서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향후 진로에 대한 대책 숙의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들 사이에서는 정태근 김성식 의원처럼 탈당 대열에 합류해 박세일 전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이나 중도 보수를 기치로 한 독자적 창당, 아니면 안철수 원장과 함께 새로운 중도를 표방하는 제3의 신당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이들의 집단 반발 및 일부 이탈 움직임이 대선은 물론 눈앞의 총선을 생각해야 하는 박 비대위원장으로선 여간 난제가 아니다. 달래기에 나서던가 최소한 반발 세력의 일부를 회유하면서 이탈을 가급적 막는 쪽으로 가지 않으면 문제가 심각하다.

그렇다고 이들이 원하는 대로 김종인 이상돈 비대위원들의 교체 주장을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다. 일단은 쇄신의 깃발을 앞세워 현정부와 가까운 인사나 고령 다선 의원들, 의정생활에서 문제점이 드러난 인사에 대한 선긋기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파열음이 계속돼 일부가 이탈할 경우 이들 중 핵심 의원들 몇몇만 구제하는 식으로 반대파의 힘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의 모든 승부는 기선잡기 싸움에 달려 있다. 비박과 반박진영에서 먼저 비대위원들의 돌출 행보 및 전력들을 문제 삼아 치고 나온 상황임을 감안하면 친박 진영에서 달래기 식의 수비형으로 나오느냐, 역으로 맞불 작전으로 나오느냐에 따라 한나라당의 미래가 달려 있는 셈이다. 조금 훗날을 염두에 두고 현재의 상황을 판단한다면 지금 시점이 분당이냐 화합형 쇄신이냐의 갈림길이 될 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 MB와 측근들 줄줄이 비리 의혹… 이제 시작일 뿐?
▶ 김정일 사망 그후 이런 일까지… 격랑의 한반도 어디로?
▶ 또다른 남자와도… '방송인 A양 동영상'의 모든 것
▶ 앗! 정말?… 몰랐던 '선수'남녀의 연애비법 엿보기
▶ 불륜·헐뜯기 행각도… 스타들의 이혼결별 속사정
▶ 아니! 이런 짓도… 아나운서·MC 비화 엿보기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