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
"최고의 연기를 선보일 수 있는 역할을 주신 김수현 선생님께 존경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배우 수애가 1일 소속사 스타제이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이 같은 수상 소감을 전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SBS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이서현 역으로 '2011 SBS 연예대상'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다. 이날 개인적인 이유로 시상식에서 불참했던 수애가 뒤늦게 김 작가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한 것. 주연 배우가 감사 인사에서 드라마 작가에게 '선생님' '존경'이란 표현을 쓴 것은 김 작가가 한국 드라마계에서 남다른 존재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신(神)'이라고 불릴 정도다.

그를 비롯해 문영남 임성한 노희경 작가 등은 한국 드라마계에서 '스타 작가'로 인정받는 이들이다. 흥행보증수표 격인 4인방은 배우 캐스팅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본인이 쓴 대사를 의도대로 잘 소화해줄 배우들을 기용하고픈 욕심 때문이다. 때문에 작가들에게 눈도장을 받은 배우들은 해당 작가의 작품에 연달아 출연하곤 한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작가의 이름을 따 'OOO 사단'이라고 부른다.

작가와 배우의 끈끈한 인연으로 묶인 '사단'은 서로 상부상조하는 나름의 방식이다. SBS 드라마국 김영섭 국장은 "작가들은 일하기 편하고 의사소통이 잘 되는 배우와 일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배우 입장에서도 '사단'에 속해 있으면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단'이 드라마계에서 지속적으로 힘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 김수현 사단- 중견급 대세

김수현 작가
는 말이 필요 없는 드라마계의 대모다. 1968년 MBC 라디오드라마 '저 눈밭에 사슴이'로 작가 데뷔한지 40년이 훌쩍 넘어 올해 한국 나이로 일흔이 된 베테랑 작가다. 특유의 속사포 대사로 일부 시청자들에게 쓴 소리를 받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김 작가의 작품에 빠져든다. 그래서 그의 필모그래피는 무수한 성공작들로 채워져 있다.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청춘의 덫' '불꽃' '완전한 사랑' '부모님 전상서' '사랑과 야망' '엄마가 뿔났다' 등을 그의 대표 히트작으로 꼽을 수 있다. 작품 수가 많은 만큼 그의 드라마에 단골로 출연해 대중의 얼굴에 각인된 배우들도 많다.

이른바 '김수현 사단'의 수장은 배우 이순재와 강부자 김혜자다. 이순재는 덕을 톡톡히 봤다.'사랑이 뭐길래'에서 극중 대발이(최민수) 아버지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는 그밖에 '배반의 장미' '목욕탕집 남자들' '내사랑 누굴까' '엄마가 뿔났다' 등의 작품에서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가장 역할로 출연했다. 대한민국 국민 어머니 격인 강부자 김혜자도 '모래성' '사랑이 뭐길래' '엄마가 뿔났다'에 나란히 출연해 김 작가의 작품 성공에 힘을 보탰다.

중견급 배우의 대표격은 . 그는 '완전한 사랑' '부모님 전상서'와 '내 남자의 여자'에 출연했다. 가 1996년 결혼 후에야 김 작가의 선택을 받은 것은 김 작가의 드라마가 청춘들의 사랑 이야기보다 가족 간 갈등과 사랑을 주로 그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젊은 축에 끼는 배우는 이유리다. 그의 최대 강점은 성실성. 이유리의 소속사 관계자는 "(이유리가) '완전한 사랑'에 처음 캐스팅되기 전 김 작가와 개인적인 친분은 없었다"며 "열심히 한다는 점과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잘 표현한 게 합격점을 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20대에 '아내' '부모님 전상서' '사랑과 야망' '엄마가 뿔났다' 등 김 작가의 작품에 캐스팅되는 영광을 안았다. 김 작가에게 연기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그 밖에 윤다훈 김상중 류진 김호진 윤여정 장미희 정애리 김해숙 등이 '김수현 사단'의 구성원으로 언급된다.

문영남 작가
# 문영남 사단- 끝까지 함께

는 극중 배역에 독특한 이름을 사용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배역의 캐릭터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기법이다. 예를 들어 '수상한 삼형제' 속 삼형제의 이름은 김건강 김현찰 김이상이다. 작명방식만큼 파격적인 문 작가의 작품들은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을 받지만 TV 앞에 여성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능력만큼은 탁월하다.

가 '천일의 약속'에서 주연급에 기존 '김수현 사단' 소속 배우들을 기용하지 않은 것과 달리 문 작가는 현재 방송 중인 SBS 주말극 '폼나게 살거야'에서 '문영남 사단'의 대표격인 손현주를 전면에 내세웠다. 손현주는 '바람은 불어도' '결혼의 법칙' '그 여자 사람 잡네' '애정의 조건' '장밋빛 인생' '조강지처 클럽'까지 문 작가의 대부분 작품에 얼굴을 내민 핵심 인물.

역시 '폼나게 살거야'에 출연중인 오대규도 문 작가의 사랑을 받는 배우다. 그는 '조강지처 클럽'에서 조강지처를 푸대접하는 이기적이란 배역으로 출연해 시청자들로부터 욕을 제대로 먹는 공훈(?)을 세웠다. 이후 그는 문 작가로부터 '수상한 삼형제' '폼나게 살거야'에 3연속 캐스팅되며 문영남 사단의 주역으로 변모했다.

김혜선은 문 작가 아래에서 굵직한 배역들을 많이 맡았다. '애정의 조건'을 거쳐 '소문난 칠공주'에서 나덕칠 역, '조강지처 클럽'에서 한복수 역으로 주연을 맡았다. 특히 '조강지처 클럽'에서는 젊은 재벌가 자제로 출연한 이상우와 로맨스를 형성해 안방 극장을 들썩이게 했다. '김수현 사단'으로 분류되기도 하는 김해숙도 문 작가 작품에 다수 출연한 바 있다.

임성한 작가
# 임성한 사단- 신인 등용문

도 대표적인 '히트 제조기'다. 현재까지 집필 작품은 '보고 또 보고' '온달 왕자들' '인어아가씨' '왕꽃 선녀님' '하늘이시여' '아현동 마님' '보석비빔밥' '신기생뎐'의 총 8편. 가장 최근작인 '신기생뎐'에서 임수향을 기용해 스타덤에 올려놓는 등 주연급에 신인들을 캐스팅하곤 한다. 하지만 작품 속을 들여다보면 그도 여러 배우들을 반복해서 출연시키는 '사단장'이다.

임 작가와 가장 인연이 깊은 배우는 한혜숙. 그는 '인어아가씨' '왕꽃 선녀님' '하늘이시여' '보석비빔밥'에 출연했다. 총 8편의 작품 중 세 작품에 연달아 캐스팅된 배우는 한혜숙이 유일하다. 총 네 작품에 출연한 한혜숙의 뒤를 한진희('왕꽃 선녀님' '보석비빔밥' '신기생뎐') 정혜선('왕꽃 선녀님' '하늘이시여' '보석비빔밥') 박근형('온달 왕자들' '인어아가씨' '보석비빔밥') 사미자('보고 또 보고' '인어아가씨' '왕꽃 선녀님)가 각각 세 차례 캐스팅되며 잇고 있다.

비교적 젊은 배우들 중엔 이태곤('하늘이시여' '보석비빔밥') 고나은('아현동마님' '보석비빔밥') 김성민('인어아가씨' '왕꽃 선녀님') 박준면('아현동 마님' '신기생뎐')은 임 작가의 작품에 두 편씩 출연했다. 외국인 배우 마이클 블렁크도 '보석비빔밥'과 '신기생뎐'에 연달아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 노희경 사단- 젊은층 호평

최근 노희경 작가는 JTBC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 소리'로 종합편성채널 작품을 맡아 화제가 됐다. 그의 작품은 평균 시청률이 1%를 밑도는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 중에 1.5% 이상의 시청률을 보여주며 홀로 체면을 세우고 있다. '그들이 사는 세상'으로 젊은 시청자들에게도 호평 받은 노 작가는 1995년 MBC 베스트극장 '세리와 수지'로 방송계에 입문했다. 이후 '내가 사는 이유'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화려한 시절' '고독' '꽃보다 아름다워' 등의 작품을 썼다.

배종옥은 노 작가의 많은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는 배우다. 그는 1998년 방송된 '거짓말'부터 '바보 같은 사랑' '꽃보다 아름다워'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몇 가지 질문' '그들이 사는 세상'까지 출연해 '노희경-배종옥 콤비'라는 말까지 나왔다. 노 작가가 배종옥을 선호하는 이유는 천의 얼굴을 가진 베테랑 연기자이기 때문. 배종옥은 많은 작품에서 기존의 도시적인 이미지의 배역을 소화했지만 '꽃보다 아름다워'에선 생선가게에서 일하는 억척스런 이혼녀로 변신하는 등 연기 변신을 선보였다.

노 작가의 1995년작 '엄마의 치자꽃'부터 함께 한 나문희는 그를 따라 종합편성채널까지 쫓아왔다. 그는 현재 JTBC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 소리'에 출연 중이다. 노 작가는 지난달 23일 YTN '정애숙의 공감 인터뷰'에서 나문희에 대한 존경심과 믿음을 표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나문희가) 대사는 내가 쓴 대로 하지만 배역의 성격이 달라진다"며 "내가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내가 이렇게 좀 부족해도 채워주겠지'하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나문희가 노 작가의 러브 콜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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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엽기자 klimt@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