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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산 심곡사, 돌담길 지나 오솔길끝…'보물'이 숨었네

부도밭·칠층석탑 등 여러 문화재 품은 산사 흙으로 빚은 26불상 눈길
책·컴퓨터 갖춘 '무인 찻집' 피곤한 마음 쉬어가 볼까
  • 심곡사 대웅전과 칠층석탑, 삼성각
전라북도 익산시 금마면•삼기면•낭산면에 걸쳐 해발 430미터의 미륵산(彌勒山)이 드리운다. 평지 돌출형의 암산으로 흡사 호남평야에 홀로 솟은 삿갓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원래 이름은 용화산이었으나 601년(백제 무왕 2년) 남쪽 기슭에 미륵사가 창건된 이후부터 미륵산이라고 불렸으며 봉우리가 사자 형상처럼 보인다고 해서 사자봉이라고도 일컫는다.

미륵사는 17세기 무렵 폐사되어 지금은 절터에 석탑만 남아 있지만 미륵산 북쪽 중턱의 심곡사는 건재하다. 금산사의 말사인 심곡사는 본디 현 위치에서 정상 쪽으로 200미터쯤 올라간 곳에 있었으나 100여 년 전에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신라 문성왕(재위 839∼857년) 때 무염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심곡사의 그 후 연혁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심곡사(深谷寺)는 깊은 계곡에 있는 절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평야가 대부분인 익산에 깊은 계곡이 있을 리 없다. 심곡사 역시 깊은 계곡이 아니라 산중턱에 올라앉아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깊은 계곡’은 정서적인 깊이로 해석해야 할 듯싶다.

심곡사로 올라가는 입구에 장암마을이 앉아 있다. 고샅길에 돌담들이 남아 있어 운치를 돋우는 마을이다. 장암마을을 지나면 좁다란 시멘트 포장도로가 구불구불 이어진다. 경사는 대체로 완만한 편이어서 걸어 오르기에 부담이 없다.

심곡사로 오르는 길은 숲이 우거졌을지언정 하늘을 향해 치솟은 거목도 없고 계곡물 흐르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적한 오솔길이다. 하지만 시간이 뒤로 흐르는 것 같은 분위기를 음미하며 걷는 길이 아늑한 정취를 선사한다. 도심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았는데도 때 묻지 않은 자연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운이요, 행복이다.

  • 대웅전에 이르기 전에 만나는 범종각
여러 문화재 품은 아담한 산사

장암마을에서 20분쯤 걸어 오르면 심곡사가 고즈넉한 자태로 손짓한다. 가장 먼저 만나는 부도밭은 절에서 동북쪽으로 300미터 떨어진 곳에 모여 있던 것을 한국전쟁 뒤에 지금의 위치로 옮겼다. 모두 7기가 전하는데, 경진당 부도 외에는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으며 모두 석종형 부도로 조선시대 후기 유물이다.

심곡사는 대웅전과 범종각, 명부전, 칠성각, 삼성각, 요사채 등으로 이루어진 아담한 산사다. 대웅전은 1819년(순조 19년)에 중창한 정면 5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건물로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87호로 지정되었으며 1985년부터 2년간 해체하여 다시 중수했다. 내부에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152호인 삼존불이 있고 불상 뒤에는 3점의 탱화가 걸려 있다.

대웅전 앞의 칠층석탑(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92호)은 전체적으로 볼 때 백제탑의 양식과 고려시대 탑의 양식, 조선시대 탑의 양식을 모두 지니고 있어 익산 지역에서 석탑의 변화 과정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1890년에 세운 명부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 건물로 내부에 지장보살좌상 및 권속(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91호)을 간직하고 있다. 지장보살좌상과 시왕(十王)을 비롯한 그 권속으로 이루어진 26구의 소조(흙으로 빚은) 불상이 눈길을 끈다.

  •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 건물인 심곡사 명부전
아늑한 휴식 공간인 무인 찻집 구달나

심곡사 방문객들이 가장 오래 머무르며 만족스러워 하는 곳은 2010년 6월 문을 연 무인 찻집인 구달나일 것이다. 왜 이름이 구달나일까? 우리는 1946년 발표된 박목월 시인의 명시 ‘나그네’를 기억한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이 시에서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를 줄여 ‘구달나’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구달나는 밖에서 보는 것보다 내부 모습이 한결 멋스럽고 정겹다. 도시의 웬만한 카페보다 분위기가 그럴싸하다. 전기주전자, 냉온수기, 전통 다기와 찻잔들이 가지런히 놓인 모습이 정갈하고 맑은 창 너머로 보이는 숲과 나무들은 한 폭의 그림이다. 전통 한방차에서 커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료를 골라 마실 수 있고 컵라면으로 가볍게 끼니를 때울 수도 있다.

  • 심곡사 부도밭은 한국전쟁 뒤에 지금의 위치로 옮겼다
거기에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는 컴퓨터와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오디오, 수백 권의 책이 있으니 PC방과 음악감상실, 도서실의 기능도 갖춘 아늑한 휴식 공간인 셈이다. 주문 받고 계산하는 절차가 없으니 이용료는 성의껏 내면 되고 형편이 허락하지 않으면 마음으로만 내도 그만이다. 다만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만 문을 연다는 점이 다소 아쉽다.

# 찾아가는 길

익산 나들목에서 호남고속도로를 벗어난 뒤에 금마사거리-금마길-미륵사지로 6길-아리랑로-남천로-장암길을 거쳐 심곡사로 온다.

대중교통은 전국 각지에서 호남선이나 전라선 열차, 고속버스, 시외버스 등을 타고 익산으로 온 뒤에 장암마을로 가는 시내버스를 탄 다음 20분쯤 걷는다.

# 맛있는 집

  • 무인 찻집인 심곡사 구달나
익산시 인화동의 남부아구탕(063-842-1989)은 아귀 요리 전문집으로 유명하다. 탕감으로 알맞은 크기의 아귀를 토막 내어 미리 삶아 놓았다가 미나리와 데친 콩나물을 얹은 다음 고추장 양념을 풀어 즉석에서 냄비에 끓인 아귀탕이 매콤하면서도 뒷맛이 시원하다. 고추씨를 비롯한 10여 가지의 양념 맛과 아귀의 밥주머니, 내장, 간 등을 고루 섞어 넣는 것이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은 비결이다. 또한 아귀찜은 고추장에 고춧가루와 들깨가루, 콩가루, 찹쌀가루, 물엿, 마늘 등의 양념을 1개월쯤 숙성시켰다가 써서 얼큰하면서도 입에 당기는 맛이다. 여기에 다채로운 요리가 곁들여 한정식 차림을 방불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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