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산업의 VIP로 떠오른 성인 팬성인 팬 중심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영향력 확대하는 팬덤

샤이니 민호
16일 SBS 새 시트콤 '도롱뇽도사와 그림자 조작단' 제작발표회가 열린 서울 양천구 목동 SBS홀. 행사장 앞에는 나눔쌀 화환 여러 개가 놓여 있었다. 이번 시트콤에서 주연급으로 출연하는 그룹 샤이니 멤버 민호를 향한 팬들의 응원이었다.

아이돌 팬클럽의 나눔쌀 화환 기부는 최근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지지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가 뮤지컬에 출연하게 됐을 때나 방송 작품에 캐스팅되면 해당 멤버의 이름으로 나눔쌀 화환을 내놓곤 한다. 나눔쌀 화환 제공은 팬클럽들이 가수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더불어 해당 연예인의 이미지를 개선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이 같은 풍경은 몇 년 사이 빈번해졌다. 팬덤(팬클럽 문화)의 변화를 보여주는 일례다. 그리고 이러한 팬덤의 변화를 이끄는 것은 20대 중반 이상의 '성인 팬'들이다.

#성인팬은 VIP 고객

2000년대 중반 이후 아이돌 팬덤의 변화에는 성인 팬들이 큰 영향을 미쳤다. 현재의 20,30대는 1세대 아이돌 그룹을 통해 10대 때부터 아이돌 문화를 접했다. 이들 중 일부는 성인이 돼서도 아이돌 그룹에 대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JYJ
아이돌 그룹에 대한 성인 팬의 비중은 2000년대 초반보다 증가했다. 다음달 열리는 그룹 인피니트의 '인피니트 콘서트' 예매에서 20대가 45.5%(이하 인터파크 티켓예매 기준)의 비중을 보였다. 지난해 6월 열린 콘서트 ' 월드투어 콘서트 인 부산'에서도 20대와 30대가 각각 38.0% 22.5%의 비율을 보였다. 지난 2010년 2월 열린 SS501 콘서트 'SS501, 더 퍼스트 아시아 투어 인 서울 앙코르'에선 20대가 31.6% 분량의 티켓을 예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티켓 구매자 중 30대의 비율도 26.3%였다. 10대 팬의 16.7%를 크게 웃도는 비중이다.

1990년대 후반 결성된 그룹 신화의 신혜성 콘서트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였다. 지난달 열린 신혜성 콘서트 '더 이어스 저니'에선 20대 예매자의 비율이 60.5%로 인피니트 SS501 콘서트에서의 비율보다 월등히 높았다. 신혜성 콘서트의 10대 비중은 3.2%에 불과했고, 30대 비중은 20.8%였다. 지금의 20대는 신화가 활동하던 시절 10대 청소년이었다. 그 당시 팬들이 여전히 신혜성 콘서트의 주요 관객이란 의미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까지 활동했던 아이돌 그룹의 팬들이 요즘의 아이돌 그룹보다 연령 별로 고루 분포돼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근래 부각되는 성인 팬들이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10대보다 뛰어난 경제력 때문이다. 성인 팬들은 사회 생활로 어느 정도의 경제력을 갖고 있다.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와 아이돌 멤버가 출연하는 뮤지컬의 관람료는 10만원을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10대 청소년들은 고가의 비용을 쉽게 감당할 수 없다. 때문에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의 주요 타깃은 10대보다 20대 이상이다. 엔터테인먼트 사의 입장에선 성인 팬들이 VIP 고객이라고 할 수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작가는 "누나ㆍ삼촌 팬들의 경제력은 최근 팬덤의 변화를 주도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고 강조했다. 기획사도 기업이다. 연예인이라는 '상품'으로 이윤을 남기는 회사의 입장에서 성인 팬들을 무시하기란 어렵다. 기획사가 상품의 주요 구매자인 성인 팬들이 요구에 귀 기울이는 이유다.

#영향력 행사 다방면 확대

성인 팬들이 주도하는 팬덤의 요구를 보여준 중요한 사례는 지난 2008년 3월 일어났다. 슈퍼주니어의 팬클럽 연합이 슈퍼주니어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주식 매입에 들어간 것. 이는 소속사 측이 슈퍼주니어에 새 멤버를 투입한다는 결정에 대한 반발이었다. '슈퍼주니어 팬 연합'은 2008년 3월 22일 각 언론사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팬 연합은 지난 5개월간 총 6차례에 걸쳐 합법적인 시위, 불매운동, 서명서 작성, 편지발송 등 새 멤버 영입을 반대하는 입장을 표했으나 기획사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이에 슈퍼주니어 팬 연합은 2008년 3월 1일 '슈퍼주니어 팬 SM 소액주주모임, 일팬일주'라는 팬 카페를 인터넷 상에 신설했다"고 밝혔다. 슈퍼주니어 팬 연합에서 밝힌 2008년 3월 20일 기준 보유 주식량은 총 5만8,206주. 2008년 3월 21일 종가 2,110원으로 계산했을 때 1억2,281만4,660원이라는 적지 않은 비용을 들였다. 결국 슈퍼주니어의 새 멤버 영입은 무산으로 돌아갔다.

비슷한 시기 SM 주식을 구입한 한 '삼촌팬'의 이야기가 지난해 7월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됐다. 부직포 공장에서 일한다고 밝힌 한 남성 팬은 스스로 그룹 소녀시대 팬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2008년 공장에서 일하며 2년 6개월 동안 모은 돈을 SM 주식 매입에 썼다. 그는 당시 SM의 주가가 약 4,000원이었다고 밝혔다. 그가 글을 게재한 지난해 7월 15일의 주식 가격은 약 2만7,250원. 당시 그는 SM엔터테인먼트 주식으로 3년 동안 6억 원을 벌었다고 밝혔다.

이 사례는 SM에 투자해 '대박'을 터뜨린 한 투자자의 이야기다. 하지만 소녀시대 팬이 SM 주식에 2년 6개월 동안 모은 돈을 투자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인 팬들이 팬과 투자자, 두 개의 얼굴을 갖게 되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슈퍼주니어 팬 연합과 비슷하게 회사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팬덤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가는 모습을 보여준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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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엽기자 klimt@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