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 지지율 급상승하며 와 3자구도 형성, 위기 맞은 의 선택은?

민주통합당의 자신감이 한껏 충만해 있다.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각종 여론조사 등의 결과 지표에서 한나라당을 추월하는 분석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당의 지지율 상승 추이가 예사롭지 않다. 얼마 전까지 한나라당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던 당 지지율이 최근 노무현재단이사장이 주도한 시민통합당과의 통합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불과 3개월 여 전인 지난해 10월 중순 실시된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당시 민주당은 21.7%의 지지율로 한나라당(40.9%)에 비해 크게 뒤졌다.

하지만 곧이어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며 ‘범 야권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며 분위기를 타기 시작했고,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장외에서 꾸준히 인기를 누리면서 상대적으로 한나라당의 입지를 위축시켰다.

박근혜
그러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문제에 이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디도스 공격 사건이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비서관 등 여권 관계자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고, 여기에 고승덕 의원의 폭로로 촉발된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마저 터지면서 한나라당은 끝없는 추락의 길로 떨어졌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은 수뢰 혐의로 구속됐고, 현정부 실세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보좌역인 정모씨는 뇌물 수수 의혹에 휘말리면서 사표를 낸 뒤 해외로 출국했다.

위기의 한나라당은 전 대표 중심의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위원들의 자질 문제와 돌출 발언 등이 이어지면서 오히려 당의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한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한나라당이 잇따른 악재 속에서 우왕좌왕할 때 차근차근 국민 지지를 만회해 갔다. 구 민주당과 시민통합당은 지난달 합당을 통해 민주통합당을 출범시키며 국민 관심을 끄는데 성공하더니 이달 15일 첫 전당대회를 개최해 한명숙 대표 체제를 출범시키며 더욱 기세를 올렸다. 뇌물수수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한 대표의 등장은 한나라당에겐 더욱 부담이 됐으며, 특히 장외에서 머무르던 문 이사장의 제도권 정치권 진입은 민주통합당의 상승세에 불을 당기는 계기가 됐다.

지역적으로 호남을 위시한 구 민주당 세력에다 부산ㆍ경남(PK)지역을 정점으로 한 친노(親盧)세력의 합세, 영화배우 출신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의 지도부 입성 등으로 시민사회세력이 대거 합류한 데 이어 노동계의 한국노총마저 가세하면서 한나라당을 압도하는 분위기를 만든 것이다.

안철수
실제 민주통합당은 리얼미터의 지난달 말 조사결과 30.6%의 지지율로 현정부들어 처음으로 한나라당(30.5%)을 제친 데 이어 계속 그 격차를 벌려갔다. 1월 중순 조사에서는 39.7%로 한나라당(29.1%)을 10%포인트 이상 따돌렸다. 한나라당은 한달 사이에 30.6%(12월 말) → 29.6%(1월 둘째 주) →29.1%(1월 셋째 주)로 하향 추세를 반복했다.

, 차기 주자로 급부상

민주통합당의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율 역전 현상은 차기 대선구도를 더욱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 다자구도나 양자구도를 가상한 대선 여론조사에서 비대위원장과 원장에 비해 존재감조차 미미했던 민주통합당 주자들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는 게 바로 그것이다.

이중 이사장이 가장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리며 ‘-’의 양자 구도를 위협하고 있다. 리서치앤리서치의 24일 조사에서 문 이사장은 다자구도에서 박 위원장(29.4%)과 안 원장(22.2%)에 이어 7.7%로 3위에 올랐다. 4위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2.0%)와는 큰 차이를 보이며 선두 그룹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또 문 이사장은 박 위원장과의 양자 대결에서도 같은 기관의 지난달 말 조사에서는 50.3%대 34.3%로 무려 16%포인트 차로 크게 뒤졌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46.6%대 38.4%로 8.2%포인트 차이로 뒤지는 수준까지 격차를 좁혔다.

“ 없이 만으로도 를 이길 수 있다”는 호언이 민주통합당 내부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런 문 이사장의 상승세는 리얼미터의 이달 중순 조사에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문 이사장은 다자대결구도에서 박 위원장(28.8%)과 안 원장(28.1%)에 이은 3위(15.3%)에 오르며 4위 손 전 대표(3.2%)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전체적으로 보면 박 위원장은 소폭 하락 추세, 안 원장은 정체, 문 이사장은 가파른 상승세로 요약된다. 이는 문 이사장이 연초 한 TV의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송판 깨기 등 당수 실력을 보여주며 인간적인 면모를 과시한 게 적절한 효과를 봤다는 분석도 있다.

같은 프로그램에서 불과 한 주 전에 한나라당 박 위원장도 출연해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정작 과실(果實)은 문 이사장이 독차지했다는 평가다.

“ 뜨면 김두관 못나와”

문 이사장의 부상은 차기 대선구도의 엄청난 변화를 불고 올 게 분명하다.

경남 거제 출신으로 경남고 경희대 법대를 나와 부산에서 변호사 활동을 하며 부산을 거점화 한 문 이사장은 이번 총선에서도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 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현재 민주통합당에서는 문 이사장을 필두로 PK지역의 절반 의석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만큼 문 이사장의 등장은 이 지역에서 흐르고 있는 ‘노무현 향수’와 맞물려 폭풍의 눈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이다.

문 이사장이 지금처럼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범 야권의 유력주자인 안 원장과 잠재적 유력주자로 평가 받는 김두관 경남지사의 선택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문 이사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실상부한 적자로 친노 세력을 아우르는 데다 민주당과의 합당을 이끄며 호남지역으로부터도 큰 거부감이 없다. 또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 등을 거치며 체득한 국정운영 경험이 있고 합리적 성품과 진중해 보이는 용모 등으로 수도권에서의 지지층도 적지 않다.

더구나 진보적 색채가 도드라지지 않아 보수층에서도 그다지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이 같은 정치적 자산때문에 지금은 박 위원장과 안 원장에 비해 다소 처진 3위에 올라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셋이서 박빙의 3자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경우 아직 50세에 불과한 안 원장이 굳이 문 이사장과의 혈전을 거친 뒤 본선에서 박 위원장과 대결해야 하는 두 번의 모험을 감수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한 두 달 전처럼 박 위원장의 맞상대가 없다면 당연히 야망을 품어볼 수 있지만 문 이사장이 급부상해 자신과 박 위원장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면 안 원장으로서는 ‘한번 쉬어 가기’를 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미국을 다녀온 안 원장이 출국할 때에는 “정치에 대한 고민”을 언급하며 정치 참여 가능성을 피력했었다. 그러나 귀국할 때에는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 굳이 나까지 정치할 필요가 있겠는가”라며 정치권 참여에 대해 발을 빼는 듯한 언급을 했다. 안 원장의 이 같은 행보가 민주통합당과 문 이사장의 지지율 급상승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잠재적 대선주자인 김 경남지사의 경우도 문 이사장의 전면 등장 시에는 더욱 나설 공간이 없어지게 된다. 친노와 PK 등 지지층이 겹치기 때문이다.

가장 속타는 쪽은 구 민주당 출신인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의원 쪽이다.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가 된 뒤 안 원장 등 장외인사와의 후보 단일화를 거쳐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와 겨루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 왔지만 문 이사장의 급부상은 이런 꿈들을 잦아들게 하고 있다.

물론 문 이사장에게도 결정적 위기가 남아 있다.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부산 사상구에 문 이사장을 꺾기 위한 회심의 카드를 내는 식의 표적 공천을 통해 ‘깜짝 인물’을 공천할 경우 국회 입성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일 총선에서 문 이사장이 낙선할 경우 그간 문 이사장이 유지한 지지율은 안 원장이나 김 경남지사, 또는 손 전 대표 등 구 민주당 출신 대선주자군에게 옮아갈게 자명하다.

위기의 , 그의 선택은?

문 이사장이 복병으로 떠오르면서 가뜩이나 신드롬에 시달리던 박 위원장은 더욱 애타는 처지가 됐다.

현재의 정치 환경을 감안하면 안 원장 한 명도 버거운 상태인데 또 다른 다크호스가 떠오른 셈이 됐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한나라당의 대선 필패 카드는 민주통합당에서 후보로 선출된 문 이사장이 장외의 안 원장과 후보단일화를 한 뒤 선출된 야권 단일 후보가 박 위원장과 맞대결하는 구도”라면서 “이는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 후보와 이회창 후보가 맞붙었던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다급해진 박 위원장은 일단 비대위를 통해 당의 리모델링에 올인하고 있다. 근 15년간 유지해온 한나라당 이름을 바꾸기로 했고, 정강정책도 친서민 복지강화 반재벌로 대폭 전환했다. 특히 재벌개혁에 강한 비중을 두면서 서민에게 다가서는 정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박 위원장 주변에서 분석하기엔 지역별로는 충청권이 큰 문제라고 보고 있다. PK는 친노세력들이 득세하면서 일정 부분 지지율 하락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충청에서 의외로 민주통합당이 강세를 보이면서 덩달아 문 이사장의 지지율이 빠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 충청권의 양자대결에서는 박 위원장(46.2%)이 문 이사장(39.6%)을 근소한 차이로밖에 제치지 못했다. 물론 수도권과 강원 제주에서도 둘의 지지율은 엇비슷했지만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것이고 더구나 수도권은 부동층이 많아 아직 결과를 예단키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충청권의 문 이사장 강세 현상은 현정부와 맞서면서까지 세종시 원안 처리 등을 주장하며 충청권 권익을 대변했다고 자처한 박 위원장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일단 당을 친서민 반재벌, 복지강화를 중심으로 한 중도 서민 정당으로 이미지메이킹 한 뒤 당명을 개정해 진정한 ‘ 신당’으로 거듭나게 하는 게 제일 과제로 보고 있다. 이어 인적쇄신을 통해 새 인물 위주로 총선을 치러 130석 획득에 육박하는 결과를 얻은 뒤 차근차근 지지세를 넓혀가자는 복안이다. 특히 총선에서 PK지역을 공략해 성과를 거둔다면 문 이사장을 비롯한 친노세의 기세를 꺾을 수 있다는 판단이 들어 있다.

어쨌든 문 이사장의 급부상으로 박 위원장은 또 하나의 난제를 갖게 됐다. 박 위원장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대선과정의 험난한 여정이 이어지고 있다.

염영남 한국일보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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