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부유한 도시들이 가난한 도시들보다 환경에 큰 관심을 기울이며 다각적 녹색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싱가포르. 지멘스 제공
서울, 평균이상 점수… 쓰레기는 낙제

1인당 쓰레기 배출량 22개 도시 평균의 2.6배

평균 점수 베이징은 대기 질 낮음 평균 이하

파키스탄 카라치 '꼴찌'

세계적인 전기ㆍ전자 회사 지멘스가 아시아의 각 도시별 환경 지속성을 분석ㆍ평가한 아시아 녹색도시 지수(Asian Green City Index)를 발표했다. 과연 아시아 최고의 친환경 도시는 어디고 서울은 어떤 점수를 받았을까?

서울 청계천
지구촌 곳곳에서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2050년에는 75%가 도시에 둥지를 틀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아시아 지역은 그 속도가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다. 지난 5년간 아시아의 도시 인구는 하루 평균 10만명씩이나 증가해 왔다. 이대로라면 2025년경 중국에서만 거주자 100만명 이상의 대도시가 200개 이상 생겨날 것으로 관측된다. 유럽의 경우 현재 25개에서 2025년경 90개에 달할 전망이다.

결국 도시가 당면한 위협적 과제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야말로 지구촌의 성장을 이룩할 핵심 키워드가 아닐 수 없다. 덧붙여 다수의 전문가들은 그중에서도 생태학적 측면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입을 모은다.

부유한 도시 환경인식 높아

지멘스가 제시한 아시아 녹색도시 지수는 아시아 12개국 22개 주요 도시를 에너지 및 이산화탄소(CO₂), 토지 사용 및 건물, 교통, 쓰레기, 수자원, 공중위생, 대기 질, 환경관리 등 8개 항목을 공식 통계 지표에 따라 평가한 결과다. 지수는 '평균보다 매우 높음'부터 '평균보다 높음', '평균', '평균보다 낮음', '평균보다 매우 낮음'까지 5개 척도로 구분했다.

중국의 여러 도시들은 전력 분야의 석탄 의존도가 100%에 육박할 정도(아시아 도시 평균은 약 80%)이므로 대기 질 점수가 평균 이하였다. 지멘스 제공
평가 결과, 아시아 도시들은 환경 인식이 상당 수준 이상 성장했으며 환경에 대한 포괄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CO₂의 경우 아시아 도시들은 1인당 연평균 4.6톤을 배출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유럽의 5.2톤과 비교해 상당히 낮은 수치다. 1인당 쓰레기 배출량 역시 375㎏으로 유럽(511㎏)이나 남미(465㎏)보다 적었다.

그러나 아시아 도시들에게도 풀어내야 할 과제는 많다. 대기오염의 경우 22개 모든 도시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를 초과하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공급 비중도 평균 11%에 불과했다. 수력발전시설을 활발히 가동 중인 남미의 64%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아울러 특징적인 사실이 하나 발견됐다. 지멘스와 공동으로 이번 평가를 진행한 영국의 경제분석기관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는 높은 수익을 올리는 도시, 다시 말해 부유한 도시들이 반드시 더 많은 자원을 소비하는 것은 아니라는 유의미한 분석결과를 제시했다. 오히려 부유한 도시들이 가난한 도시들보다 환경에 큰 관심을 기울이며 다각적 녹색활동을 추진한 사례가 많다는 것.

구체적으로 도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약 1만5,000달러 이하일 때는 자원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다가 2만 달러를 넘어서면 감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1인당 GDP가 4만6,000달러 이상인 6개 도시는 GDP가 1만~2만5,000달러인 5개 도시에 비해 물 사용량을 비롯해 CO₂와 쓰레기 배출량이 모두 적었다.

다만 지멘스 지속가능이사회 바바라 컥스 의장은 이렇게 강조했다. "아시아 최고의 친환경 도시로 꼽힌 도시조차 CO₂ 배출량이 지구온난화 억제에 필요한 배출한계치를 초과하고 있습니다. 유럽 도시들이 수백 년에 걸쳐 천천히 성장한 데 반해 아시아 도시들은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고속성장하고 있기 때문이죠."

장기 프로젝트의 효과

그렇다면 이번 평가에서 최고의 친환경 도시로 꼽힌 곳은 어디일까. 영광의 주인공은 바로 싱가포르다.

1인당 GDP가 3만6,500달러인 싱가포르는 22개 평가 대상 중 4번째로 부유한 도시며 1965년 독립 이후 국가 차원에서 줄곧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미 세계적인 녹색도시로 인정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싱가포르는 22개 도시 중 유일하게 8개 전 항목에서 '평균보다 높음' 이상의 탁월한 성적을 거뒀다.

쓰레기를 수거하거나 물 낭비를 막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 쓰레기와 물 부문에서는 '평균보다 매우 높음'을 받았다. 700㎢라는 작은 공간에 500만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음에도 토지사용 및 건물 부문에서도 최고점을 얻었다. 특히 싱가포르는 녹지대 형성을 위한 노력을 거듭한 결과, 1인당 확보 가능 녹지대가 평균 66㎢나 됐다. 나머지 21개 도시의 평균치 39㎢의 2배에 가까운 면적이다.

주지하다시피 싱가포르 정부는 녹색도시 유지에 주도적 역할을 해오고 있다. 1990년대부터 '싱가포르 녹색계획(The Singapore Green Plan-Towards a Model Green City)'을 추진하는가하면 '클린 앤 그린 싱가포르(Clean and Green Singapore)'라는 환경운동을 통해 전 국민의 환경의식을 제고했다. 현재는 2020년까지 전체 교통의 70%를 대중교통으로 해결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전철 네트워크를 2배로 확장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싱가포르의 뒤를 이어 2위권 그룹은 일본의 도쿄•오사카•요코하마, 대만의 타이베이, 중국의 홍콩 등이다. 이들 도시는 8개 부문을 아우른 총괄 평가에서 '평균보다 높음'을 기록했다.

일본의 경우 심사에 오른 도시들이 골고루 좋은 성적을 거둬 친환경 선도국임을 증명했다. 이 중 일본의 수도이자 인구 3,600만명, 시민 1인당 GDP 7만 달러의 거대 상업도시인 도쿄는 적극적 환경 정책이 가장 주목을 받았다. 에너지 및 CO₂와 물 부문에서 '평균보다 매우 높음'을 받았고 물 낭비 수준은 22개 도시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가 환경 친화적 도시로 우뚝 선 데는 도쿄 시당국의 역할이 컸다. 도청 차원에서 다양한 환경운동을 주창했고 관련 정책들도 제도화시킨 것. 일례로 2005년 일본 도시 중 최초로 특정 업체들을 대상으로 CO₂ 배출량 감소 프로그램을 개시했고, 2007년에는 기후 변화 완화를 위한 10년 계획의 '탄소 저감 프로젝트'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특기할만한 점은 환경 교육 방침이다. 실제로 도쿄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환경 수업을 실시한다. 학생들에게는 지구온난화와 같은 이슈를 한층 심도 깊이 공부할 수 있도록 도쿄만에 위치한 연구시설을 직접 견학할 기회도 주어진다.

서울의 어두운 그림자

우리나라 도시 중 유일하게 평가대상에 포함된 서울의 성적 역시 크게 뒤지는 수준은 아니다. 도쿄, 타이베이, 홍콩 등과 함께 종합 평가에서 '평균보다 높음'을 기록하며 나름의 자존심을 세웠다. 1,050만명이 거주, 인구밀집도가 세 번째로 높았던 서울은 총 8개 중 6개 부문에서 '평균보다 높음'을 받았다. 물 낭비가 적고 공중위생이 뛰어났으며 무엇보다도 도시환경 관리•개선 정책을 강력하게 실시하고 있다는 점이 호평을 받았다.

가장 주목 받은 부문은 단연 교통이었다. 이는 서울이 아시아 도시 중 가장 붐비는, 그래서 가장 거대한 운송 네트워크를 지니고 있다는 점과 유관하다. 이번 분석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지하철 통근자는 하루 평균 630만명, 버스 통근자는 560만명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교통시스템은 계속해서 확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환경이 서울을 '세계에서 가장 바쁜 도시'의 하나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높은 자동차 의존도와 그에 따른 대기 질 저하는 개선점으로 꼽혔다. 대표적 대기오염 물질인 이산화질소(NO₂) 배출량이 1㎥당 71㎍(마이크로그램)에 달해 아시아 도시 평균인 47㎍보다 51%나 많았다. 전문가들은 서울시 대기오염의 3분의 1이 자동차 때문이라 분석했다.

이와 관련 서울은 2006년부터 시민들의 자동차 의존도 저하를 위해 매년 9월 22일 '세계 차 없는 날' 행사에 동참하고 있으며 2007년부터는 100㎞ 이상의 출퇴근용 자전거 전용 도로를 확대해가고 있다. 또 2010년부터 기존의 디젤 버스를 천연가스•하이브리드•전기 버스로 교체하기 위해 활발할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용 중이다.

현재 서울은 1990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2020년까지 25%, 2030년까지 40%를 저감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타깃으로 설정, 2030년까지 에너지 수요의 20%를 수소연료전지, 태양열, 지열 등으로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서울은 쓰레기 부문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얻었다. 쓰레기에 대해 강력한 정책적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연평균 1인당 배출량이 22개 도시 평균(375㎏)을 2.6배 웃도는 996㎏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친환경 녹색도시를 향해

아시아의 신흥강자 중국은 어떨까. 인구수 1,760만명, 1인당 GDP 1만 달러의 수도 베이징은 종합 평가에서 '평균'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일본의 도시나 서울에 비해서는 조금 낮은 점수지만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며 중국 정부와 베이징 시당국이 교통 인프라 확충과 조경에 많은 투자를 단행한 데 힘입어 다수의 부문에서 '평균'을 기록했다.

베이징은 성장에 대한 열정과 환경 보존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및 CO₂, 대기 질 항목이 '평균보다 낮음'으로 평가됐다. 아직도 탄소 집약형 산업이 주류를 점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실 베이징은 중국의 여러 도시들이 그렇듯 석탄 의존도가 매우 높다. 전체 에너지 사용량 중 석탄의 비중이 39%에 이른다. 22개 도시와 비교하면 3위에 해당하는 높은 비중이다. 이 석탄은 주로 전력 생산에 쓴다. 전력 분야의 석탄 의존도가 거의 100%에 육박할 정도다. 아시아 도시 평균은 약 80%다.

현재 중국 정부는 도시의 에너지 효율 신장을 목표로 가스보일러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베이징에서만 약 1만5,200대의 석탄보일러가 가스보일러로 교체됐다.

이번 조사에서 꼴찌의 불명예는 파키스탄의 카라치가 떠안았다. '평균보다 매우 낮음'이라는 찜찜한 종합 평가가 내려졌다. 파키스탄의 최대 도시이자 경제 수도인 카라치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도시의 하나다. 1,450만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1인당 GDP는 5,400달러. 물 소비량이 비교적 적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지만 교통, 대기 질, 쓰레기, 공중위생 등 거의 전 부문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뒤따랐다.

특히 교통과 대기 질 항목은 '평균보다 매우 낮음'을 받았다. 이는 지하철, 버스, 기차 등의 공공 운송 네트워크가 매우 빈약한 점 때문으로 파악된다. 현재 카라치는 '간선 급행버스(Bus Rapid Transit)' 시스템 도입을 계획 중이다. 3개 라인의 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아시아개발은행(ADB)으로부터 6억 달러의 협조융자를 얻은 상태로 5년 내 4,000대의 대중버스를 확충한다는 복안이다.

이렇듯 아시아의 도시들은 저마다의 실정에 맞춰 녹색도시로의 환골탈태를 꾀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 힘차게 달려 나가는 중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빛을 발한다면 머지않아 서울을 비롯한 아시아의 여러 도시들도 유럽을 능가하는 친환경 생태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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