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과 다리에는 도시인의 삶이 투영된다. 투박한 교각 하나에도 그윽한 역사가 담겨 있다. 세느강은 파리의 역사, 예술과 궤적을 같이한다. 다리 위만 걸어도 파리의 근, 현대사와 삶의 흔적이 발 끝에 전해져 온다.

세느강은 파리의 태동과 맞닿아 있다. 에펠탑에서 시떼섬으로 이어지는 세느강 뱃길은 고풍스런 건물들로 채워진다. 루브르 박물관, 노트르담 성당에 닿은 강줄기는 파리 문화의 기원인 시테섬, 생 루이섬을 에돌아 흐른다.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감옥인 콩시에르쥐르, 카미유 클로델의 가옥 역시 가로등처럼 스쳐 지난다.

강변의 다양한 교각들은 본연의 아름다움 뿐 아니라 소통하는 길목의 특성을 담아내고 있다. 셍 미셸 다리는 소르본느 대학이 있는 예술가의 거리를, 솔페리노교는 오르세 미술관을 잇는 상징적 존재다. 세느강에서 다리는 관문이 되고, 설렘의 시작이 되는 공간이다.

낮은 평등이 노천카페에 머물다

세느강의 겨울 햇살이 머쓱하다면, 한적한 골목에 들어서거나 어둑한 조명의 낯선 카페를 기웃거려도 좋다. 소르본느 대학 정문앞 노천 카페는 사르트르와 보봐르가 자주 들렸던 사연 가득한 공간이다. 카페 안에는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한가로운 대화를 나누거나 대낮부터 생맥주 한잔을 시켜놓고 시인이 된 폼으로 앉아 있는 이방인들이 빼곡하다.

파리의 상징인 센강과 에펠탑.
이왕 파리지앵의 흉내를 낸 다면 시떼 섬에서 세인트 미첼 거리로 이어지는 노천카페에서도 무심코 해바라기를 해 볼 일이다. 볕이 드는 큰 도로에 늘어선 카페들의 테이블 좌석은 한 방향만 바라 보고 겹겹이 늘어서 있다. 마치 파리의 고풍스런 정경과 지나치는 사람들을 하나의 동영상처럼 감상하는 구조다. 오후의 여유를 즐기는 것에 있어서는 이곳에서는 누구에게나 낮은 평등이 주어진다.

세느강에서는 강변으로 내딛는 발걸음마다 감미로운 사연이 전해진다. 에펠탑 인근의 비라켕 다리는 2층으로는 메트로가 지나며 1층으로는 사람들과 자동차가 오가는 복잡한 구조다. 이 다리는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에서 주인공들이 처음 만난 첫 장면을 찍은 곳이다.

예술가, 연인들의 사연이 깃든 다리

나무로 바닥을 채운 퐁데자르는 30여개 교각 중 보행자만을 위한 전용 다리로 '예술가의 다리'라는 별칭을 지녔다. 카뮈, 사르트르, 랭보 등이 작품을 구상하기 위해 즐겨 찾았던 다리 위에서는 낮에는 사진, 미술작품이 전시되고 밤이면 집시들의 뜨거운 노래가 흐른다. 해질녘이면 난간에 기대 병째 와인을 기울이는 것으로 파리지엔 흉내를 내볼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파리의 청춘들이 그런 모습으로 퐁데자르를 즐긴다.

청춘들의 애잔한 사랑을 담은 다리로는 퐁네프 다리를 빼놓을 수 없다.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로도 유명한 퐁네프 다리는 다리에서 노숙하는 남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여인의 운명적 사랑을 담고 있다. 퐁네프 다리는 영화 상영 이후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기 위해 찾는 명소가 됐는데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400년 역사를 지닌 다리이기도 하다.

강 서쪽의 미라보 다리는 아폴리네르의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라는 싯구로 단번에 세느강의 대표적인 다리로 급부상했으며 1856년 나폴레옹 3세때 크림전쟁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건립됐던 알마교는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다리 밑 지하도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해 더욱 유명해졌다.

세느 강변에서는 다리 뿐 아니라 오래된 서점이나 길가의 고서적상 역시 강의 풍취를 더한다.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는 소설가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가 즐겨찾았던 사연 깊은 서점으로 영화 '비 포 선셋'에 등장했다. 생 루이 섬 주변에 늘어선 길거리 노점상 서점들만 구경해도 퇴색한 책들은 살갑게 다가선다.

세느강에서는 위치에 따라 에펠탑이 변하는 모습을 감상하는 것 또한 색다른 묘미다.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은 때로는 거대하게 때로는 아득하게 강변을 지키고 서 있다.

파리를 찾는 이방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세느강을 즐기고 사색한다. 다리 위를 가로지르거나 세느강변을 따라 거닐며 다리와 도시가 만들어내는 실루엣을 감상하기도 한다. 유람선인 바토무슈에 오르면 강과 다리의 지난한 세월과 함께 감춰진 흔적까지 가깝게 엿볼 수 있다.

와인박물관 가는 유람선도 있어요~

가는길=인천에서 파리까지 직항, 경유편 비행기들이 다수 있다. 파리 시내의 이동은 메트로가 일반적이다. 10장 묶음, 1주일권 등 다양한 할인 티켓들을 사용하면 편리하다.

센 강 유람선=세느 강에는 다양한 유람선이 운행중이다. 일반 유람선인 바토무슈, 바토 파리지엔 외에도 야경과 디너를 즐길 수 있는 칼리프 카페, 강을 유람한 뒤 와인박물관을 방문하는 유람선을 탈 수도 있다. 일반유람선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다닌다.

레스토랑=파리의 유명한 먹자골목은 시떼섬에서 소르본느 대학으로 향하는 세인트 미첼 거리 뒤편에 조성돼 있다. 이 골목에서는 로컬 레스토랑에서 와인 한잔에 식사를 곁들일 수 있다. 대부분 점심시간에는 와인과 메인음식이 포함된 세트 메뉴를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다. 저녁 한 끼 쯤은 상젤리제에서 개선문의 야경을 바라보며 맛보면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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