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1 총선이 다가오면서 역술인이 바빠지고 있다.

“이번에 출마하면 당선할 수 있습니까?” “수도권과 고향 가운데 어디에서 출마하면 당선될까요?” “새누리당과 민주당 후보 가운데 어느 쪽이 당선에 유리할까요?”

예비 정치인들은 머릿속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 출마하자니 바람을 잘 타야 하고, 고향에서 출마하려면 조직을 갖춰야 한다. 예를 들어 충청권이 고향인 여권 인사는 야당 바람이 불어 수도권 출마에 고민이 많고 고향에선 현역 의원의 조직력을 넘어설 자신이 없다.

한국역술인협회 백운산 중앙회장은 평소 “역대 총선에서 공천 심사를 시작할 무렵 가장 많은 정치인이 찾아온다”고 밝혔다. 대학 입시에 눈치작전이 필요하듯 정치인이 지역구를 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사주와 관상 등 역술에 의존하는 이가 많아진다. 후보자가 직접 역술인을 찾는가 하면 가족 등 주변 인물이 사주 풀이를 부탁하기도 한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각각 정홍원 전 법률구조공단 이사장과 강철규 우석대 총장을 공천심사위원장(새누리당은 공직후보자추천위원장)으로 발탁했다. 양당은 모두 본격적인 공천 심사를 앞두고 있어 현역 의원과 예비 정치인을 가릴 것 없이 좌불안석이다.

물갈이 압력을 받는 몇몇 새누리당 영남권 의원과 민주당 호남권 의원은 공천 심사를 앞두고 수도권으로 지역구를 옮기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미래가 불안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역술에 대한 기대 심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정치인은 “현역 의원이 종종 찾는 걸로 알려진 모 역술원은 상담이 밀려 예약해도 한 달 가까이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공천 심사를 앞두고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역술 시장은 따뜻하기만 하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