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상자뿐 아니라 담양의 죽세공예품은 귀천을 불문하고 모든 이들에게 명품이자 생필품으로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플라스틱 제품이 일반화하고,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값싼 대나무 제품이 밀려들어오면서 위기가 닥쳐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담양군은 죽향으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해 슬기롭게 대처했다. 바구니나 소쿠리를 벗어나 대나무 신산업으로 눈길을 돌렸다. 대나무를 이용한 차·음료·비누, 댓잎가루를 넣은 다양한 음식물, 현대적 감각을 살린 방석·베개·부채, 대나무숯 제품과 죽초액 등을 개발했다.
또한 2003년 5월 성인산 일원에 면적 165,000㎡에 이르는 드넓은 대나무 공원인 죽녹원(竹綠苑)을 조성하여 일반에게 공개했다. 담양 사람들은 성인산이 유교에서 말하는 다섯 가지 덕목인 오상(五常), 즉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뜻한다고 믿어왔다. 이곳에 죽녹원을 조성한 것은 울창한 대나무 숲을 산책하며 인의예지신(어질고 의롭고 예의 바르고 지혜롭고 믿음직함)의 참뜻을 되새겨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하얀 눈과 초록빛 대나무가 연출하는 겨울 풍경
대숲은 음이온을 많이 내뿜는다. 그래서 머리와 피가 맑아지고 심신이 안정되면서 저항력을 높여준다. 이러한 죽림욕(竹林浴)의 효과가 널리 알려지면서 죽녹원을 찾는 관광객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127만여 명이 죽녹원을 찾았으며, 올 1월에는 미국의 뉴스전문채널인 CNN이 '한국 방문 때 꼭 가봐야 할 50곳'의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대나무 숲속은 한여름에도 시원하여 피서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그러나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겨울철에 펼쳐진다. 하얀 눈과 초록빛 대나무가 극적으로 대비되어 강렬한 느낌을 주는 까닭이다. 대나무 아래로는 죽로차가 흰 눈에 덮인 채 운치를 돋운다. 죽로차는 대나무 잎에서 떨어지는 이슬을 먹고 자라는 녹차나무의 일종이다.
2004년 8월에 개봉하여 화제를 모은 영화 알포인트를 기억할 것이다.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한 이 공포영화에서 대나무 숲 전투 장면을 촬영한 곳이 바로 죽녹원이다. 촬영 후에는 주인공 감우성이 자신이 쓰던 철모를 기증하여 현재 죽녹원 숲길 알포인트 안내판 위에 걸려 있다. 또한 드라마 일지매도 2008년 이곳에서 촬영했다.
담양향교와 관방제림도 둘러보고
현존하는 건물로는 대성전, 명륜당, 동무와 서무, 외삼문, 내삼문 등이 있다. 대성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초익공 양식 맞배지붕 홑처마 건물이다. 정면 7칸, 측면 3칸의 명륜당 역시 초익공 양식의 맞배지붕 홑처마 건물이다. 동무와 서무는 정면 3칸, 측면 1칸의 맞배지붕 건물로 반듯하고 편평한 주춧돌 위에 원형기둥을 세웠다.
죽녹원 맞은편의 관방제림은 1991년 11월 27일 천연기념물 제366호로 지정되었다. 담양천을 따라 약 2㎞에 걸쳐 펼쳐진 관방제림의 면적은 49,228㎡로 추정수령 200~300년의 거목 185그루로 이루어져 있다. 주요 수종은 푸조나무 111그루, 팽나무 18그루, 개서어나무 1그루 등이다. 이 숲은 1854년(철종 5년) 부사 황종림이 관비로 연인원 3만여 명을 동원하여 제방을 만들어 관방제라고 이름 지은 뒤 나무를 심으면서 조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방제림 안에 있는 유휴지에는 2005년 조성한 조각공원이 있다. 면적 약 5,000㎡의 관방제림 조각공원에는 담양 지역의 특성과 역사·문화 등이 함축된 설화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 찾아가는 길
대중교통은 전국 각지에서 호남선 열차나 고속버스 등을 이용해 광주로 온 다음, 311번 버스로 갈아탄다. # 맛있는 집 죽녹원 입구에서 향교교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국수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일곱 곳의 국수집이 모여 있는데 그 가운데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진우네집국수(061-381-5344)가 가장 유명하다. 시원하고 구수한 멸치국수와 매콤달콤한 비빔국수를 내는데 둘 다 중면을 사용한다. 국수만을 먹는 사람은 별로 없고 대부분 약계란을 곁들이며 이를 안주 삼아 막걸리를 마시는 이들도 많다. 멸치를 우려낸 다싯물에 여러 가지 약초를 넣고 삶은 약계란은 소금에 찍어먹지 않아도 될 만큼 간이 배어 있어 일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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