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카페 통해 속도위반 털어놓는 경우도혼전임신에 너그러워진 대중의 시선임신 사실 발뺌하다 들통나면 오히려 악영향

권상우·손태영 가족
개그맨 윤택이 지난달 28일 결혼식을 올렸다. 그는 결혼식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부의 임신 사실을 고백했다. 당시 그는 "신부가 임신을 했는데 너무 행복하다"며 "나이가 있어서 아이를 빨리 갖고 싶어했는데 행복한 일들이 생겨 무척 기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출산 예정일은 9월 중순이다"고 덧붙였다.

개그맨 송준근도 결혼식 날 기자회견에서 혼전임신 사실을 밝힌 케이스다. 그는 지난해 9월 10일 "얼마 전 초음파 영상을 통해서 (아이를) 만나봤는데 다리도 길고 얼굴도 나를 닮지 않아 아름다운 따님일 것 같다"며 "(신부가) 현재 임신 20주째다"고 털어놨다. 송준근이 "이미 혼수(아이)를 준비했다"는 말로 속도위반을 표현할 만큼 연예인들 사이에서 혼전임신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 출신 가수 이주노는 방송 촬영 현장에서 아내에 대한 프러포즈를 겸해 혼전 임신을 털어놓은 독특한 케이스다. 그는 지난해 12월 6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에서 진행된 케이블채널 SBS플러스 '컴백쇼 톱10' 촬영에서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 박미리 씨와 함께 무대에 올라 프러포즈를 했다. 당시 이주노는 "23세 연하의 여자친구와 혼인신고를 했다"며 "(여자친구가) 아이를 임신한 상태로 다음 달에 딸 출산을 앞두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주노는 고백 후 약 2주 후인 12월 19일 득녀했다.

최근엔 팬 카페에 속도위반 사실을 털어놓는 경우도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그룹 god 출신 김태우는 지난해 11월 팬클럽 '소울 트레인'에 자필편지로 결혼 소식을 전했다. 당시 그는 "예쁜 조카가 생겼다"고 아이가 생겼음을 밝혔다. 배우 이천희도 배우 전혜진과 결혼을 앞두고 있음을 지난 2010년 12월 팬 카페에 올린 글을 통해 알렸다. 그는 해당 글에서 "내년이면 내가 아빠가 된다"며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차고 하늘을 날 것 같다"고 기뻐했다. 결혼 발표 당시 전혜진은 임신 8주차였다. 지난해 3월 결혼한 두 사람은 결혼 약 4개월만인 7월 30일 딸을 얻었다.

그 밖에 장동건-고소영 타블로-강혜정 슈-임효성 심은하-지상욱 임창정-김현주 김승우-김남주 등도 결혼에 맞춰 속도위반 사실을 털어놓은 바 있다.

장동건·고소영
이처럼 연예인들이 결혼 발표와 함께 혼전 임신 사실을 솔직하게 밝히고 당당하게 축하를 요구하는 경우들이 종종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급하게 날을 잡고 결혼 발표를 한 많은 연예인들이 속도 위반한 경우로 밝혀진 선례들이 다수 있다.

혼전 임신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도 많이 너그러워진 듯한 반응을 보인다. 지난 2010년 서울에 거주하는 성인 남녀 1,2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 '혼전순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가운데 45%가 '결혼을 약속한 사이라면 혼전순결을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 24.9%는 '사랑한다면 혼전순결이 필요 없다'고 답했다. 여전히 혼전임신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인터넷을 이용해 축하 인사를 건네는 팬들의 수도 많아졌다.

혼전임신 사실을 부정했다가 뒤늦게 시인하거나 들통난 경우엔 오히려 연예인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배우 권상우 손태영 부부는 결혼 전 혼전임신 의혹을 받았지만 식을 올린 이후에도 속도위반 사실을 부정했다. 하지만 결혼 6개월 만에 득남하며 임신 후 결혼한 사실이 뒤늦게 들통났다. 이에 대한 대중의 비판이 일자 권상우는 "계획했던 임신이다"라고 해명했다.

2009년 결혼한 배우 백도빈-정시아 부부 역시 갑작스런 결혼 발표에 속도위반을 의심받았다. 정시아는 결혼을 4일 앞둔 2009년 3월 3일 방송된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에서 "아직 신혼여행도 안 갔는데 무슨 소리냐?"며 부인했다. 하지만 얼마 후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임신 4개월째라며 속도위반 사실을 밝혔다. 그밖에 개그맨 이수근과 유세윤 등도 결혼 후 혼전임신을 털어놓은 케이스다.

이 같은 발뺌에는 일부 네티즌들의 비판과 더불어 광고 계약도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광고 계약서에는 계약 기간 중 스캔들에 휘말리면 위약금을 물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경우가 있다. 혹시 계약이 취소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일시적인 거짓말을 하게 되는 때가 있다. 그 밖에 영화나 드라마 캐스팅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하는 것도 거짓말을 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타블로·강혜정


김인엽기자 klimt@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