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 남상미
극중 배역이 가수인 경우엔 작품 속에서 자연스레 노래를 부르게 된다. MBC 월화극 '빛과 그림자'는 1960~70년대를 배경으로 전국을 떠돌며 리사이틀을 하던 쇼단을 그렸다. '빛과 그림자'에서 배우 남상미는 여주인공인 고아 출신 가수 지망생 정혜로 분했다. 가수를 꿈꾸는 역할인 만큼 '커피 한잔' 등의 곡을 열창하는 모습을 보였다. 월남 위문공연 장면에선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란 곡에 맞춰 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케이블채널 tvN의 월화미니시리즈 '닥치고 꽃미남 밴드'는 안구정화란 이름의 밴드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실제 밴드 메이트 출신 드러머 장도일과 케이블채널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3' 출신 김민석 등 음악에 관련된 배우들이 출연했다. 1,2회에 특별 출연한 이민기는 극중 안구정화의 보컬로 출연했다. 그는 1회에서 밴드 크리스탈캐슬의 '낫 인 러브(Not In Love)'를 자신의 스타일로 소화했다. 이민기는 지난 2008년과 2009년 '위 캔트 포겟 더 리즌(We Can't Forget The Reason)'과 '영원한 여름' 등의 신곡을 내놓은 바 있다. '낫 인 러브'가 '닥치고 꽃미남 밴드' OST에 실리면서 약 2년6개월 만에 자신의 목소리를 담은 음원을 내놓게 됐다.

#노래하는 배우, 시청률ㆍ관객몰이에도 도움

배우가 작품 속에서 노래를 하는 것은 드라마 영화의 인기 상승에 공헌한다.

윤상현은 '시크릿가든'에 앞서 2009년 방송된 MBC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 먼저 노래 실력을 선보였다. 그는 사장 허태준 역으로 출연해 13회에 녹음 스튜디오에서 천지애(김남주)에게 부활 원곡의 '네버 엔딩 스토리'를 불러줬다. 남편의 외도를 알고 슬픔에 빠져 있는 지애를 위한 노래에 결국 지애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이어졌다. 원곡을 부른 가수 이승철 못지 않은 윤상현의 가창력은 방송 종료 후 화제가 됐다. 윤상현의 '네버 엔딩 스토리'는 방송 하루 만에 각종 음원 사이트에 공개됐고 싸이월드 뮤직의 실시간차트 1위를 이틀째 고수하는 등 관심을 받았다. 이는 단순히 윤상현 개인의 인기 상승에 그치지 않았다. 윤상현이 노래를 부른 다음 회인 14회 전국 시청률은 2.2%P(이하 TNS 기준) 상승했다. 3회 연속 1%P에 못 미치는 시청률 상승을 보였던 '내조의 여왕' 제작진에겐 반가운 소식이었다.

'광복절 특사' 송윤아
배우 박중훈은 2006년 개봉된 영화 '라디오스타'에서 '88년 가수왕' 출신 가수 최곤으로 분해 '비와 당신'을 선보였다. '비와 당신'은 '라디오스타'가 꾸준히 관객을 끌어 모으며 대중에 인기를 끌었다. 7080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사운드와 옛 연인을 그리워하는 가사가 어울려 중장년층 사이에 '라디오스타'의 인지도를 높이기도 했다. 밴드 럼블피쉬 유앤미블루 등에게 리메이크됐다.

#붐업은 언제부터?

배우들의 작품 속 노래가 최근 들어 활성화된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박신양, 영화 '어린 신부'의 문근영, 영화 등이 부른 곡들이 화제가 되며 배우들의 노래가 각광받았다.

2004년 방송된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박신양의 '사랑해도 될까요'는 드라마의 명장면 중 하나로 남았다. 한기주 역으로 출연한 박신양은 연인 강태영(김정은)에게 피아노를 연주하며 유리상자 원곡의 '사랑해도 될까요'를 불러줬다. '사랑해도 될까요'의 인기는 드라마 종방 후에도 한동안 계속됐다. 다음해인 2005년 3월 온라인 음악사이트 오디오닷컴이 네티즌 1,342명을 대상으로 한 '화이트데이에 그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노래'란 주제의 설문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같은 해 개봉된 영화 '어린 신부'에선 '국민여동생'으로 불린 문근영이 노래 실력을 선보였다. 문근영은 노래방 장면에서 이지연 원곡의 '난 아직 사랑을 몰라'를 10대 감성에 맞게 소화했다. 그 밖에 2002년 영화 '광복절 특사'에서 배우 송윤아가 노래방에서 부른 강애리자 원곡의 '분홍립스틱', 영화 '가문의 영광'에서 배우 김정은이 피아노 연주와 함께 부른 이선희 원곡의 '나 항상 그대를' 등이 인기를 끌었다.

#아시아 활동에 도움

'어린 신부' 문근영
배우들이 부른 노래는 배우들이 일본 중국 등의 해외 활동에 도움을 준다. 드라마와 함께 해외에서 인지도가 급상승한 배우들은 현지에서 가진 팬 미팅 등에서 단순히 이야기를 하는데 그치지 않고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공연을 펼치곤 한다.

배우 장근석은 '미남이시네요' 등의 작품으로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그는 일본에서 꾸준히 공연을 가지며 현지에서의 인기를 높이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한국에서 주로 배우로 활동하는 그가 일본에선 단독공연을 열 정도로 음악 활동에 열심이라는 점이다. 장근석은 자신의 콘서트 무대에서 다른 가수의 곡을 부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미남이시네요'를 비롯해 영화 '즐거운 인생', 드라마 '매리는 외박 중' 등 음악 관련 배역으로 자주 출연했다. 때문에 극중 직접 부르거나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 발표한 곡의 수가 많다. 장근석은 지난해 11월 25일 열린 일본 도쿄 도쿄돔 단독공연 기자간담회에서 "내 곡만 40곡이 넘는다"며 "아티스트라면 남의 곡 말고 내 곡을 부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월 종방된 SBS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가수 오스카 역으로 출연했던 윤상현은 일본에서 배우가 아닌 가수로 데뷔했다. '내조의 여왕'의 '네버엔딩스토리' 외에 '시크릿가든'에서도 '히어 아이 엠' '바라본다' '라이어' 등에서 가수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했던 그다. 윤상현은 지난 2010년 3월 일본에서 싱글을 발표하고 가수로 나섰다. 윤상현은 15일에 일본 네 번째 싱글 '카나시미니 사요나라'를 발매할 예정이다. 25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일본 나고야 오사카 도쿄를 도는 일본 투어에도 나선다. '시크릿가든'에서 가수 오스카로 쌓은 이미지가 해외 활동에 도움이 되고 있는 셈이다.



김인엽기자 klimt@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