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증가가 식량 부족으로 연결돼?" "급여 인상이 과잉 공급을 낳는다고?"

유토피아를 꿈꾸던 영국 지식인들은 인구 과다로 사회가 붕괴될 위험이 있다는 주장에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나 무절제한 번영은 한정된 자원 때문에 비극을 낳는다는 통찰력은 예리했다.

인구론으로 유명한 영국 경제학자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는 1766년 2월 13일 웨스트우드에서 태어났다. 당시 영국은 부국강병을 위해 인구를 늘려야 했다. 소득이 많아지면 인구가 늘어나기 마련. 산업혁명으로 번영을 누리던 영국 정부는 당시 부양자녀 수에 따라 빈민에게 생활보조금을 지급하는 법안을 추진했다.

멜서스를 대표하는 저작 인구론은 부친과 벌인 토론의 산물이었다. 아버지 대니얼 맬서스는 산업혁명의 부산물이었던 사회 문제를 개혁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아들은 선심성 정책이 인구 증가로 이어지겠지만 결국 빈곤의 악순환을 낳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1798년 익명으로 발간된 인구론 초판에는 '급여 인상은 유해하다. 고소득이 출산 증가를 낳고 과잉 노동력은 결국 임금을 떨어트린다'는 내용도 담았다.

맬서스가 태어날 때 8억명으로 추산된 세계 인구는 현재 70억명을 넘어섰다. 기술 혁신으로 식량 생산이 급증하면서 다행히 대규모 식량 부족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구는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 부자 나라에서는 다이어트 열풍이 불지만 가난한 나라에서는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

미국 지구정책연구소 레스터 브라운 소장은 "세계 인구를 80억명으로 통제하는 데 실패한다면 인류에게 지구가 1.5개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025년에는 세계 인구 가운데 3분의 1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18억명이 물 부족으로 고통을 받을 거라고 경고하고 있다. 식량을 물, 석유 등으로 확대하면 인구론에 담긴 경고는 더욱 심각해진다.

한국은 현재 필요한 곡물 가운데 무려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식량 부족 국가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