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한 차는 요즘 같이 노면상태가 불안한 겨울날씨에 가족과 함께 하기에 적당한 신형 CR-V 사륜구동 모델이다.

160개국에서 500만대 이상 판매된 도심형 SUV 혼다 CR-V는 4세대까지 진화하며 역동적이면서도 세련된 디자인과 주행성능, 안정성, 편의사양까지 강화해 경쟁력을 갖춘 가족형 차량이다. 2004년 국내 처음 출시된 CR-V는 지난해 12월과 1월 두 달(40일)간 4세대 301대를 포함해 국내에만 1만 4,193대가 팔린 혼다코리아의 효자모델이다.

신형 CR-V는 이전모델과 차체 프레임만 이어받았을 뿐 심장을 비롯한 내∙외장 모두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됐다. 이전 모델보다 20마력이 증가한 최대출력 190마력(7000rpm)과 22.6㎏∙m(4400rpm)의 최대토크로 향상된 2.4리터 i-VTEC DOHC 심장으로 주행성능을 강화하고 연비절감 장치인 'ECON 모드'가 적용되어 경제적인 운전이 이루어진다. 이로 인해 이륜구동의 경우 리터당 11.9㎞와 사륜구동 11.3㎞/L의 국내 공인연비를 기록했다. 현재 8단 자동변속기가 보편화된 시점에서 5단 자동변속기는 약간 아쉽다.

실제로 ECON 모드를 작동한 상태로 출퇴근을 포함한 시내도로를 230㎞이상 달렸더니 7.7㎞/L의 평균연비를 기록했다. 주행가능거리는 188㎞. 사륜구동 차량에 가솔린엔진 치고는 나쁘지 않은 연비다.

이어서 ECON 모드를 해제하고 시속 180㎞까지 가속페달에 힘을 가했다. 폭발적인 가속력은 아니지만 부족함은 느낄 수 없었다. 시속 160㎞까지는 고급세단의 정숙성처럼 부드럽게 가속을 이어간다. 이후부터 속도계 바늘의 움직임이 느려지긴 했지만 무리 없이 움직임을 이어갔다. 차량구조상 최고점에 다다를수록 고속주행 불안감은 어쩔 수 없다.

시내주행에서는 안정감 그 차제였다. 눈이 녹은 도로이긴 하지만 노면에 덮혀있는 염화칼슘으로 평소보다 더 미끄러운 상황에서도 신형 CR-V의 네바퀴 굴림은 불안감을 해소하기에 충분했다. 확 트인 개방감을 비롯해 부드럽지만 반응이 즉각적인 핸들링, 흡음 및 방음이 향상된 정숙성까지. 만약 눈을 감고 운전이 가능하다면 고급세단으로 착각할지도 모르겠다.

2620㎜로 휠베이스(축간거리)는 이전모델과 같으나 차체길이가 30㎜ 짧아진 4535㎜으로 앞뒤 오버행이 짧아졌고 차체높이는 5㎜ 낮아진 1680㎜.

구석구석 마무리가 깔끔한 앞모습과 뒷모습 모두 시선을 끌어당기게끔 업그레이드 됐다. 이전 모델보다 호감형이다. 그릴과 전조등 디자인이 인상적인데, 강인함을 보이는 큼지막한 3줄의 크롬그릴 양쪽으로 어우러진 전조등은 공격적인 눈이다. 반면 뒷모습은 공격을 받아내 튕겨져 나가는 듯한 형태로 어찌 보면 볼보 XC60이 연상되기도 한다.

계기판과 대시보드 레이아웃은 깔끔해서인지 다가가고픈 친근감이 있다. 양각이 두드러진 작고 아담한 계기판 속 속도계 가운데 액정엔 이 차량의 실시간 트립 정보를 읽어 들인다. 그립감 좋은 핸들 양쪽에는 오디오와 크루즈컨트롤 버튼이 원형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5인치 컬러 TFT LCD 모니터인 인텔리전트 멀티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i-MID)가 자리하고 있으나 아쉽게도 내비게이션이 제외됐다.

혼다차에서 항상 아쉬웠던 스마트키와 엔진 스타트 버튼이 적용됨으로 인해 운전자의 감성을 한 단계 상승시킨 느낌이랄까.

신형 CR-V의 활용성은 2열 시트의 폴딩 구조에서 나온다. 트렁크의 버튼을 잡아당기면 자동으로 엉덩이 시트가 무릎공간으로 들어가고 등받이가 접혀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적재공간이 만들어진다.

활용성을 모두 갖춘 수입 SUV 중에 합리적인 차량가격(3270만원(2WD)~3670만원(4WD))으로 국내산 SUV에 위협적인 존재가 아닌가 싶다.



글∙사진=임재범기자 happyyj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