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학 권위자' 한동철 서울여대 교수부자 원하지만 절약 안하는 '한국인 이중성' 꼬집어청년들 실패 두려워 않으면 대기업에 얽매일 필요 없어자신보다 사회발전 먼저 생각한 유일한 박사' 가장 존경할 만해

“부자는 낭비하지 않는다. 식당에서 밥을 남기는 사람은 대부분 부자가 아닌 일반인이다.” 부자학연구학회 한동철 회장은 부자가 갖춰야 될 덕목 가운데 하나로 근검절약을 꼽았다. 윤관식기자
"세계적인 갑부 워런 버핏은 10년 동안 탔던 자동차를 기부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한국 사람은 '주접을 떤다'는 반응을 보였다."

부자학 권위자로 손꼽히는 한동철(54) 서울여대 교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기자도 종종 주변에서 "싸구려 자동차를 10년이나 탔으면 버려야지"란 반응과 함께 "버핏이 유난을 떤다"는 말까지 들었다.

부자학연구학회 회장인 한동철 교수는 "돈을 모아서 좋은 일을 하겠다는 게 버핏의 철학이다"면서 "우리 사회에도 이런 사람이 많아져야 하고 그런 행동을 존경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부자가 되길 바라면서 절약을 미덕으로 여기지 않는 한국인의 이중성을 꼬집었다.

부자학연구학회는 9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청년 사업가 6인이 참석한 '젊은 CEO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 앞서 한 회장은 "부자를 욕하기보다 착한 부자가 많아져야 사회가 건강해진다"고 거듭 강조했다.

부자공통점은 뚜렷한 목표

-최근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사회 현실 속에서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청년들에게 조언을 해달라.

"도전하라. 절약하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한국일보 9일자 19면 2012 CEO가 뛴다 시리즈 기사를 언급하며)넥슨 서민 대표가 '대기업 연구원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힘들고 불확실해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다. 벤처 기업이 살아나려면 무모한 도전을 하는 사람들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 말을 젊은이에게 전해주고 싶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대기업 입사에만 얽매일 이유도 사라진다. 수많은 부자를 만났는데 좋은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도 부자가 된 사람이 많다."

-부자가 되는 비결이 있다면.

"부자가 되는 비법은 없지만 부자들은 공통점이 있다. 목표가 뚜렷하고, 근검절약하고, 폭넓은 독서를 통해 사고력과 판단력을 기르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되 성공할 때까지 참고 노력한다. 3일 밤낮을 세워도 피곤한 줄 모른다. 부자에겐 자신이 정한 꿈에 완전히 몰입하면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정신 충만의 과정이 있었다. 오늘 토론회에 참석한 청년사업가들을 통해 이런 경험을 학생과 일반인에게 알려주고 싶다."

-부자학연구학회에 대해 소개해 달라.

"미국에서 유학할 때 VIP 마케팅을 연구했다. 2004년 부자학 관련 강의를 시작했고, 부자학연구학회는 2007년에 생겼다. 학회는 지금까지 논문 23편과 학회 총서 10권을 발간했고, 부자학 강좌는 전국 14개 대학에 개설됐다. 학회 목표는 첫째가 부자학 이론화, 둘째가 봉사하는 부자상 정립, 셋째가 착한 부자 만들기다. 부자 회원은 청년 사업가에게 스승 노릇을 하고, 청년사업가는 학생 회원에게 취업 기회를 준다. 학회는 부자학 이론화와 함께 회원끼리 상생하면서 부자가 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기부 받으면 감투 줘야해 거절

-학회가 기업과 부자의 협찬을 거절한다는 말을 들었다.

"기부하겠다는 부자가 많은데 돈을 받으면 부탁을 들어줘야 한다. 모임에서 상석을 마련해주든지 감투를 줘야 하는데 그랬다간 부자만의 모임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돈을 받지 않고 내 돈으로 행사를 치렀다. 은행에서 신용대출로 받은 1억 3,000만원이 순식간에 바닥났다. 하하하! 그러나 후회하지 않는다. 지금도 집사람은 대출에 대해 모르는데 책을 출판하는 등 다른 수입으로 꽤 많이 갚았다."

-가난한 사람을 챙기기로 소문이 났다.

"부자에게는 봉사하고 기부하도록, 가난한 사람에게는 착한 부자가 되도록 돕는 게 목표다. 부자만 모이는 부자 모임이 되지 않도록 가난한 사람을 꼭 참석시킨다. 그런데 부자는 장애인이나 노숙인 등 빈자(貧者)와 만나는 걸 꺼린다.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우리 학회가 수많은 부자 모임 가운데 하나가 되는 게 싫다. 부자와 권력자가 모이면 정치 세력이 된다. 국민 대다수는 부자가 아닌데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97%를 위한 모임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다보스 포럼 창설자인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이 최근 "자본주의는 낙오자를 껴안지 못했고 우리는 죄를 지었다"고 고백했다.

"다보스 포럼은 부자들의 모임이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면 소외를 당하는 사람이 생긴다. 그렇다고 자본주의 발전을 막을 순 없다. 복지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부자는 자신이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빈자는 사회에 반감을 갖기 마련이다. 빈부 격차 등 사회 문제가 생기기 전에 복지에 신경을 써야 한다."

법인세 낮추고 소득세 높여야

-워런 버핏이 주장한 부자 증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소득세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법인세를 낮추되 소득세를 높이면 기업은 잘되고 오너는 세금을 많이 내지 않을까? 우리나라에 지하 자금이 100조원대라는데 모두 부자가 갖고 있다. 과거 잘못을 덮어두되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세금을 많이 낼수록 사회가 발전하는데, 가난한 사람도 세금을 많이 내는 부자를 칭찬해야 한다. 욕먹으면서 세금을 많이 내고 싶은 사람은 없다."

경주 최부자·전형필 으뜸

-한국 사회에 존경할만한 부자가 있나?

"유일한 박사와 간송 전형필, 경주 최 부자를 존경한다. 자신보다 사회 발전을 먼저 생각한 유일한 박사를 으뜸으로 생각한다. KSS해운 박종규 회장은 가슴에 유서 두 장을 품고 다닌다. 한 장엔 장기와 시신을 서울대 병원에 기증한다는 내용이 적혔고, 한 장엔 전재산 3분의 1을 사회에, 다른 3분의1을 종업원에게, 나머지 3분의 1을 가족에게 남긴다는 유언이 담겼다.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보다 이렇게 멋진 부자가 되겠다는 꿈을 꾸자."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