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와 블루스의 도시, 바람 많은 윈디 도시. 알카포네의 도시,... 시카고에 따라다니는 수식어만 열거해도 빌딩군 만큼이나 현란하다. 시카고는 커다란 덩치에 다양한 개성이 녹아든 도시다. 현대건축의 메카일 뿐 아니라 도심 뒷골목에서 블루스 선율이 흐르는 낭만의 땅이다.

시카고는 인디언 말로 '야생 양파'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도심을 걷거나 시카고 강을 따라 거닐다 보면 한 겹 껍질을 벗겨낸 양파처럼 새롭게 다가서는 시카고를 발견하게 된다.

우선 시카고를 언급하면서 재즈와 블루스를 빼놓을 수는 없다. 1920년대까지만 해도 시카고가 재즈의 중심지였고 각지의 재즈, 블루스 연주가들이 상업적 성공을 위해 대도시 시카고에 몰려들었다. 무디 워터스, 버디 가이, 처크 베리 같은 유명 가수가 바로 시카고에서 활동했다. 시카고 블루스를 대표하는 라이브하우스인 킹스톤 마인즈. 블루 시카고, 하우스 오브 블루스 등은 각기 개성있는 선율로 발길을 유혹한다.

블루스 선율에 묻혀 맥주한잔 기울이며 시카고의 밤을 감상하는 것은 색다른 체험이다. 음악의 도시답게 시카고에서는 블루스, 라틴 음악, 재즈, 월드 뮤직 페스티벌 등 다양한 음악제가 계절에 따라 열린다.

감미로운 도시 시카고는 마피아인 알카포네의 활동무대로도 악명 높은 곳이었다. 도심 곳곳에 그 흔적이 남아있는데 인기 높은 재즈바인 '그린 밀'은 한때 알카포네가 좋아했던 주류 밀매점이었다.

마천루와 야경.
현대·과거 아름다움 공존

마천루의 도시인 시카고는 존 핸콕 센터, 시어스 타워 등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의 타이틀을 지녔던 건물을 두루 갖추고 있다. 그 아래 잔잔한 거리에는 예술미 가득한 건축물들이 자리 잡았다. 시카고는 미국 제3의 도시의 규모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현대와 과거의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룬 곳이다.

1871년 대화재 때문에 도시 대부분이 불에 타면서 현대건축 도시의 사연은 시작된다. 도심의 60% 이상이 소실되자 도시 재건에 나섰고 거대 자본이 결합되면서 시카고는 건축가들의 실험무대가 됐다. 'City of big shoulders (큰 어깨의 도시)'라는 별칭은 120년 가까운 역사를 바탕으로 새겨진 셈이다.

시카고의 건물들을 가장 운치 있고 효과적으로 둘러보는 것은 아키텍처 리버크루즈를 이용하는 것이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 몸을 의지해 시카고강 주변 70여개의 건물을 두루 둘러 볼 수 있다.

크루즈는 프랑스 르네상스풍의 흰색건물인 리글리빌딩 앞에서 시작된다. 리글리빌딩은 츄잉 검으로 유명한 리글리사의 사옥으로 스페인 세비야에 있는 히랄다탑과 똑같은 시계탑이 상징이다. 리글리빌딩 너머로는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 늘 등장하는 옥수수 모양의 쌍둥이 빌딩 마리나 시티가 다가선다. 마리나 시티의 아래층들은 주차장인데 차가 강물로 뛰어드는 장면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촬영됐다.

밀레니엄파크의 클라우드게이트.
한때 세계 최고 높이를 자랑했던 443m의 랜드마크 시어스타워와 호반에 솟아있는 AON센터 등 시카고강 주변의 건물들을 배위에서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밀레니엄파크' 새명물로

대부분의 볼거리들은 걸어서도 다가설 수 있다. 건물전체가 유리로 둘러싸인 원통건물인 제임스 R 톰슨 센터 옆에는 갱 영화의 단골배경이 됐던 시카고 극장이 들어서 있다. 시카고의 새로운 명물인 밀레니엄 파크와 시카고 미술관 등도 중심가인 루프에서 모두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2005년에 문을 연 밀레니엄파크는 여러 공원을 제치고 시카고의 새로운 상징물이 된 곳이다. 도심을 굴절시켜 보여주는 은색 땅콩 모양의 클라우드게이트는 셀카족들에게 인기 높은 장소이며 거대한 비디오스크린에 다양한 얼굴이 떠오르는 크라운분수 역시 이색 볼거리다. 크라운분수는 시카고의 물과 시민을 형상화 하고 있는데 시시각각 다양한 인종의 얼굴들이 벽에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공원 중앙의 설치조각인 '프리츠커 파빌리온'은 무대앞 거미줄처럼 엮어진 음향 시스템이 독특하다.

시카고의 고층 빌딩들은 저마다 조명을 밝히며 또 다른 감동을 선물한다. '아름다운 불빛에 반해 눌러 앉았다'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야경은 시카고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미시간호의 애들러천문대 앞이나 존 핸콕 센터가 야경 감상에는 좋다.

시카고의 밤을 단장하는 블루스 재즈 공연.
시카고의 밤이 더욱 친숙한 것은 늦은 밤까지 도심을 여유롭게 걸어 다니는 사람이 많아서다. 시카고강에서 오크거리까지 연결되는 '환상의 1마일'은 연간 2000만명이 찾는 쇼핑거리. 수백 개의 상점과 레스토랑이 밀집돼 있으며 대부분의 특급호텔도 이곳에 자리잡았다. .

청춘들이 집결하는 할스테드 거리에서 책보다 두껍기로 소문난 시카고피자를 맛보거나 한때 시카고 불스의 마이클 조던이 운영했다는 식당에 들리는 것도 색다른 재밋거리다.

여행메모

가는길=인천공항에서 시카고 오헤어공항까지 직항편이 운항중이다. 지하철 블루라인이 공항과 도심을 연결한다.

현지교통=지하철 6개 노선이 도시를 촘촘하게 잇고 있다. 지하철, 버스에 공통으로 사용되는 CTA 트랜싯 카드를 구입하면 편리하다. 시내에서는 시카고의 명물 교통수단인 고가철도인 루프를 이용하면 다운타운을 쉽게 오갈 수 있다.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마리나시티.
기타정보=시카고 관광 홈페이지(www.choosechicago.com)에서 숙소 및 레스토랑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시카고 튜리뷴, 시카고 선 타임스 금요일판을 구입하면 주말 공연에 대한 일정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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