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배우 겸업하는 아이돌들연기 스펙트럼 넓히며 아이돌 이미지 탈피아이돌 연기 진출, 소속사 방송사에도 이득

'미스 리플리' 박유천
#장면 하나.

그룹 제국의 아이들의 멤버 시완은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허염(송재희)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다. 그는'마성의 선비' 컨셉트에 어울리는 수려한 외모와 무난한 연기력을 선보였다. '해를 품은 달'로 시완은 대중에 자신의 이름을 단번에 알렸다. 덕분일까. 그는 KBS 드라마 '적도의 남자'에 아역으로 캐스팅된 상태다.

#장면 둘.

KBS 2TV 수목미니시리즈 '난폭한 로맨스'에 출연 중인 그룹 소녀시대 멤버 제시카. 그는 주인공 박무열(이동욱)의 첫사랑 강종희 역을 맡았다. 제시카는 극중 이동욱과 와인을 마시다 키스를 하고, 발작을 일으키는 등 기존의 아이돌 멤버의 모습을 탈피한 연기를 선보였다. 일부 팬들은 제시카의 변신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이돌 가수들이 가수 활동과 연기를 병행하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 잠깐 얼굴을 비치는 정도가 아니라 꽤 비중있는 역할을 맡곤 한다. 아예 '연기돌'(연기하는 아이돌)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난폭한 로맨스' 제시카
아이돌 가수, 연기겸업 대세

그룹 비스트의 멤버 이기광은 지난해 MBC 드라마 '나도, 꽃!'에 출연했다. 당시 그는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의 해외 투어에 참여하는 등 바쁜 스케줄을 소화했다. 티아라의 지연도 KBS 2TV 월화미니시리즈 '드림하이2' 촬영에 임하고 있지만 16일부턴 일본 활동에 나선다.

이런 현상은 2000년대 초 배우로 나선 아이돌 그룹 멤버들과 대비되는 행보다. 그룹 샤크라 출신 정려원, 그룹 핑클의 성유리, 그룹 god의 윤계상은 아이돌 가수 시절 연기에 데뷔했다. 이들은 연기 데뷔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가수에서 배우로 전향하는 길을 택했다. 정려원과 윤계상은 소속 그룹을 탈퇴했다. 성유리도 비슷하다. 핑클이 공식 해체 없이 2002년 발매한 정규 4집을 끝으로 사실상 활동을 멈춘 이후 가수 활동을 그만뒀다.

요즘의 아이돌 가수들은 연기에 도전하더라도 자신의 출발점인 가수 활동을 놓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연기를 목표로 아이돌 그룹에 참여하는 멤버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아이돌 그룹의 경우 그룹이 해체된 이후에 성유리 등과 비슷한 행보를 걸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2010년을 전후로 연기 하는 아이돌, 즉 '연기돌'이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아이돌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있다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그룹 JYJ의 박유천은 지난 2010년 KBS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당시 그는 '잘금4인방'으로 불린 꽃미남 선비 중 하나로 풋풋한 아이돌 가수로서의 이미지를 유지했다. 이후 박유천은 지난해 방송된 MBC 드라마 '미스 리플리'를 통해 정통 멜로에 도전했다. 박민영 송중기 유아인 등 청춘 스타들이 주연으로 나선 '성균관 스캔들'과 달리 '미스 리플리'에선 김승우 이다해 강혜정 등 연기 경력이 많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그룹 빅뱅 멤버 탑은 2010년 영화 '포화 속으로'의 주연으로 나섰다. 극중 학도병이란 점에서 풋풋함이 남아있지만 전쟁의 아픔을 담은 호소력 있는 연기로 호평 받았다. 앞으로도 많은 아이돌 가수들이 배우로서의 성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드림하이2' 지연
아이돌, 배우 진출 이유는?

아이돌의 연기 도전이 활발해진 데에는 아이돌 그룹의 성격 변화가 한 몫 했다. 김작가 대중문화평론가는 "아이돌 그룹이 '음악 하는 집단'에서 '엔터테인먼트 집단'으로 변화했다"고 밝혔다. 이런 변화는 소속사가 수입 다변화를 꾀하기 때문이다. 김헌식 평론가는 "아이돌의 연기 활동은 소속사가 고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데 일조한다"고 말했다. 소속사 입장에선 여러 멤버들을 곳곳에 활동시켜 음반 활동을 하지 않을 때도 소득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기획 단계부터 만능 엔터테이너를 목표로 만들어진 팀들도 생겼다. 6인조 그룹 티아라가 대표적인 경우다. 때문에 지연 은정 효민 등 멤버들의 연기 도전이 활발하다.

방송사들도 아이돌 기용으로 다양한 이득을 볼 수 있다. 우선 팬덤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젊은 시청자들의 시청을 유도할 수 있다. SBS 시트콤 '도롱뇽도사와 그림자 조작단'은 그룹 샤이니 멤버 민호가 출연했다. 첫 방송이 끝나자 샤이니 팬들은 민호의 캡쳐 화면과 시청평을 인터넷에 올리는 등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아이돌 멤버의 출연은 시청률과 별개로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인기 아이돌이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해당 작품의 DVD 매출과도 연결된다. 김헌식 평론가는 "시청률이 낮은 드라마더라도 DVD 판매량은 아이돌 멤버의 출연 여부에 따라 차이가 크다"며 "한류와의 연계성을 고려한다면 방송사 입장에서도 아이돌 출신을 출연시키는 것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인지도 대비 출연료가 저렴한 점도 방송사가 아이돌 멤버를 캐스팅하는 이유로 꼽힌다.



김인엽기자 klimt@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