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중 외국적자ㆍ공익근무자 리스트 인터넷에 떠돌아현역복무로 호감도 높인 스타들사고 치고 군 입대한 스타에 대한 비판 여론도배우들은 거친 남성 연기 선택하는 경우 많아

이준기
배우 가 16일 국군홍보단 소속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팬들을 향해 "충성!" 구호와 함께 "병장 는 2012년 2월 16일 부로 전역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며 전역신고를 한 는 과거와 사뭇 달랐다. 짧은 머리에 군복을 입은 모습은 연산군을 홀린 영화 '왕의 남자' 속 공길의 모습, 긴 머리를 한 채 피아노 앞에 앉아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를 부르던 광고 속 와 대비됐다.

이날 는 "군대에서 나름 마음의 상처가 있었고 많이 배웠다"며 "내면이 많이 단단해졌다"고 말했다. 남자다워진 겉모습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졌다는 표현이었다.

그의 전역 현장에는 1,000명이 넘는 국내외 팬들이 한데 모였다. 같은 날 오후 3시 열린 그의 제대기념이벤트 '리유니온 JG'에는 1,500명 가량의 팬들이 몰렸다. 군 복무 기간에도 그의 인기가 사그라지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수치였다.

# 선택 아닌 필수된 군복무

과거에는 군 복무로 2년 간의 공백으로 대중에게 잊혀지리란 연예인들의 두려움이 컸다. 하지만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하거나 의도적으로 군 복무를 기피하는 사례가 적발되며 남성 팬들은 분노했다. 연예인들의 군 기피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크게 대두된 사례는 2002년 가수 유승준의 미 국적 취득이었다. 당시 미국 영주권자였던 유승준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며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그는 번번이 군 복무는 반드시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표해왔다. 대중의 실망감은 컸다. 유승준은 이 사건으로 입국 금지 조치를 당했다. 이 조치는 약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해제되지 않고 있다.

송승헌
한국 남성들은 연예인의 군 복무 문제에 민감하다. 헌법 39조 1항의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란 조항에 따라 병역의 의무를 지는 남성들은 군대를 가지 않으려는 연예인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정보 통신의 발달 속에 연예인들에 대한 정보를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요즘 스타들도 군 복무를 어물쩍 넘길 수 없게 됐다. 온라인 상에서는 외국 국적자로 군 복무를 하지 않은 연예인이나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입대한 스타들의 리스트가 떠돌았다. 반대급부로 일반인들처럼 군 복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이들은 인기를 얻었다. 현역으로 군 입대하면 네티즌은 해당 연예인에 일명 '까임 방지권'이란 실체 없는 권리를 쥐어준다. 연예 활동 중 어떤 사고를 치더라도 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때문에 연예인들의 군 복무는 대중의 호감을 사는 하나의 기회로 자리잡았다. 연예인 군 복무는 '선택 아닌 필수'로 인식되고 있는 추세다.

# 호감 급상승한 스타들

군 복무를 통해 대중의 호감을 얻은 스타들 중 많이 알려진 이는 가수 문희준이다. 그룹 H.O.T 출신의 문희준은 지난 2005년 11월 육군으로 입대했다. 그는 2007년 전역 후 '비호감' 가수에서 호감을 주는 스타로 변신했다.

군 복무 전 아이돌 출신이 록 음악을 시도한다는 것 때문에 홍역을 앓았던 그다. 온갖 루머에 시달렸고 '문희준 어록'으로 비난 받았다. 하지만 현역 군 복무로 네티즌의 '까임 방지권'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네티즌은 자신들의 비난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문희준에게 '문보살'이란 별명까지 지어줬다.

가수 싸이는 지난 2007년 병역 특례 비리에 적발되며 현역병으로 재복무했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네티즌의 동정을 샀다. 싸이는 '군대를 두 번 다녀온 스타'로 인식돼 대중의 호감도가 상승했다.

가수 비와 배우 현빈도 인기가 한창일 때 군 복무에 돌입해 대중의 박수를 받았다. 비는 지난해 10월 현역으로 입대했다. 이후 육군 5사단 신병교육대 조교로 발탁돼 일반인들과 다를 바 없는 군 생활을 하고 있다. 현빈은 일반 남성들도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해병대에 자원했다. SBS 드라마 '시크릿가든'으로 주가가 한껏 뛰었을 때다. 북한 연평도 포격 사건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은 지난 2011년 3월 입대해 많은 남성들의 박수를 받았다.

# 자숙의 시간이 되다

군 복무 기간을 자숙의 시간으로 삼는 이들도 있다.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강인은 폭행 사건과 음주 뺑소니 사건을 연달아 일으킨 뒤 지난 2010년 7월 육군으로 입대했다.

일각에선 이처럼 자숙한다는 의미로 군 입대하는 연예인들에 대한 비판도 있다. 군대가 연예인들의 현실 도피처처럼 이용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다'란 말처럼 약 2년간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올 경우 대중의 비난이 누그러져 있는 경우가 많다.

배우 주지훈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는 지난 2009년 4월 마약 투약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후 집행유예 판정을 받았다. 이후 2010년 2월 입대해 상근예비역으로 복무한 뒤 지난해 11월 전역했다. 그는 제대하자마자 곧 뮤지컬 '닥터 지바고'로 연기 복귀했다. 하지만 군 복무 기간 덕분인지 대중의 비난은 거세지 않았다.

# 남성미 뽐내는 배우들

군 입대 전부터 배우로 활동한 스타들은 이미지 변신에 주력한다. '꽃미남' 배우로 손꼽히던 배우들이 군 복무 이후 남자 냄새가 물씬 나는 작품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배우 은 KBS 드라마 '가을동화'와 '여름향기'에서 부드러운 멜로 연기를 선보였다. 영화 '그 놈은 멋있었다'도 의 외모를 강조한 작품. 그는 제대 후 영화 '숙명'으로 팬들 곁에 돌아왔다. 이후 그는 MBC 드라마 '에덴의 동쪽'까지 다부진 몸과 짧은 수염, 헝클어진 머리로 거친 매력을 선보였다.

배우 장혁은 데뷔 시부터 배우 정우성의 닮은 꼴로 거친 역할을 다수 맡았다. 하지만 당시 배역에는 '어린 양아치'의 향기가 짙었다. 그가 군 복무 이후 남성미를 제대로 발산한 작품은 MBC 드라마 '추노' 다. 가슴을 풀어헤친 통에 복근은 그대로 드러났고 그의 화려한 절권도 실력에 여성 팬들은 환호했다. 장혁의 남성미는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까지 연결됐다.

두 배우처럼 군 복무는 연기 변신의 기회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거친 남성의 이미지를 갖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군대를 다녀와야 진짜 남자가 된다'는 말로 대변되는 한국 사회의 인식도 이런 변화에 한 몫 하고 있다. 도 비슷한 변신을 꾀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의 소속사 IMX 관계자는 "차기 작품을 고를 때 강한 남성의 이미지를 강조할 수 있는 배역을 선택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의 차기작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김인엽기자 klimt@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