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저우 수서호 뱃놀이
중국 장쑤성에 대한 기억은 온통 회색빛이다. 도심을 에워싼 물안개와 운하는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양쯔강 자락에 위치한 쑤저우, 양저우, 우시, 난징 등 장쑤성이 품은 도시들은 운하, 호수, 정원이 어우러진 3000년 역사의 고도(古都)들이다. '물의 도시'를 지나며 운하를 만나고 아담한 정원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가슴은 울렁거린다.

장쑤성의 도시와 도시는 긴 운하로 이어지고 도심을 가로지르는 소통로에는 물길이 연결돼 있다. 배 위에 몸을 맡기고 안개 자욱한 거리를 바라보며 옛 명인들은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즐겼다. 장쑤성에만 그렇게 2,900여개의 하천과 호수가 사연을 안고 낱낱이 흐르고 있다. 삼국지 오나라의 본거지였던 장쑤성은 위치상으로 중국의 양대 도시인 베이징과 상하이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백거이의 사연이 담긴 싼탕지에

장쑤성의 절대 관광지인 쑤저우는 중국인에게 2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도이자 지상낙원으로 융숭하게 대접받는다. '하늘에 천당이 있다면 땅에는 쑤저우가 있다'는 말이 전해 내려올 정도다. 천당에 비유하는 것은 다소 과장스럽지만 장쑤성 일대를 여행하면서 쑤저우를 빼놓을 수 없다.

쑤저우 명성의 1등 공신들은 정원들이다. 중국 4대 정원 중 두 곳이나 쑤저우의 모퉁이를 채우고 있다. 류위안, 졸정원은 모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중국 정원은 나무, 물, 암석 등이 조화롭게 배치된 게 특징인데 정원의 절반 이상이 호수로 이뤄진 졸정원은 호수와 정자 사이를 잇는 꺾여진 다리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독특하다. 류위안은 쑤저우에 있는 모든 정원의 장점을 모두 골라 놓은 곳으로 복도식 통로의 창을 통해 정원의 내부를 은밀하게 조망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쑤저우의 산탕지에
쑤저우에 들어섰다면 또 반드시 들려야 하는 곳이 산탕지에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가 수로를 파고 길을 닦아 산탕지에를 만들었으며, 물길을 따라 양 옆에 패방, 음식점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산탕지에는 고풍스런 가옥과 물길이 이어진 풍취 덕에 '동양의 베네치아'라는 별칭을 지니고 있다. 삐죽 고개를 쳐든 처마, 촘촘하게 엮은 담벽.... 빛바랜 중국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거리가 재현돼 있다.

사실 그 규모에 있어서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와 비교하기 힘들지만 수로와 골목을 지나며 중국 사람들의 옛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쑤저우의 연인들에게는 산탕지에가 웨딩촬영 명소이며 다양한 화보촬영도 아담한 카페들이 담긴 이곳에서 자주 진행된다.

수서호 정자 아래 즐기는 뱃놀이

양쯔강과 운하가 합류하는 곳에 위치한 양저우는 고대 상업도시와 장쩌민 전 주석의 고향으로 명성 높다. 고속도로에서 시내로 이어지는 초입에는 장쩌민 전 주석의 대형 그림이 도시의 상징처럼 웅장하게 걸려 있다.

양저우에서는 청나라의 옛 귀족들이 그랬듯 배를 타고 수서호 관광에 나선다. 중국인들은 예로부터 몸매가 풍만한 양귀비를 항저우의 서호에 비유하고, 몸매가 갸날픈 황후 조비연을 수서호에 비유했다. 수서호의 규모는 서호보다 작지만 잘 꾸며진 정원에 정자, 다리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처녀 뱃사공이 노를 젓는 배를 타고 호수에 나서면 노래 한 곡조 흥얼거리고픈 욕구가 솟는다. 청나라 때 이곳에서는 1년 내내 시와 음악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양저우 허위안
수서호 관광의 출발점이 되는 곳은 야춘찻집이다. 찻집이지만 이곳은 이른 아침부터 만두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독특한 식당이기도 하다. 그 만두에 뜨끈한 중국차가 곁들여진다. 차를 좋아하는 런던사람들이 아침에 홍차를 즐기거나 뉴요커들이 브런치로 베이글과 커피를 즐기는 가벼운 모습과는 사뭇 다른 광경이다. 잘 차려진 만두 중에는 고기육수 가득한 만두에 빨대를 꼽아 먹는 것도 있고 얼굴 크기만한 대형 만두도 있다.

양저우의 정원 중에서 특이한 형태를 자랑하는 곳은 허위안이다. 정원내의 건물을 잇는 1500m의 입체 복도는 미로처럼 꾸며져 있다. 실제로 정원 안에서 길을 잃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관광객들은 미로 같은 복도를 '천하제일회랑'이라 부르며 그 묘미를 즐기곤 한다.

수서호나 허위안이 한낮의 풍류를 즐기기에 좋다면 고운하 수로를 따라 밤 유람선을 타는 것은 양저우의 색다른 이면을 보여준다. 양저우를 거치는 고운하에서는 경향 대운하중 가장 멋진 구간을 개발해 유람선이 운행중이다. 운하 양옆으로 그윽한 조명이 장식된 산책로가 늘어서 시민들의 여름밤 휴식처 역할을 한다.

우시는 바다 같은 거대 담수호 타이후를 끼고 있는 도시다. 이 타이후에서는 삼국지의 대결투를 담은 영화 '적벽대전'이 촬영됐다. 실제로 타이후의 영화세트장에서는 유비, 관우, 장비와 여포의 숨 막히는 싸움장면이 재현된 공연도 펼쳐진다. 우시의 88m 높이의 영산대불상, 난징의 중산릉과 명효릉도 장쑤성의 빼놓을 수 없는 명소들이다.

여행 팁

우시 영산승경의 대형 손바닥
가는길=장쑤성의 관문인 난징 공항으로 직항편이 운항한다. 인천에서 2시간 소요된다. 기온은 겨울에도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드물다.

묵을 곳=쑤저우 신도심의 샹그릴라 호텔은 2007년 오픈한 곳으로 창밖으로 보이는 야경이 멋있다. 일본풍의 신구 상가가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양저우의 국제호텔도 시설이 깔끔하다. 장쑤성 일대는 발마사지를 잘하기로 소문난 곳이니 호텔 인근에서 발사지를 꼭 받아볼 것.

먹을 것=장쑤성에 가면 중국 4대 요리중 하나인 회양요리를 맛봐야 한다. 회양요리에는 다양한 해산물과 설탕이 사용되는데 두부를 가늘게 채 썰어 놓은 문사 두부 스프나 게살과 삼겹살을 섞어 만든 게살 완자탕이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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