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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맛집] 짜장면, 생일·졸업 추억을 함께한 '국민음식'

중국 된장 '첨면장'이 뿌리
첨면장→첨장→춘장 변천
캐러멜소스 더해 '한국화'
개화 ·매화는 화상 중식당
현래장·부영각 수타 수준급
'짜장면'이 이름을 되찾았다. '자장면'은 어색하더니 '짜장면'은 역시 편하다. 자장면으로 불렀던 근거는 중국 짜장면(炸醬麵, 작장면)이 '자장미엔' 정도로 들리기 때문이었다.

중국 일부지방에서의 짜장면은 한국인들에게 '된장찌개 같은 것'이다. 곤궁하던 시절 한국인들은 식은 밥에 된장찌개를 넣어서 비벼 먹었다. 가난한 보통의 중국인들은 면에 볶은 춘장(春醬)을 넣고 비벼 먹었다. 한국인의 '밥+된장찌개'나 중국인의 '면+볶은 춘장'은 가난한 이들이 최소한의 곡물을 섭취하는 방법이다.

中 서민 입맛달랜 자장미엔

춘장의 뿌리는 중국 된장인 첨면장(甛麵醬)이다. 첨면장이 첨장이 되고 첨장이 춘장이 되었다는 주장이 다수설이다. 그러나 첨면장과 춘장은 전혀 다른 음식이고 중국인들은 춘장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첨면장은 밀가루와 소금에 삶은 대두를 넣어서 발효시킨 중국식 장으로, 처음엔 붉고 옅은 갈색인데 묵으면 묵을수록 검은색으로 변한다. 춘장을 대량 공업생산하면서 '오래 묵은 첨면장 같은 느낌'을 주려고 검은 식용색소 등으로 색깔을 조정한 것이다. 우리가 중식당에서 양파, 단무지에 찍어 먹는 '춘장'은 국적과 원형을 잃어버린 희한한 식재료다. 첨면장의 '첨(甛)'은 달다는 뜻의 '감(甘)'과 혀를 뜻하는 '설(舌)'이 합쳐진 글자다. '혀에 달다' '맛있다'는 뜻과 더불어 '행복하다'는 뜻도 있다. 심심한 맨 국수 대신 볶은 첨면장의 맛을 더한 '자장미엔'을 먹으면서 중국 서민들은 잠시나마 행복했을 것이다.

청일전쟁 무렵 중국인들 특히 산동성 사람들이 인천으로 많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군인들을 따라서 먼 이국으로 온 사람들이다. 부자보다는 가난한 이들이 많았다. 살기 힘들어 고향을 등진 사람들이었다. 이들에게 자장미엔은 일상의 행복한 먹을거리였을 것이다.

인천의 '공화춘'이 짜장면의 발상지가 아님은 이제는 대부분 알고 있다. 그저 이 언저리에서 한국 짜장면은 시작했다. 가난한 부두노동자들, 화교의 가정에서 고향음식 '자장미엔'을 먹었을 것이다. 하나둘, 손수레나 길거리의 난전에서 '국수에 볶음 장을 얹은 중국식 된장찌개 비빔밥'을 팔았을 것이다. 유래를 따지고 원조가 어딘지 찾는 것은 허망한 일이다. 어느 순간 난전의 음식 자장미엔을 주변 식당 군데군데에서 팔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중 하나가 '공화춘'일 수는 있겠다. '공화춘'의 주인도 그동안 여러 차례 바뀌었으니 결국 이름만 남은 셈이다.

짜장면의 '반찬'은 춘장을 찍은 대파였다고 한다. 이걸 한국사람들은 '생 양파+일본식 단무지'라는 조합으로 바꾼다. 우리는 첨면장을 춘장으로 바꾸고 어느 순간 일본산 단무지를 더하여 한반도 짜장면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춘장에 캐러멜소스를 더했다. 춘장은 묽어지고 단맛이 돌고 비비기 좋아졌다. 덕분에 중국에서도 이제 한국의 짜장면을 '서울짜장면(漢城炸醬麵)'으로 따로 분류한다.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의 분식장려와 맞물려 짜장면은 우리 입맛을 석권한다. 인스턴트 음식 같이 빠르고, 가격이 쌌다. 지금 50대 이상인 사람들은 대부분 생일, 졸업식 날 짜장면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짜장면은 전 국민적 '추억의 음식'이 되었다.

그동안 화상(華商)들은 고난의 길을 걸었다. 화폐 개혁을 겪고, 2중국적 금지로 취업과 창업도 힘들었다. 서울 북창동의 차이나타운이 사라지면서 한국식 짜장면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오히려 '화상 짜장면'이 귀해졌다. 자장미엔이 명실상부 짜장면이 된 것이다.

신승관 집기류 박물관 기증

서울 명동의 '개화'는 예전 차이나타운에 남아 있는 화상 중식당이다. 짜장면과 오향장육이 유명하다. '개화'가 명동을 지키고 있는 반면 연희동 리틀 차이나타운의 '매화'는 그동안 이름을 바꾸고 장소도 바뀐 경우다. 원래 명동 중앙극장 언저리의 '금락원'으로 시작, 3대 전승이 되었고 이사를 했다. '개화'나 '매화' 모두 화상들이 한반도에서 고난을 고스란히 겪은 집들. '매화'는 짜장면, 탕수육, 겨울철 굴짬뽕이 좋은 집이다.

을지로 3가 언저리 '안동장'의 이름 '안동(安東)'은 산동성의 지명이다. 오래된 화상 중식당으로 짜장면과 물만두가 좋다. 길 건너편의 '오구반점'은 주소가 '을지로 3가 5-9번지'다. 식당 이름과 주인 아드님 이름을 모두 '오구'로 지었다. 짜장면과 오향장육, 군만두(튀김만두)가 아주 좋다. 피맛골에서 북창동으로 건너간 '신승관'은 피맛골에서 사용하던 집기류를 박물관에 기증했다. 시금치 만두가 특이하다. 동대문상가 지역의 '동화반점'은 '공룡알'이란 별명을 가진 팔보완자로 유명한 집이다. 동대문 상가에 오는 중국인, 중국 조선족들이 많이 드나드는 집이다. 수타 짜장면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마포 불교방송국 지하의 '현래장', 먹자골목 끝의 '부영각', 서초동 BC카드 뒤편의 '천지궁'을 가볼 필요가 있다. 세 곳 모두 30년 이상 수타 경력의 주방장이 일한다. 강북삼성병원 뒤편 평동의 '목란'도 짜장면이나 중화요리로 추천할 만한 집이다.

짜장면 마니아라면 효창공원 부근 외진 곳의 '신성각'을 꼭 권한다. 업력 30년. 한국인 주방장이 운영하는 식탁 네댓 개의 아주 작고 볼품없는 가게다.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맑은 짜장면을 내놓고 있다. 짬뽕도 수준급이다.

지방에서는 충북 증평의 '복성원'을 권한다. 50년 업력이 주는 나름의 포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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