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킹 투하츠' 하지원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고 했던가.

하지원 하희라 정려원 등 여배우들이 브라운관에서 그동안 보여주지 않던 모습을 드러낸다. 매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사는 것이 배우의 길이지만 새로운 도전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 하지만 이들은 과감히 자신의 틀을 벗으려 하고 있다.

# 새로운 캐릭터를 입고

하지원은 MBC 새 드라마 '더킹 투하츠'에서 북한 특수부대 교관 김항아를 맡았다. '전설의 마녀교관'으로 불리지만 남자에게는 한 여자이고 싶어하는 캐릭터다.

하지원은 그동안 '다모' '황진이' '시크릿 가든' 등의 히트 드라마에서 매번 변신을 했듯 이번에는 장교의 모습을 소화하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을 단련했다. 몸무게 4kg을 감량했다.

'바보엄마' 하희라
제작사인 김종학프로덕션 측은 "하지원은 북한 여장교 김항아 역을 위해 북한사투리부터 군인들의 절도 있는 동작까지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희라는 SBS 주말 특별기획 '바보엄마'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선영을 맡았다.그는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어 작품 활동은 미뤄두고 있던 터였다. 하희라는 "남편(최수종)이 시놉시스를 보더니 '작품이 좋으니 꼭 해보라'고 권유하더라"며 "나도 작품속 선영이라는 인물에 빠지게 되었고,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합류했다"고 말했다.

하희라는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경상도 사투리까지 도전한다. 경상도에 살았던 남편, 경상도사투리를 쓰는 연극 배우에게 특훈을 받고 있다.

정려원은 SBS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천하그룹 회장의 손녀 여치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샛빨간 머리에 진한 화장을 하고, 누구에게나 반말을 내뱉는 천방지축 캐릭터다. '음소거'로 처리될 정도로 욕설을 퍼붓기도 한다.

정려원은 "초반에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지 정말 고민이 많았다"며 "나와 다른 성격이라 더 욕심이 났다"고 말했다.

'샐러리맨 초한지' 정려원
# 왜 변신하나

숨겨진 매력을 드러내 관객의 인정을 받는 것은 배우로서 크나큰 능력이자 기쁨일 터. 하지원은 '변신의 귀재'로 불릴 정도로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줘왔다. 코미디('색즉시공') 액션('해운대' '칠광구') 멜로('내 사랑 내 곁에') 등 어떤 장르도 척척 소화해낸다. 정상의 자리를 고수할 수 있는 이유다.

숨겨진 모습은 배우의 포지셔닝에 변화를 주기도 한다. 한지민은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에서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속살을 드러내고 팜므파탈의 면모를 드러내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섹시가수 엄정화는 드라마 '아내'에서 화장기 없는 얼굴로 지고지순한 면모를 보여줘 시청자를 놀라게 하기도 했었다. 손예진 역시 청순함과 섹시함을 넘나들며 흥행보증수표로 자리잡았다.

한 관계자는 "배우는 작품 속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배우로서의 유명세가 캐릭터를 가릴 수도 있기에 작품에 몰입해 캐릭터를 살려야 하는 숙제가 있다"며 "팬들에게 인정받은 캐릭터만 고집했다가는 자칫 식상할 수도 있다는 점도 부담이라 더욱 변신을 갈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원기자 jjstar@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