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명제에서 출발하고자 한다."강태환은 대한민국의 프리 재즈 음악인이다.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색소폰을 부는 그는 몇 분 동안이나 쉬지 않고 같은 음을 내거나, 색소폰으로 괴상한 소리들을 만들어 낸다." 위키백과에서 정의된 '강태환'이다.

가치 판단은 보류한 채 그에 대한 인상을 집약한 서술이다. 곧이어 열거된 세부 항목은 범박하기는 하지만 이를테면 테크닉론일 것이다. "1 양반 다리,2 순환 호흡, 3 괴상한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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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재즈를 하나의 독립적 예술 양식으로 다뤄져야 마땅한 장르로 본다. 저 명제는 갖가지 담론과 소비 양태가 착종되어 있는 한국 재즈의 현실을 이야기하기 위한 구체적 단서다. 앞으로의 글은 상당 부분 저 명제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이해이며 오해라는 사실을 밝히는 데 바쳐질 것이다. 만일 그 같은 과정을 사상한 채 한국 재즈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전개하고자 한다면 셰익스피어의 말마따나 " Much Ado About Nothing (헛소동)"일 뿐이다.

그렇다면 왜 강태환인가? 다시, 서론의 인터넷 이야기로 돌아가자. 인터넷이라는 집단 지성의 총아답게 저들 명제는 강씨에 대한 일반의 이해와 오해를 '평균적으로' 잘 길어 올리고 있다. 그것은 이 책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짧지 않은 세월 동안 그를 지켜봐 오면서 그에 대한 파편적 지식을 하나의 줄기로 정리하고자 하는 이 책은 우선 온 라인상의 '강태환'을 넘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재즈사적 견지로 보자면 그는 프리 재즈 뮤지션이 맞다. 그러나 그는 보다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개념, '프리 뮤직'으로 자신의 예술을 정리한다. 전형적인 밥 재즈에서 출발해 프리 재즈로 깊이 들어가 그 너머에 도달한 행로를 감안한다면 그는 분명 프리 재즈 너머에 있다고 봐야 한다.

위키백과가 세 줄기로 규정한 방법론은 그에게 빙산의 일각이다. 문제는 거기에 도달하기까지의 미학적 필연성이다.,.

먼저 "양반 다리"는 미학적인 답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럽기까지 하겠지만, 그의 설명에 따르면 '편해서' 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앉아서 색소폰 등을 연주하는 사람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강씨의 경우, 사실 그것은 서서 연주하는 관례에 내포되는 갖가지 엔터테이너적 관습을 거부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다음, "쉬지 않고 같은 음을 내"는 것은 순환 호흡(circulation breath)이라는 기법으로 설명될 수 있다. 케니 지 같은 대중적 뮤지션들도 구사하는 테크닉이다. 문제는 "괴상한 소리"라는 대목인데,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그 말은 진보적 예술로서의 재즈가 감내해야 할 오해가 어떤 것일지를 상징한다. 그 괴상함 자체 혹은 괴상함이 일반 세계와 빚어내는 충돌의 양상은 우리의 관심이다. 충돌은 전방위적이다. 몽고 출신으로 전위적 재즈 보컬의 대가 사인호 남치락이 내한해 협연을 펼쳤을 때도 그는 충돌하고 있었다.

그는 오해 또는 몰이해돼 왔다. 그가 클럽에서 공연할 때면 어처구니없는 풍경이 종종 펼쳐지는 것도 그 연장선이다. 한 골수 외국 관객이 단 혼자서 박장대소하며 좋아라 하는 모습이 대표적이겠다(한 신문에서 큰 기사로 다룰 만큼 예외적 인물이긴 하지만). 그 또한 나름의 진지한 반응 방식이며 나아가 일종의 개안이라고도 봐 줄 수 있으리라.

거의 하루 종일, 그는 자신의 음악에 매몰돼 있다. 집에 마련된 작은 연습실에서 그는 연습 또 연습이다. 제 3자에게 그것은 아예 하나의 벽(癖)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는 "연습 때 졸음을 쫓기 위해 커피를 시작했다. 이왕이면 배고픔도 쫓으려 설탕을 많이 넣는다"고 한다.

그에게 연습은 가장 견고한 일상이다. 인터뷰에도 자투리 시간만을 내 준 그는 상당히 불친절한 인터뷰이였던 셈이다. '괴상함'의 필연성까지 포함해 자신에 대한 하드 보일드한 관심의 답을 그는 그림 맞추기 퍼즐 게임으로 돌려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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